法, 日 미쓰비시에 정 씨 등 5명에 각각 8,000만원 손해배상 명령
"청구권, 소멸한 것 아니다" 라는 2심 판결 확정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5명에 대해서도 기업 측 배상 책임 인정
韓日양국 모두 상대국 대사 불러 항의…'이례적 조치'
日 경단련 회장 "정치·문화교류 정체, 경제에도 안 좋아"

지난달 30일 신일철주금 손해배상청구 소송재상고심 당시의 징용 피해자 이춘식 씨. (사진 =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신일철주금 손해배상청구 소송재상고심 당시의 징용 피해자 이춘식 씨. (사진 = 연합뉴스)

대법원이 정 모씨(95) 등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5명이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기업 측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9일 정 씨 등 5명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를 확정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지난달 30일에도 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철주금(구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에서도 기업 측에 배상 책임을 물은 바 있다.

정 씨 등 5명은 1944년 9월부터 10월까지 강제징용돼 일본 히로시마에 있는 미쓰비시 중공업 기계제작소와 조선소에서 일했다고 한다. 이들은 강제징용으로 인한 손해배상금과, 강제노동기간동안 지급받지 못한 임금을 합친 1억 100만원을 각자에게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앞선 1·2심은 "불법행위가 있는 날부터는 물론, 일본과의 국교가 정상화된 1965년부터 치더라도 소송 청구가 늦어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 완성으로 소멸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2012년 5월 "청구권이 소멸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했다는 피고 측 주장은 신의 성실의 원칙에 반해 허용되지 않는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다시 열린 2심은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상고심 재판부는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거나, 현재의 미쓰비시 중공업이 강제징용 당시의 미쓰비시 중공업과 다른 기업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및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 선고 예정된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를 비롯한 피해자 가족들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및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 선고 예정된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를 비롯한 피해자 가족들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날 대법원은 이 같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이날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도 이날 양 모(87)씨 등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양 씨 등은 1억~1억 5,000만원 씩 배상받는다.

일본 측은 지난달 일본 신일철주금 관련 재판에서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당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담화문을 발표하고 "(기업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쌓아온 한일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부터 뒤집는 것"이라며 "국교정상화 당시 체결된 청구권 협정은, 일본이 한국에 무상 3억 달러·유상 2억 달러를 지원해 양 국가와 그 국민의 재산·권리·이익에 대한 모든 청구권 문제를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한 것으로 정했다. (판결은) 일본 기업에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도 고노 다로 외무상은 판결 직후 앞서 낸 내용과 비슷한 담화를 냈다. 일본 정부도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했다. 우리 정부도 일본 정부의 반응에 유감을 표하고,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항의했다. 양국이 같은날 상대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편 미쓰비시 측은 이날 홈페이지에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날 서울에서 전경련과 공동 개최한 '유엔 SDG와 일본의 소사이어티 5.0 특별대담'에 참석한 나카시니 히로아키 일본 경단련 회장도 "경제는 장점이 있으면 (사업 관련) 이야기가 진행될 분위기가 아직 있다. 하지만 정치와 문화 교류가 정체된다면 경제에도 좋지 않으니 (한일관계를) 관리했으면 한다"고 밝혀 해당 판결이 한일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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