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에 친화적인 언론학자들이 정부기관 등 각종 요직에 진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노조의 이익과 논리를 대변하던 친언론노조·친정권 성향의 학자들이 현 정부의 언론, 방송 장악을 사실상 거드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언론노조는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방송 정상화’에서 핵심축을 담당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시사잡지 미래한국은 19일 ‘정부 등 각종 기관에 진출, 출세가도 달리는 친언론노조 언론학자 5인방’을 지적하며, ‘문재인 정부 논리에 따르면 현 정부를 위한 언론부역자들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정권 당시 친정권 성향을 내비치면 적폐로 몰아붙인 반면, 자신들의 친정권 행보는 ‘착한 블랙리스트’와 ‘착한 방송’으로 이어진다는 이중잣대를 지적한 것이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친언론노조 언론학자로 꼽힌다. 인사청문회 당시 과거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해 "완전히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혀 '허위 보도 옹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광우병은 실제로 있는 병이고, (광우병 보도는) 의심이 가는 사실을 이야기한 것이어서 정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진영 논리에 기반한 편향적인 언론관을 지녔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로 내정된 후, 다운계약서, 세금탈루, 개포동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병역법 위반 및 특혜, 자녀 미국 국적의혹, 논문표절 의혹 등이 도마에 오르며 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으나, 지난해 7월 31일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 중 전자 결재로 기습적으로 임명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취임 후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공영방송의 재원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언론노조가 주장하는 ‘방송 정상화’와 동일한 맥락이었다. 실제 지상파 방송3사를 이례적으로 재허가 미달 점수가 나왔고, 지난해 12월 26일 엄격한 ‘조건부’로 3년 연장이 되었다.

지난 2007년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 공익성 채널에 선정된 RTV의 이사장으로 재직해 전관예우 의혹 제기되기도 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위원장이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는 기간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지원비 120억 원 중 69%에 달하는 83억 원이 시민방송 RTV에 지급됐다”며 “이 위원장은 부위원장 임기 종료 후 RTV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지적했다.

RTV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부터 공익채널 심사에서 탈락한 후 정부 지원이 중단되면서 폐업 위기에 몰리기도 했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방통위는 RTV를 10년 만에 공익채널로 다시 지정했다. 방통위는 여기에다 공익채널에 대한 추가적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RTV와 밀접한 관계인 이효성 위원장에게 특혜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 위원장은 1990년부터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1991년 한국사회언론연구회 회장에 이어 1998년 한국언론정보학회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이밖에 친언론노조 언론운동단체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와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원장 등을 지냈다. 1998년 3월부터 2003년 5월까지 역시 친언론노조 좌파언론단체인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 정책실장 및 이사를 역임했다.

유의선, 김원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가 사퇴한 자리에 보궐 이사로 선임된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도 대표적인 친언론노조 인사다. 앞서 노조원들이 이러한 직장·교회 등 찾아와 이루어진 비방과 협박에 못 견뎌 사퇴한 자리에 선임된 것이다.

김 이사는 한양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조치대에서 언론학 석·박사 과정을 거쳤다. 김경환 교수는 지난 2016년 11월 17일 박근혜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 보도와 관련, 공영방송 등 언론 책임을 비판하며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언론학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당시 이름을 올린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등 3대 학회 소속 언론·방송학자 484명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정권에 장악된 공영방송은 국민의 입과 눈이 되기보다는 권력의 호위병으로 기능했다”며 “만시지탄이지만 기울어진 언론 공론장을 바로잡아야 할 시점”이라고 공영방송지배구조 변화를 촉구했다. 이 같은 언론학자들의 주장은 언론노조가 주장하는 바와 동일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12년 4월 언론노조 기관지격인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는 언론노조가 주장하는 공영방송지배구조 변경을 강조하며, “원래 KBS와 MBC 방문진 이사는 상징적 의미가 강한 자리였지 지금처럼 자리챙겨주기 식으로 권력이 장악하는 자리가 아니었다”며 “그런데 그것이 MB정권 들어 자기 사람을 임명하고 난 뒤 강한 정파성을 갖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런 불평등한 구조를 여야 어느 한쪽도 독식하지 못하고 견제가 가능하도록 이사 선출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 사태를 지켜보면 아이러니한 대목일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MBC본부 노조위원장 출신의 최승호 전 뉴스타파 PD가 신임 MBC에 선임되자마자 배현진 뉴스데스크 앵커를 시청자에 대한 마지막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인사조치한 것과 ‘최승호판 블랙리스트’ ‘보복인사’ 논란이 확산됐다. 이후 최승호 MBC사장은 불법 파업으로 해고된 해고자를 전원 즉각 복직을 시켰고 자신과 뜻을 같이한 변창립 아나운서, 전 조능희 PD수첩 PD 등을 요직에 임명했다. 또한 취임 후에도 배현진 아나운서를 보직 이동시키거나, 보도국 개편이라는 명분 아래 해외 특파원을 전원 복귀명령을 시키며 인적개편을 지속하고 있다. 완연한 최승호MBC 체제로 탈바꿈하며 MBC를 노영방송화 시키는 작업은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종편 등 방송에 활발히 출연하고 있는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 역시 대표적인 친언론노조 인사이다. 문재인 대통령 홍보가 지나치다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KTV 국민방송 제천 참사 홈쇼핑 방송에서 패널로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친언론노조 학자들이 다수 출연해 편향 논란에 휩싸였던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인사이드’에 자문 교수단을 제외한 최다 출연 언론학자로 나타나 언론노조의 밀어주기 특혜 의혹을 산 바 있다.

그는 강의에서 “부당한 방송장악과 방송통제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국회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불법성과 부당특혜로 얼룩진 종합편성채널(종편)의 퇴출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종편 퇴출 주장은 언론노조 진영의 주장과 같다.

또한 최 교수는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 변경 문제에서도 특별다수제를 주장하며 언론노조의 주장과 궤를 함께한다. ‘사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및 편성위원회 구성 의무화 역시 언론노조의 이익을 그대로 대변한 주장이다.

최 교수는 당시 강의에서 “부당한 방송장악과 방송통제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해야 한다”면서 “부당한 방송장악과 방송통제의 희생자인 징계자와 해고자에 대해서는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도 친언론노조 성향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8월 말 내정돼 업무준비중이라고 보도됐지만, 아직까지는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공석으로 남아있다.) 강 교수는 지난 해 7월 4일 이른바 언론 적폐 청산과 언론개혁 실현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았었다. 강 교수가 회장을 지낸 한국언론정보학회는 언론노조에 대한 강력한 지지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었다.

당시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한국언론정보학회 등 13개 단체는 “2017년 언론 적폐 청산과 언론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당사자, 시민사회,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난 해 12월 26일 시청자미디어재단(CMF) 이사장에 취임한 신태섭 동의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도 친언론노조 학자로 분류된다. 신 교수는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KBS 이사, EBS 이사 등을 역임했다. 신태섭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 방송분야 미디어 교육을 총괄하게 된다. 이효성 방통위원장과 신 이사장은 모두 강성좌파언론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을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정연주 사장 해임에 반대하다 KBS 이사에서 해임됐을 당시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후 공모를 통해 지원한 10명의 후보자에 대해 임원추천위원회가 심사한 후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추천하는 절차를 거쳐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에 선임됐다.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부터 “MBC가 무너졌다”고 작심비판하는 등 ‘공영방송 슬로건’을 내세웠다. 지난 해 4월 24일 언론노조와의 간담회를 통해서는 언론노조의 미디어 정책 제안서를 전달 받은 바 있는데, 정책 제안서에 적시된 언론정책들은 현재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고 있다. 언론노조가 전달한 정책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해직언론인 복직·종편특혜환수 등 언론적폐 청산 △해직언론인 복직 △이명박 정권 이후 훼손된 언론의 편집, 독립성과 공정성 복구를 위한 정책 △지역언론 발전 등이다.

언론노조, KBS·MBC 공동파업승리 결의대회 개최(지난해 10월 23일)
언론노조, KBS·MBC 공동파업승리 결의대회 개최(지난해 10월 23일)

문재인 정부가 집권 후, 방송 정상화라는 미명아래 기존인원들이 내쫓기고 대체됐다. 좌익적 혹은 친정부 시민단체와 정부기관을 동원됐으며 임기가 보장된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진에 온갖 압박을 넣어 이른바 절차적으로 퇴진시킨 것이다. ‘방송 정상화’라는 명분 아래 방송이 한 쪽으로 기울어가는 모습에,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주장이 '자신들 진영에 맞는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본인들이 비판했던 ‘방송장악’ 행태가 또다른 모습으로 재현되는 모양새이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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