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이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주장했을 때 믿지 않았다. 원자력에 대해 깊은 조예(造詣)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잘 관리하면 충분히 안전하고 탄소 배출에 있어서는 화석연료에 비해 많이 자유로운 원자력이 국제사회에서 배척당하고 있다는 것은 '가짜뉴스'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올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지난달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탈원전을 추진하는 나라는 몇 개냐'라는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의 질문에 "20개국"이라고 답변하며 마치 36개국이 가입한 OECD에서 탈원전이 대세라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기자는 아직도 당시 최연혜 의원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정 사장에게 "똑바로 하세요"라고 질타했던 것이 잊혀지지 않는다. 최 의원은 올해 8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전환 정책을 비판한 책 '대한민국 블랙아웃'을 출간했고 그 책을 쓰면서 전세계 31개국이 원전을 가동하고 있다는 것과 OECD 회원국 중 탈원전을 추진하는 국가는 9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대한민국 원자력 수장이라는 정 사장의 20개국 발언은 상당히 황당했을 것이다. 

그나마 OECD 회원국 중 9개국이던 탈원전 국가 대열에서 대만과 프랑스가 최근 연거푸 이탈하면서 7개국(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한국, 오스트리아, 벨기에, 스위스)으로 줄었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본류(本流)로 알려진 독일 탈원전 정책의 민낯은 책 표지부터 독일스럽게 디자인된 독일전문가 최 의원의 '대한민국 블랙아웃'으로 실패한 정책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말았다. 이웃나라 프랑스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입하는 독일이 정말 탈원전에 성공했을까. 정답은 최연혜 의원이 출간한 책에 있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전임 대통령인 프랑수아 올랑드의 원전 축소 정책을 10년 연기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원전 축소'에서 '원전 유지'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올랑드 전 대통령은 전체 생산 전력 중 70% 이상을 원전에서 얻고 있는 프랑스의 원전 의존도를 2025년까지 50% 수준까지 낮춘다고 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2025년이 아닌 2035년까지로 원전 비중 축소 약속을 미뤘다.

지난 24일(현지시간) 탈원전 정책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한 대만은 작년 1월 법제화했던 '원전 제로'를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심지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을 선언한 일본마저 지난 7월 원전을 재가동했다. 원전 폐쇄 이후 발생한 전력 공급 불안정, 전기요금 급등 문제 등을 견디다 못해 원전 재가동을 선택한 것이다. 원전으로 만든 전기를 독일에 수출하고 있는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도 일본과 같은 이유로 원전 축소를 10년 연기했다. 

탈원전이 세계적인 추세라던 문재인 정부의 주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니 처음부터 믿지 않았기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주장의 허구성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더 적합한 표현일 수 있겠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가장 거리가 먼 김씨 3대 세습 왕조 '북한'을 두둔하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어찌보면 지극히 자연스럽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부터 체코·아르헨티나·뉴질랜드 3개국을 방문하는 5박 8일간의 해외순방에 나섰다. 청와대는 첫 방문지인 체코에서 문 대통령이 '원전 세일즈' 외교를 펼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체코는 두코바니·테멜린 지역에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세계적인 원전 기술을 보유한 대한민국은 미국, 일본,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과 경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체코에서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국빈 방문한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 대신 안드레이 바비시 총리와 회담했고 이 자리에서 "한국은 현재 24기의 원전을 운영 중이고 지난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며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도 사막이라는 특수한 상황, 환경에서도 비용 추가 없이 공기를 완벽하게 맞췄다"고 말했다. 

한국이 건설한 그 바라카 원전에 대한 운영권 일부가 최근 프랑스 최대 원전업체인 프랑스전력공사(EDF)에 넘어갔다. UAE 측은 한국전력 등 국내 업체에 보장했던 60년 독점 운영권을 깼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원전업계에선 국내 탈원전 선언에 따른 여파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탈원전을 추진하는 마당에 한국측의 안정적인 원전 운영에 UAE 측이 의구심을 품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세계적인 흐름이 탈원전이라면 문 대통령의 체코 원전 세일즈는 외교적 결례다.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확신이 없는 세일즈맨은 사실상 사기꾼이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판도라' 따위의 판타지 영화를 언급하며 '탈핵' 선언을 한 사람이 "40년간 단 한 건의 원전 사고가 없었다"는 진실을 입에 담는다는 것은 대한민국에 대한 모욕이다. 벌써 2년 가까이 지속되는 그의 '예의없음'과 능욕적 행태를 기자는 더 이상 용서하고 싶지 않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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