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대통령은 이스라엘 방문 중이라 총리와 호텔에서 회담..."왜 갔나" 의문 확산
靑, 文대통령이 체코로 떠나기 전 "원전 세일즈 외교 펼치겠다"
체코 현지 도착한 후에는 "원전은 면담 의제 아니다"
외교부는 '체코(Czech)'를 옛 명칭인 '체코슬로바키아(Czechoslovakia)로 잘못 표기해 비판 봇물
文, 총 8일간 체코-아르헨티나-뉴질랜드 등 이동거리 먼 3개국 순방
日 아베는 6일간 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 등 남미 3개국 방문
정규재 대표 "文 체코 방문은 '무리한 해외 순방"...왜 갔을까?"
이언주 의원 "文 체코 방문, 굴욕외교·망신외교·혈세낭비...자존심 상하는 국민들 마음도 생각하길"

문재인 대통령과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가 28일 오후(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힐튼 호텔에서 열린 회담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가 28일 오후(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힐튼 호텔에서 열린 회담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부터 체코·아르헨티나·뉴질랜드 3개국을 방문하는 5박 8일간의 해외순방에 나선 가운데 청와대가 첫 방문지인 체코에서부터 말을 바꾸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체코 국가 원수(元首)인 대통령이 이스라엘 국빈방문 중이어서 문 대통령은 총리와 회담을 갖는 비정상적 외교 행태도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아르헨티나 방문에 앞서 체코를 먼저 방문한 뒤 아르헨티나를 거쳐 뉴질랜드를 찾을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체코 방문에서 28일(현지시간)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 대신 안드레이 바비시 총리와만 프라하 힐튼호텔에서 회담을 했다. 제만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국빈방문하느라 문 대통령의 방문 기간 동안 체코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이날 제만 대통령으로부터 "문 대통령을 직접 만나뵙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체코가 의원내각제 국가이기 때문에 총리에게 실권이 있어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고 해서 정상회담으로서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체코는 일반적인 의원내각제 국가인 독일, 인도 등과 달리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하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총리 못지않게 대통령의 영향력이 크다. 공산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을 이끈 저명한 작가로 공산주의가 무너진 뒤 초대 체코 대통령을 지낸 바츨라프 하벨은 국제사회에서 명실상부한 국가 원수로 인정을 받았다. 이때문에 제만 대통령이 이스라엘 방문을 위해 수도(首都)를 비운 시기에 굳이 체코를 방문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바비시 총리의 집무실이 아닌 호텔에서 열린 회담에서 '원전(原電)'을 언급하기는 했다. 하지만 모두 발언에서 원전을 거론하지 않았고, "한국의 뛰어난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체코에서 추진되는 원전사업에 한국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형식적인 이야기와 "한국은 40년간 단 한 건의 원전사고도 없었다"는 말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6년 12월 18일 부산에서 영화 '판도라'를 보고 "엊그제도 진도 3이 넘는 지진이 두 차례 발생했는데, 이제는 울산, 고리, 월성 이런 쪽이 전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40년간 원전사고가 없었다는 이날 자신의 발언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날 문 대통령과 바비시 총리와의 회담 형식을 두고도 혼선이 있었다. 청와대는 당초 체코 총리와의 '회담'이라고 했다가 28일에는 다시 '면담'으로 고친 뒤 회담 직전에는 다시 '회담'으로 수정하는 촌극을 벌였다. 이에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원래부터 회담이었고, 일부 실무자의 실수로 '면담'이라는 오기(誤記)가 있었다"고 변명했다. 예정됐던 체코 현지 동포 기업인과의 간담회 역시 일정상의 이유로 직전에 취소됐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체코로 떠나기 전 체코에서 '원전 세일즈' 외교를 펼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현지에 도착한 후 갑자기 말을 바꿨다. 체코는 두코바니·테멜린 지역에 1000㎿급 원전 1~2기 건설을 추진 중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중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미국 등이 경쟁하는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순방 전 "체코가 원전 추가 건설을 계획하는 부분이 있다"며 "우리의 강점을 충분히 전달할 좋은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고 이 발언은 대부분의 국내 언론에 비중있게 보도됐다. 당연히 문 대통령이 체코에서 '원전 세일즈'에 나설 것이라는 언론의 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지에서 "원전은 총리와의 면담 의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막상 총리와 회담을 시작하자 형식적으로 '원전'을 언급하며 생색을 냈다. 이와같은 계속된 말 바꾸기는 문 대통령 본인도 아직까지 '탈(脫)원전' 정책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원전 세일즈' 외교를 철회한 이유가 '국내에서 탈(脫)원전 정책을 고집하면서 해외에서 원전 세일즈에 나서냐'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대한민국 외교부 공식 영문 트위터)
(사진=대한민국 외교부 공식 영문 트위터)

문 대통령의 체코 방문과 관련해 외교부의 어이없는 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외교부는 27일 공식 영문 트위터 계정에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해외순방 일정 첫 방문지인 '체코(Czech)'를 옛 명칭인 '체코슬로바키아(Czechoslovakia)'로 잘못 표기해 비판을 받고 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지난 25년 전인 19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독립했다.

전세계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외교부가 팔로어 약 1만 5000명인 공식 트위터에서 25년 전 국가명을 사용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것이다. 외교부 측은 "담당 직원의 실수로 문제를 알고 바로 시정했다"고 밝혔지만 네티즌들은 "나라 망신이다" "무능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이 5박 8일동안 체코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등 동선상 이동거리가 먼 3개국을 방문하는 것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순방을 비교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8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9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총 6일간의 일정으로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 3개국을 방문한다.

아베 총리는 G20 회의가 열리는 아르헨티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확정됐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도 조정 중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아르헨티나 방문에 이어 인접한 우루과이와 파라과이를 각각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체코 방문을 '무리한 해외 순방'으로 규정했다. 정 대표는 "문재인의 체코 방문은 여러가지 논란을 부르고 있다. 우리가 던질 수밖에 없는 여러가지 질문들은 결국 '왜 갔는가' '왜 갔을까' 하는 문제로 귀착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아예 내치는 포기하는 것인가. 벌써 한달째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들은 불발"이라며 "청와대는 지금 누가 관리하고, 누가 장악하고 있는가. 비어있는 청와대를 점점 걱정스럽게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경기 광명시을·재선)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해가 안 간다. G20 회의가 열리는 아르헨티나로 향하는데 굳이 중간 기착지 별도 방문을 해야 합니까?"라며 "대통령 전용기로 가신 거 아닌가요? 설사 중간 기착지가 있어야 하는 여정이라 해도 왜 그 기착지가 체코여야 하는지요?"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더구나 체코 대통령도 부재중인데 이런 망신이 어딨습니까? 외교부는 해당 국가에 정상이 부재중인지 체크 안 하나요?"라며 "이제 굴욕외교, 망신외교, 혈세낭비 지켜보며 자존심 상하고 실망하는 국민들 마음도 좀 생각했으면 합니다"라고 한탄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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