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영 칼럼] 촛불 2년, 민주주의는 안녕하신가
[김인영 칼럼] 촛불 2년, 민주주의는 안녕하신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인영 객원 칼럼니스트
김인영 객원 칼럼니스트

서론 - 2016년 촛불과 한국정치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킨 2016년 촛불집회가 2년이 되었다. 본 글은 촛불 2, 우리는 얼마나 더 나은 민주주의와 정의(正義)를 성취했는지 가늠해보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

필자는 2016년 말 당시의 정치를 지켜보며 한국정치의 남미화를 우려하는 글을 발표했다. 몇 대목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2016년의 한국정치는 광장의 요구 폭발과 이러한 광장의 요구가 법과 제도에 의해 순화되지 않고 정치과정을 압도하고 무시하며 정치적 불안정(political instability)을 증대시키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2016년의 한국정치는 양당체제(two-party system)의 정치적 안정(political stability)을 기반으로 하는 영미(英美)형 경쟁체제 내지는 다당(multi-party)의 협력에 기반을 둔 북유럽형 연립정권 체제로 가느냐 또는 잦은 시위와 포퓰리즘에 기초한 정치적 불안정, 좌파정권으로 가느냐의 길목에서 후자의 길, ‘남미화’(南美化)의 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남미화의 길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필자는 남미화의 여러 특징들 가운데... “민주화를 뒷받침할 제도와 국민교양의 미비, 그리고 과격한 언론, 강성 노조, 반미(反美) 정책, 법질서 붕괴, 좌경적 경제정책의 채택에 주목한다....분석해보면 최근의 한국정치의 양태는 대의민주주의의 제도화를 통한 정치발전과 성숙한 민주주의로의 길에서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 가지 측면에서 남미화징후를 찾을 수 있다.

첫째, 분열과 대결의 지속으로 정치적 불안정을 가중시켰다. 국민이 원하고 바라던 타협(妥協)과 협치(協治)는 개념으로만 존재할 뿐이었고, 결과는 여야의 끊임없는 대립이었고 야당은 주도권과 선명성 다툼에 몰두했다....

둘째, 광장의 촛불의 요구가 헌법에 규정된 대의민주주의 기관인 국회의 논의와 결정을 압도했다. 대한민국 광장의 정치는 아테네의 아고라(Agora)에서 행해진 직접민주주의 보다 세련되지 못했고, 국회 정치를 압도하며 대의민주주의 후퇴를 결과했다. 왜냐하면 광장의 촛불이 국민의 명령이라고 한다면 더 이상 대의민주주의 제도인 투표도 선거도 국회도 존재의 이유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헌법기관인 국회가 결정의 기준으로서 촛불의 명령을 인용함으로써 스스로 위상을 낮추었음에 주목해야 한다. 아울러 앞으로 국회의 결정들이 광장의 촛불에 의해 뒤집혀지고, 그것이 상시화 된다면 의회정치는 없어지고 광장의 촛불에 의한 결정만 남게 될 것이다. 이는 대의민주주의의 후퇴를 의미한다.

셋째, 입법부가 법률에 의한 규제를 통해 경제에 개입함으로써 경제의 자유 영역을 무너뜨리고 있다. 내년 또는 가까운 미래에 사회주의로의 길, 또는 좌클릭 정당(또는 좌파 집권)에 의한 통제 경제로 나아갈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들 정도이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관련 촛불 시위에서 민주노총 등 노조세력이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남미의 강성 노조 세력이 페론(Peron) 정권과 같은 포퓰리즘 정권의 집권 기반이 되는 현상과 오버랩(overlap) 되고 있다. (김인영, “위기의 2016, 무엇이 문제였나? - ‘남미화’(南美化)의 길에 선 한국정치,” <위기의 2016, 무엇이 문제였나>, 자유경제원 세미나, 20161229. 밑줄은 강조를 위해 필자가 추가한 것임.)

 

2018년 한국정치와 남미(南美)로의 길

당시 이미 한국경제가 남미화되어간다는 지적은 많았지만 정치까지도 남미(南美)로의 길로 들어서는가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었다. 당시 한국정치는 남미 정치의 특징인 대통령제, 다당제, 정치 불안정, 노조의 정치개입이 점차 고착되어 나타나고 있었다. 연립정부를 만들어 통치해야 하는 내각제에나 어울릴 다당제가 대통령제 권력구조와 결합하면서 이합집산으로 편을 짜느라 정치가 불안정해지고, 노조가 정치의 주요세력으로 등장하는 현상이 한국정치에 고착되고 있었다. 현재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는 한국노총 출신이고, 더불어민주당의 홍영표 원내대표는 대우자동차 노동자 대표의 경력을 가지고 있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노동운동의 경력을 내세우는 등 정치권에서 노조·노동운동 출신이 우대 받으며 또 강력한 세력을 만들어 전면에 나타나고 있었다.

2016년 정치를 분석하며 예상했던 현상, 즉 정치가 불안정해지고 노조가 주도하는 남미식의 나라로 더욱 깊이 빠져 들어가는 모습에 마음이 불편하다. 하지만 더욱 마음에 걸리는 것은 한국정치가 2년 전보다 더 민주적이 되지도 또 사회가 더 정의로워지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탄핵을 가져온 박근혜 대통령 시절의 최순실의 국정개입은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특검의 발표와 달리 실체가 모호해졌고, 관계자들이 형사 처벌을 받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대표되는 권력의 자의적 행사는 지금은 그런 권력을 행사할 필요조차도 그런 리스트도 만들 필요도 없이 문화·언론계가 한편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버렸다.

더구나 지금의 권력은 능력도 자질도 되지 않는 공직 후보자들이 법규 위반에는 기적의 재능을 발휘하여 무수한 위장전입다운계약서작성을 감행한 범법(犯法)의 달인들끼리 나눠먹는 자리쯤으로 보이는 지경이다. 거기에 낡고 구태에 찌든 친박의 호가호위(狐假虎威)가 민주노총, 한국노총 전교조, 참여연대 등 문재인 정권 수립에 공을 세운 집단들의 요직 독점과 자리다툼으로 바뀌었을 뿐 한국의 민주와 정의의 실현은 달라진 것 없이 요원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의 양대 노조가 말하는 민주정의란 단지 노조에게만 유리한, 노조에 의한. 노조를 위한 정치와 경제 체제의 수립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공공기관, 공기업, 그리고 사기업까지 펼쳐진 일자리는 그들 자식들과 친척들만을 위한 고용 승계용() 일자리요 거기서 남은 부스러기를 줍기 위해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필기시험과 면접을 준비했던 것이다. 세금을 걷어 청년들에게 나누어준들 그것은 일시적 진통제 투여에 불과하며 진정한 복지란 청년들에게 일할 기회와 일을 통해 자아(自我)를 실현하고 사회에 기여하게 하는 것임을 여당과 노조만 모르는 것 같다. 정치인과 노조는 이미 일자리를 가졌고 또 그 일자리를 물려줄 힘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생망의 청년들이 다음 생()에는 민주노총 간부의 자식으로 태어날 것을 기원하는 허망한 현실이다. 결국 우리는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노조간부만 잘 살고 나머지 모두 함께 못사는 경제로 추락해 가고 있는 현실이다. 결국 박근혜 정부로부터 문재인 정부로의 이전은 소위 말해 정권 교체이자 권력 교체일 뿐 민주정의의 구현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여 진다.

 

자유민주주의, 더 나아지고 있는가

민주주의는 어떠한가? 2016년 촛불시위 이후 우리의 자유민주주의가 더 나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촛불에 참가한 시민들이 외쳤던 나라다운 나라’, ‘정치다운 정치가 지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촛불 2만에 대의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후퇴라고 할 수 있는 현상들을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는 현실이 되었다.

그 첫 번째는 소위 청와대 정부현상이다. ‘청와대 정부현상은 청와대 정부의 저자 박상훈 박사가 처음 제기하고 줄기차게 지적해온 문제점이다. 한마디로 민주정부라고 자칭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헌정 원리인 3권 분립의 견제와 균형이 늘 훼손되는 청와대 독주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서실의 업무는 대통령 보좌가 본질인데 비서실이 직무 범위를 벗어나 국정의 전면에서 진두지휘하고 각 부() 장관을 실무 집행자로 만들어 버렸다. 문제의 핵심은 이렇게 비서실의 역할이 직무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남북관계 및 외교는 청와대가 압도적으로 주도하고 통일부와 외교부는 청와대 뒤치다꺼리에 몰두하고 있고, 경제 부분에서는 정책실장의 소득주도성장 추진으로 경제 부총리의 역할이 위축되고 청와대-행정부의 갈등이 표면화 되었었다, 민정수석의 헌법개정안 발표는 총리와 법무부 장관의 업무를 대신한 것이었고, ·경 역할분담안 준비에서는 여당과 국회의 입법기능조차 무시한 것이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이라는 직무 범위에 맞지 않은 타이틀을 가지고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 국방부 장관을 대동하고 전방 DMZ를 시찰했던 일은 역사에 남을 청와대 정부의 본질적 사건이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청와대는 비대화 되고 청와대의 국정 진두지휘 관행이 시스템화 되면 국무회의는 약화되고, 헌법기관 국회는 무력해진다. 결국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이 계속된다면 2년 전 촛불 시위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독주의 모습이 문재인 정부에도 재현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게 될 것이다. 박근혜 청와대이든 문재인 청와대이든 청와대의 독주는 권위주의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대의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부정하는 현상들이 계속되는 현실의 모습이다. 민주주의 원리는 기본적으로 다수에 의한 지배이지만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수에 대한 배려가 함께 간다. 따라서 민주주의 체제란 다수와 소수의 다양한 관점과 이해관계의 공존을 전제로 이들이 경쟁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다수의 의견에 기반해서 정부가 집행을 하는 체제를 말한다. 때문에 민주적 태도라는 것은 한마디로 다름과의 공존을 의미하고 동의하지 않음에 동의’(agree to disagree)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과거 정권을 적폐로 규정하여 없애버려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자신들만 옳다는 도덕적 독선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함께 할 수 없다. “적폐청산은 민주주의의 언어가 아니고 따라서 정치발전에 기여할 수 없다.”라고 한 원로 정치학자의 지적은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이러한 독선과 오만의 정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도 나타났다. ‘독선과 오만의 정치는 증오와 분열의 정치를 가져왔고, 미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의미했다. 이와 관련하여 하버드대의 스티븐 래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렛은 여러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국민이 선출한 지도자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고 자신들의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에서 주장하고 있다. 선출된 독재자가 국민의 지지라는 이름으로, ‘사법부를 효율적으로 개편한다는 명분으로 민주주의를 스스로 파괴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래비츠키와 지블렛은 정당이 서로를 위협적인 적으로 간주할 때 정치 갈등은 심해진다상호 관용’(mutual tolerance)이 민주주의 유지에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적폐 청산이 정치 갈등을 부추길 뿐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또 래비츠키와 지블렛은 정치인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제도적 권력을 자제하는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를 민주주의를 지키는 가드레일’(guard rail)로 강조하고 있다. 임명 권한이 있어도 측근을 사법부 수장에 앉히지 않는 권력 사용의 절제를 말하는 것이다. 측근을 사법부 수장에 앉힐 수 있지만 그렇게는 권력을 사용하지 않는 제도적 자제가 민주주의를 지키는데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청와대가 코드에 맞는 대법원장이나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 이번 정부에 들어서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무시하는 태도가 특히 심각하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은 국회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는 수단이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권한 행사에는 엽관제(spoils system)가 포함되지만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사가 상식적인 수준의 도덕성 기준을 통과해야 함을 전제로 한다. , 일반적인 도덕적 기준을 맞추지 못한다면 능력 있는 인사라고 하더라도 임명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1년 반 밖에 지나지 않은 정부가 10명의 인사를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하였다는 것은 심각을 넘어서 위험하다는 느낌이 든다. 다음의 표는 청와대 인사검증제도의 문제점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지만

임명이 강행된 고위공직자 리스트>

조명래

환경부 장관

위장전입, 자녀이중국적 문제, 다운계약서, 증여세 늑장납부 및 탈루·쪼개기 의혹 등

미채택

임명강행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위장전입, 우석대 강사 허위경력 등

미채택

임명강행

강경화

외교부장관

위장전입, 논문표절, 부동산 투기 등

미채택

임명강행

송영무

국방부장관

음주운전, 방산비리 로비스트 활동 등

미채택

임명강행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기족의 고액상속 쪼개기 증여 등

미채택

임명강행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다운계약서,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미채택

임명강행

이은애

헌법재판관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등

미채택

임명강행

이석태

헌법재판관

이념의 편향성 지적

미채택

임명강행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세금탈루 등

미채택

임명강행

양승동

KBS 사장

세월호 참사 당일 노래방 법인카드 부정 사용 등

미채택

임명강행

(자료=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실)

 

결론 - 불통의 정치와 민주주의의 후퇴, 그리고 소회(所懷)

그런데 이러한 권력집중 현상의 문제점을 언론과 정치인들이 누누이 지적을 했음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데 진정한 문제가 있다. 이러한 청와대 독주를 정권 차원에서 방치하고 변호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자신들이 의도했던 정책들을 밀고 가겠다는 신호다.

이렇게 개혁 추진을 위해 민주주의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을 무릅쓴다면, 자신들이 했던 과거 박정희 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해 민주주의를 희생시켰다, 그래서 권위주의 정권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비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아니 도리어 미워하며 서로 닮는다는 평가를 벗어나기 힘들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뭐든지 다 맞아현상에 직면해 있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은 무오류와 무엇이 다른가. ‘절대선의 정치는 오만과 독선으로 그리고 지지율 하락으로 이끌 뿐이다. 정책이 잘못되어도 자신의 지지 세력을 기반으로 끝까지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경직성과 불통이 문제라는 것이다.

촛불 2만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후퇴하고 있는 모습들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는 차치하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조차 안녕하지 못하고 시장경제는 국가주도 경제로 바뀌고 있다.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사치라는 말인가?

김인영 객원 칼럼니스트(한림대 정치학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7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