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5촌 조카, 북한 네 차례 방북한 미국 내 북한 전문가
일각에선 대북문제 오판 따른 경질 가능성 추정
해스펠 CIA 국장, 김 센터장 퇴임 사실 확인

조선중앙TV는 10월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전날 회동한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에 동행한 앤드루 김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과 악수하는 모습(연합뉴스)
조선중앙TV는 10월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전날 회동한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에 동행한 앤드류 김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과 악수하는 모습(연합뉴스)

앤드류 김(한국이름 김성현)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KMC)이 퇴임한다. 김 센터장은 미북 비핵화 협상의 막후 조율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해온 '키맨'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네 차례 방북에 모두 동행했으며, 김정은과의 회담에도 배석했던 인물이다.

지나 해스펠 CIA 국장은 2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김 센터장의 퇴임 사실을 확인했다.

해스펠 국장은 김 센터장이 “28년을 복무하고 한 차례 퇴임을 시도했었다”며 “놀랍고도 매우 잘 알려진 최상의 경력을 마무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김 센터장에게 행운을 빈다”고 전했다.

한국 국가정보원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김 센터장은 다음 달 20일 CIA를 사직하고 스탠퍼드대 산하 연구소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그는 이달 중순 방한했을 당시에도 일부 지인들에게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스탠퍼드 대학에서 몇 달간 머물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CIA 국장으로 재직할 때 한반도 문제 관련 최측근 참모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국무장관이 된 후 지난해 5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특수조직으로 KMC를 창설하고, 책임자로 CIA의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였던 은퇴한 김 센터장을 영입했다.

그 동안 김 센터장은 미북 비핵화 협상의 ‘키맨’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의 네 차례 방북에 모두 동행했다. 또한 김정은과 면담이 있을 때마다 배석했으며 통역을 맡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관련 회의를 소집했을 때도 참석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0월 7일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김정은과 회동할 때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동석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11일 당시 북한과의 회동에 미국 측 통역이 배제됐다는 지적에 “한국어를 하는 우리 동료가 배석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김 센터장을 의미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미북 정상회담의 일정 확정에는 그가 미리 평양에 들어가 실무 정지작업을 한 공이 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센터장의 퇴임으로 미북 비핵화 대화를 둘러싼 교착 국면에서 미북협상이 더욱 차질을 빚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한미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북 고위급 회담이 북측 요청으로 돌연 연기된 가운데 미국 측이 북한에 "28일까지 만나자"고 다시 제안했지만 북한은 아직 확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앤드루 김 센터장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5촌 외종조카(어머니 사촌 형제의 아들)으로 알려졌다. 사석에서 앤드류 김 센터장은 정 실장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센터장은 평소에도 정 실장과 자주 소통하며 외교, 안보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이 김 센터장과 친척 관계라는 점이 미국의 신뢰를 얻고 맥매스터 보자관 및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 등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또한 그는 서훈 국정원장과 서울고 동문이다. 이런 인연 때문에 지난 3월 8일 정 실장과 서 원장이 미국을 방문해 미북 정상회담 수락을 받아냈을 때 일부 언론엔 김 센터장의 이름이 함께 오르기도 했다. 서 원장이 대북 특사로 북한을 방문하기 직전 김 센터장을 극비리에 만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또한 그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한국에 머무르면서 맹경일 북한 통일전선부 부부장을 만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센터장은 한국에서 태어나 서울고등학교 재학 당시 미국에 이민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이 된 후 CIA에서 일하며 방콕 지부, 베이징 지부 등을 거쳐 한국지부장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책임자(차관급)를 지낸 북한 전문가다. 작년 5월 CIA가 설립 사실을 공개한 KMC의 센터장에 임명됐다. KMC는 CIA 소속 대북 특별 조직으로, 북한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대북 공작 업무를 수행한다. 직원만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정보국(DIA) 등 미국 내 다른 정보기관과 협업해 대북 군사 옵션도 다룬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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