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법원행정처가 짠 재판계획 선관위 전달…공무상비밀누설 혐의"

이인복 전 대법관 [연합뉴스 제공]
이인복 전 대법관 [연합뉴스 제공]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출석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이인복(62)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청와대 요청으로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로 위헌정당 판정을 받은 옛 통합진보당 재산의 국고귀속 소송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이 전 대법관이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대법관은 앞서 참고인으로 두 차례 소환 통보를 받았지만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본다"며 출석을 거부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조만간 이 전 대법관에게 세 번째로 출석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 전 대법관이 3차 소환 통보에도 불응하면 공무상비밀누설 피의자로 입건해 강제수사에 들어가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피의자로 검찰 수사를 받는 전직 대법관은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을 포함, 4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 전 대법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임하던 2014년 12월 옛 통진당 재산의 국고귀속 소송 처리방안을 담은 법원행정처 내부문건을 중앙선관위 직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청와대로부터 "통진당 잔여재산 환수를 위해 가압류와 가처분 중 어느 것이 적정한지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대법원 재판연구관들로부터 검토의견을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는 "가압류가 아닌 가처분이 적당하다"는 취지의 '통진당 예금계좌에 대한 채권가압류 신청사건에 관한 검토' 문건을 만들었다. 이 문건은 이 전 대법관을 통해 소송의 원고인 중앙선관위 측에 전달됐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박모 중앙선관위 법제국 해석과장에게 가처분 신청을 사실상 종용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각급 선관위는 예금채권에 대해 일괄적으로 가처분 신청을 했다. 통진당 관련 소송을 맡은 전국 법원의 재판부와 청와대 역시 법원행정처로부터 같은 문건을 받았고 가처분 신청은 모두 인용됐다.

내란음모 혐의로 위헌정당 판정을 받아 해산된 통진당 재산 국고귀속 소송은 전례가 없는 만큼 재판부마다 결정이 엇갈릴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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