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고발제 폐지, 기업 대상으로 한 고발 난무할까 우려
지배구조 규제 강화로 기업들 지분 매각하거나 사업 포기해야할 판
전문가들 "외국계 투기자본에 넘어갈 수 있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대기업에 대한 고발이 난무하고, 지배구조 개편을 강제하게 될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27일 국무회의를 통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한술 더 떠 대기업 총수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미 한국은 '규제 공화국'이란 수식어가 달릴 만큼 기업하기 힘든 나라로 손 꼽히고 있지만, 이번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기업활동 및 경영을 옭죄는 규제가 더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실물경제가 악화되고, 온갖 규제로 인해 신산업에 대한 동력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에 따른 지배구조 개편에만 에너지를 쏟게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나아가 지배구조에 대한 정부의 강제가 결국 해외 자본의 한국 기업 경영권 공격만 유리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전속고발제는 공정위의 고발 없이도 검찰이 독자적으로 수사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전속고발제란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는 고발권이 남용돼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80년 도입됐다. 말하자면 담합 동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주요 권한이었다. 그러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제도를 만든 취지와는 달리 공정위의 권한을 내려놓겠다면서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선 공정위가 참여연대 등 대기업을 주요 표적으로 삼는 단체들이 고발을 남발할 길을 열어줬다는 비판이다. 그동안 김 위원장이 몸담았던 참여연대를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들은 공정위가 기업 고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주장하며 전속고발제 폐지를 일관되게 요구했왔다.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내용 중에는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기 위한 대상도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이 규제 대상을 현재 '총수 일가 지분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서 '상장·비상장사 모두 20%'로 통일하기로 했다. 또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에 한해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로 인해 규제 대상 기업이 203곳에서 440여 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늘어나는 규제 대상들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거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계열사들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보여 기업들이 받는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 규제로 인해 기업들은 결국 지분을 추가로 매각하거나 사업 자체를 포기, 매각할 수밖에 없게 되며, 나아가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포이즌 필이나 차등 의결권 등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전무한 환경에서 기존 지배구조 방법마저 규제 범위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지분 매각을 통해 총수 지분이 낮아질 경우 해외 투기 세력들로부터 손쉽게 경영권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 요건도 강화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보유지분율은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기존 20%에서 30%로, 비상장회사는 40%에서 50%로 상향한다.

이번에 새로 포함된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과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도 기업들에겐 큰 부담이다. 자산 10조원 이상의 신규 대기업 집단에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규제를 신설하고,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행사도 15%까지만 인정한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만약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소수 주주들이 이사 선임 때 특정인에게 몰표를 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가 법으로 의무화되며,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 의결권도 제한된다.  

이에 한국경제연구원이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의 이사회와 지분율을 분석한 결과, 이 상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7개 기업의 이사진 절반이 투기자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또 외국계 투기자본이 연합하면 30개 기업 중 19개 기업의 감사위원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선출할 수 있어 재계에선 "국내에선 기업 하지 말라는 법안"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기업을 옥죄는 규제 법안을 두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총은 이번달 대주주 의결권 등을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은 기업에 대한 외국계 투기자본의 공격을 더욱 용이하게 하는 조치로 신중한 재검토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전달했고, 차등의결권, 포이즌 필 도입 등 경영권 방어수단의 법제화가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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