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 상무 가격하며 "집 어딘지 안다…식구 가만 안 놔둘 것"
철수하며 사무실 바닥 물청소…"우리는 이판사판"

유성기업 제공
유성기업 제공

민노총의 폭행현장을 지켜본 최철규 유성기업 대표와 임원들의 진술서가 공개됐다. 진술서에 따르면 유성기업 민노총 노조원들은 노무담당 임원 김 모 상무를 가격하면서 "나는 너의 집이 어딘지를 알고 있다" "식구들 가만 놔 둘 줄 아느냐"고 협박했다.

지난 26일 아산경찰서의 발표에 따르면, 민노총 노조원들의 김 모 상무 폭행은 지난 22일 오후 4시경 충남 아산시 둔포면 유성기업 아산공장 본관동 2층 노무담당 대표실에서 일어났다. 당시 민노총 소속 유성기업 금속노조원 10여 명은 김 상무를 집단폭행하며 위와 같이 협박했다. 이 회사의 민노총 노조원들은 김 상무를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은 후 따귀를 때리며 집 주소를 말했다고 한다. 진술서를 작성한 한 임원은 "잠시 후 직원들이 들어왔지만, 노조원들은 '채증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했다"라고 적었다.

진술서에서는 폭행 이후 상황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철수하라는 노조 지도부 연락을 받은 10여 명은 사무실 바닥에 물을 뿌리며 김 상무의 피를 닦아 증거를 인멸했다고 한다. 이들은 철수하면서 "김 상무를 내보내지 않고는 정상화가 될 수 없다. 우리는 이판사판이고 끝장을 볼 것이다"고 했다. 경찰이 진입한 것은 폭행 후 20분이 지난 뒤였다.

지난 22일 충남유성기업 아산공장에서 금속노조원들에게 폭행을 당한 김모 상무가 119 구급대원의 응급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유성기업 제공)
지난 22일 유성기업 아산공장에서 금속노조원들에게 폭행을 당한 김 모 상무가 119 구급대원의 응급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 = 유성기업 제공)

당시 회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막혀 40여 분 간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 또한 폭력에 가담한 노조원들이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동안 단 한 명도 검거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40여 명의 노조원이 대형을 이루고 막는 바람에 진입이 어려웠고, 김 상무가 폭행당하며 내지른 비명소리 역시 (노조 측) 구호소리에 막혀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사건 발생 후, 최 대표는 충남 아산경찰서와 고용노동부 천안고용노동지청장에게 항의 공문을 발송했다. 최 대표는 이 공문에서 "민노총 조합원 10명이 집무실 내에 대표이사와 노무담당 임원을 감금하고 집탄구타하는 상황에서 112에 '사람이 맞아죽는다. 빨리 와달라'고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상황을 지켜만 보고 구출 시도를 하지 않았다", "경찰은 현장 출동 이후에도 범인들을 체포하지 않고, 이들이 회사 식당에 모여 회의를 진행하는 데에도 지켜보기만 했다"고 적었다.

아산서는 당초 회사 측 공문에 대해 "일방적인 주장이다. (출동 경찰들은) 폭행 현장을 못 봤고, 피의자가 특정되지 않아 체포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비판이 이어지자, 충남경찰청이 자체적으로 당시 현장 출동 경찰들의 직무유기 여부에 대한 자체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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