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지금처럼 북한이 협상에 응하지 않는 어정쩡한 상태는 계속 갈 수 없다"...중앙일보 워싱턴發 보도
"북한은 시간이 자기편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대북 제재는 비핵화 전까지 풀지 않을 것"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사진=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사진=연합뉴스)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對北)특별대표가 지난주 한국과의 워킹그룹 회의에서 "지금처럼 북한이 협상에 응하지 않는 어정쩡한 상태는 계속 갈 수 없다"며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Window of opportunity is closing)"고 말했다고 중앙일보가 27일 오후 인터넷판을 통해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워싱턴특파원발(發) 기사에서 미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20일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의 단독 회담 및 워킹그룹 실무진들과의 전체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는 이도훈 본부장과의 단독회담에서 전격 취소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의 뉴욕 고위급 회담을 27~28일 다시 열자는 미국 측 제안에 대한 북한의 무응답을 언급하며 "미ㆍ북 협상 추진파들도 (미국)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몰리고 있는 데다,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이 되면서 이렇게 시간만 흐르게 할 순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건 대표는 "북한은 시간이 자기편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5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대외적으로는 "우리는 인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미 행정부에서는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비건 대표의 발언을 놓고는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를 통해 북한에 직간접적으로 "미북 협상을 지체시켜 좋을 것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달 7일 폼페이오의 4차 방북 이후 사실상 미ㆍ북 협상을 방치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이대로 가면 미국도 협상 창구를 닫고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ㆍ북 정상회담 이후 폼페이오 장관이 4차례나 평양을 찾았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다는 미국 내 비판을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 정부 관계자는 "대화론자들은 차분한 태도를 보이지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심을 품고 있는 강경파들은 '북한과는 힘들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미 행정부의 기류를 비건 대표가 솔직하게 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비건 대표의 발언은 현재 국무부 내 대화파가 행정부내 매파에 북한이 대화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과도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 미 국무부는 한국 측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협상 주도권을 통일전선부와 외교부 중 어디로 줄지 결정을 못 했거나, 미국과 주고받을 협상 카드를 아직 훈령으로 주지 못해 미ㆍ북 회담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듯하다"는 견해를 전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협상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미 정부가 사실상 '비핵화 협상 중단'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한편 비건 대표는 회의에서 "대북 제재는 비핵화 전까지 풀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에 한국 측은 "연내에 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 종전선언, 철도 착공식의 세 가지를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고, 미국 측은 "애써보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