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진에 無言의 질책? 12일, 19일, 26일 모두 수보회의 안 열거나 취소돼
文 최근 두달 넘게 사실상 北 대리외교, 순방과 휴가 반복…김수현 임명後 내정 구멍
文 참모진 질책 늘어…10월10일 수보회의서 환경비서관 보고에 "작년과 뭐가 다르냐"
"최근 국무회의서도 몇몇 장관 대통령에 쓴소리 들었다" "쉽게 안건 못 올려" 후문
'정책실장 적응기? 무언의 질책?' 관측 분분…김종천 만취음주운전 파문에도 文 침묵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3주 연속(12일·19일·26일)으로 참모진과의 수석·보좌관 회의를 걸렀다. 문 대통령이 "작년과 뭐가 달라졌느냐"는 등 참모진들을 질책하는 일이 늘어 안건 보고를 올리기 꺼리는 분위기가 됐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복수 언론에 따르면 26일 청와대 관계자는 당일 수보회의가 예정됐다가 취소된 것과 관련해 "순방을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27일부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등 5박8일 일정으로 체코·아르헨티나·뉴질랜드 순방을 떠난다. 하지만 대통령이 8일간 청와대를 또 비울 예정인 가운데 국정수행의 주요 수단인 수보회의를 거듭 건너뛰었다는 점에서 '국정 소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최근 두달여간을 대외일정을 소화하는 데 할애했다. 27일 떠나는 순방은 앞서 ASEAN과 APEC 정상회의 참석차 5박6일 해외순방(13~18일)을 소화한 지 열흘 만에 또 외유에 나서는 것이다. 이 기간 북한을 정상외교에 편입시키려는 노력이 줄곧 엿보였다. 틈틈이 쉬기도 했다.

이전에는 지난달 13~21일 ASEM 참석 및 사실상의 대북제재 완화 외교,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 '김정은 대리 초청'차 7박9일 유럽 순방을 다녀왔고 이달 2일 하루 '올해 11일째 평일 연차휴가'를 내는 등 내정(內政)에서 물리적으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일정의 연속이었다. 9월에는 18~20일 북한 김정은과의 세번째 회담차 방북(訪北) 일정을, 유엔총회 참석차 23일 출국해 3박5일간 방미(訪美) 일정을 소화하고 27~28일 이틀간 9~10일째 평일 연차휴가를 보냈다.

'북한 중심' 외교를 벌여온 두달간 중 후반기에 이르러 청와대의 공식회의가 세차례 '공백'이 돼버린 것이다. 청와대 내부에서 '보고 참사'라는 말이 돌 만큼 파장이 일었던 것이 내정 소홀의 원인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10일 수보회의에서 김혜애 기후환경비서관이 미세먼지 대책을 보고한 것이 발단이 됐다"고 언론에 말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보고후 "작년과 뭐가 달라졌습니까"라고 질책했고 회의 분위기가 급격히 냉랭해졌고, 또 다른 참모가 사실과 다른 보고서를 제출하자 문 대통령은 "이게 정말 맞느냐?"고 계속해서 되물었다고도 한다. 김혜애 비서관의 당시 직속상관이자 사회수석비서관이었던 김수현 현 정책실장은 보고 내용을 미리 꼼꼼히 챙기지 못한 점을 자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이 사건 이후 비서관들이 안건을 올리기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며 "최근 의전비서관(김종천)의 음주운전 사고까지 터지면서 다들 몸을 사리고 있는 분위기"라고 부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몇몇 장관들이 대통령께 쓴소리를 들었다"며 "준비가 안된 안건을 올리면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비서관들이 쉽게 안건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보회의는 단순히 상부에 올라오는 안건이 변변치 않다는 이유로 열리지 않을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김수현 정책실장을 임명한 12일부터 수보회의를 열지 않았다는 점을 두고 청와대 안팎에선 '김 실장이 대통령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준비기간 아니냐'는 해석이 있고, 문 대통령이 참모진 전체에 '무언의 질책'을 하고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집권 이래 현재까지를 '국정 설계 기간'으로 간주하는 듯한 언급과 함께 "이제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어 청와대 내부 긴장감은 그 어느때보다도 높다고 한다.

연속된 수보회의 중단으로 문 대통령이 직접 발산하는 메시지는 줄었고, 청와대 내부 문제에 대한 대통령 입장 역시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김종천 의전비서관의 만취 음주운전 적발 사실이 확인된 뒤 '직권 면직' 결정을 통보했지만, 청와대 직원들의 기강 문제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김종천 비서관은 임종석 비서실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직권 면직 결정 이후 사흘째에야 임종석 실장은 청와대 전(全)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우리는 대통령을 모시는 비서"라며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국민께 폐가 되고 대통령께 누가 될 수 있다", "더 엄격한 자세로 일해야 한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옷깃을 여밉시다"라고 '기강 잡기'에 나섰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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