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우리법연구회 판사 일부, 사전 동의명단 만들어"
법관대표회의 집행부 中 좌성향 판사, 60% 넘어
정규재 대표 "수사 중인 사안에 사법부가 탄핵 의뢰한 것은 자기부정"

지난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친문(親文)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우리법연구회 회원 등이 주축인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판사 탄핵'을 의결하며 사전에 동의 명단을 미리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일보의 27일 보도에 따르면 국제인권법연구회·우리법연구회 회원 일부는 회의 직전 '판사 탄핵'에 동의하는 명단을 미리 만들어 법관대표회의 집행부에 전달했다. 당초 법관대표회의 측은 공식적으로는 "회의 현장에서 판사 10명 이상의 찬성이 나와 (탄핵이) 안건으로 부쳐졌다"고 했다. 매체는 명단을 만든 판사로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최한돈 부장판사와 류영재 판사 등을 거론했다.

(사진 =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실)

앞서 법관대표회의 집행부 13명에는 우리법연구회 또는 그 후신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 6명이며, 이들 단체 출신은 아니지만 공개적으로 성향을 드러낸 판사 2명까지 총 8명이 친문(親文) 판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명단을 전달받은 법관대표회의 집행부는 지난 19일 오후 회의가 시작되자 '판사 탄핵'을 정식 안건으로 올렸다. '판사 탄핵' 안은 찬성 53표와 반대·기권 52표, 1표차로 가결됐다. 매체는 "안건 가결 이후 최 부장판사 등은 명단 삭제를 요구했고, 집행부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 (사진 = 연합뉴스)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 (사진 = 연합뉴스)

이 내용이 전해지자 '기획 탄핵'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판사 탄핵' 안건이 나온 19일에 페이스북과 법원 내부망 등에 '전국법관대표회의 탄핵을 요구합니다'는 글을 올리고 해당 안건과 관련된 문제점을 지적한 뒤 법관대표회의의 해산을 요구했다. 법관대표회의 소속이라는 다른 판사도 조선일보에 "특정 판사들이 집행부와 접촉해 판사 탄핵을 주도했다고 인식될 수 있는 흔적을 지우려는 것"이라며 "집행부가 법관대표회의 속기록을 국회에 주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판사들이 정치권을 끌어들여 사법 독립을 스스로 허물고, 여당은 통상적인 사법부 견제 차원이 아닌 사법부 내 세력교체 수단으로 탄핵을 악용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며 "판사는 판결을 해야지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도 '무리한 법관 탄핵 시도는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한다'는 논평을 내고 비판에 나서자, 일부 야권 인사 역시 "법관 탄핵 시도는 삼권분립 부정"이라며 비판했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도 지난 22일 '나는 사법부를 탄핵한다'는 영상에서 "판사는 떼를 지어 일을 하는 조직이 아니다. 어쩌다 판사들이 정권의 '홍위병'을 하고 있나"라며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사법부가 국회에 '탄핵'을 의뢰한 것은 자기부정"이라고 주장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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