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대선-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광주-전남 주요 선거운동원 활동

 

윤장현 전 광주시장(연합뉴스)
윤장현 전 광주시장(연합뉴스)

윤장현 전 광주광역시장이 자신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로 속인 김모(49·여·구속)씨에게 줄 4억 5000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지인에게 돈을 빌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정상적인 금전거래에서 흔한 일은 아니어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26일 광주지검 등에 따르면 윤 전 시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시중은행 두 곳에서 총 3억 5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김모 씨에게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지난해 12월경 윤 전 시장에게 문자를 보내 ‘딸 비즈니스 문제로 곤란한 일이 생겨 5억원이 급히 필요하니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윤 전 시장은 지인에게 빌린 1억 원을 합쳐 총 4억 5000만 원을 지난해 12월부터 4차례에 걸쳐 김씨의 딸 통장 등으로 송금했다.

그동안 검찰은 사기 피해자인 윤 전 시장이 당시 현직 시장이었다는 점에서 자금 출처 등을 조사해왔다. 또한 검찰은 윤 시장이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등을 위반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윤 전 시장이 김씨에게 돈을 보낸 시점은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경쟁을 벌이던 시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권 여사를 통해 친노·친문에 줄을 대려고 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검찰은 윤 전 시장에 대한 피해조사와 함께 공천을 염두에 두고 돈을 보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만약 공천에 대한 대가로 돈이 오간 사실이 확인될 경우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윤 전 시장 측은 “권 여사가 자녀 문제로 어렵다고 해 돈을 보낸 것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피의자인 김씨에 대한 조사를 통해 추가범행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김씨가 윤 전 시장 외에도 광주와 전남지역 자치단체장 등 유력인사들에게도 사기행각을 벌이려다 실패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씨의 문자메시지와 휴대전화 연락을 받은 대다수 인사들은 수상한 낌새를 느껴 보이스피싱 피해를 모면했다. 김씨는 일부 인사들이 직접 전화를 걸어오자 경상도 사투리로 응답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윤 전 시장이 보이스피싱을 당한 사실은 김씨의 범행을 신고한 한 유력인사에 의해 드러났다. 그는 자신을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라고 소개한 김씨를 수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조사결과 전과 6범의 휴대전화 판매원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해 5월 대선과 올해 6.13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했다. 광주와 전남지역 정당과 선거 캠프 등에서 보직을 받아 상당한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민주당 선거운동원으로 일할 당시 입수한 정치인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범행에 이용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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