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 野 "反교육적 EBS 법적·재정적 지원불가"…여론 일각선 '스콜라스' 정체성 추적
'586운동권' 출신 김선철 대표, 社是로 '사회진보'…"기업공동체서도 정치운동 가능"
1947년 발발 제주 4.3사건엔 '공산주의 남로당 반란' 없고 해방 전 "친일파"만 운운
6.12 美北회담 열린 싱가포르 호텔엔 "김정은 국무위원장 방문"…현재 판매 철회한듯
5.18 전남도청 제품에선 "독재자가 국민 권리 뺏는다" 단언 '김정은 해당 없나'?
'만들면서 공부하는 평양' 제품은 '김일성 찬양 개선문'에 "세계에서 가장 큰 개선문"

3대 세습독재자이자 인권범죄자인 북한 김정은을 평화의 상징처럼 치켜세우는 아동용 입체퍼즐이 한국교육방송공사(EBS)라는 간판을 달고 버젓이 판매됐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야당은 "교육방송의 反교육적 행태"라고 질타했다. 일각에선 EBS뿐만 아니라 논란된 입체퍼즐을 제작한 협력업체를 둘러싼 좌편향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자유한국당 소속 위원 일동(정용기, 김성태·비례대표, 박대출, 박성중, 송희경, 윤상직, 최연혜 의원)은 26일 성명을 내 "EBS가 발매한 '김정은 입체 퍼즐'은 교육방송의 사명을 망각한 부적절한 제품"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한국당 과방위원단은 "어떻게 EBS이 이름을 달고 독재자를 미화하는 상품을 판매할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해당 제품 설명서에는 (김정은에 대해) '세계 최연소 국가원수, 한반도 평화시대를 여는 지도자'라는 일방적인 찬양 문구만 쓰여 있다"고 밝혔다. 이어 "3대 세습에 대한 비판, 북한의 비참한 인권 상황, 대남 도발에 대한 설명은 전무(全無)하다"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들.(사진=연합뉴스)

이들은 "EBS는 그동안 동성애 미화방송, 민주당 찬양방송, 막말방송 등으로 수차례 물의를 일으켜 왔다"며 "정권의 코드에 맞추는 데 급급하다보니 다양한 무리수를 낳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EBS가 '좌편향 코드 방송'에서 벗어나 교육방송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 한 EBS에 대한 법적, 재정적 지원은 불가하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방송통신위원회는 EBS MMS(다채널 서비스)를 허용하는 방송법 개정안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또한 EBS에 매년 수십억원씩 쏟아 붇는 예산 지원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바른미래당에선 당 공식 논평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준석 최고위원이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EBS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방송사"라며 "내가 낸 수신료로 이런 사업하는 게 기분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어린 아이들이 절대 닮으면 안될' 북한 독재자 홍보 기획을 한 사람을 찾아 징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김정은 입체퍼즐'을 직접 판매하던 EBS미디어 협력업체 '스콜라스(대표 김선철)'가 문제의 제품 판매를 철회한 이후에도 글을 올려 "(인터넷 쇼핑사이트에서) 3개 주문했다"며 "하나는 조립해서 집에 놓고, 하나는 조립해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선물로 주고, 하나는 조립해서 '김정은이 고르바초프가 된다'고 믿는 갑수쌤(김갑수 평론가 지칭) 드리겠다"고 적었다.

어린이용 교구재 제작업체 '스콜라스(대표 김선철)'은 입체퍼즐 '뜯어만드는세상' 중 북한 김정은을 "한반도 평화 시대를 여는 지도자"라고 사실상 찬양하는 [EBS 인물시리즈] 김정은 제품을 11월25일 오후까지 '버젓이' 판매하다가 펜앤드마이크를 비롯한 언론계에서 "북한 독재자 미화"라는 비판적 보도를 내자 당일 홈페이지에서 판매 란을 삭제하고 전량 회수조치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4인을 나란히 이른바 '평화지도자'로 설정한 컨셉의 이 제품에서 김정은은 더 이상 등장하지 않게 됐다.(사진=스콜라스 홈페이지 캡처)

이런 가운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김정은 찬양 일변도의 제품 설명을 제공한 역사 교구재 제작업체 '스콜라스'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도 일고 있다.

이 회사 김선철 대표(52)부터가 '586 운동권' 출신으로, 기업경영으로 이른바 '사회진보'를 이룬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실제로 스콜라스는 사시(社是)에 "성장하고 나누고 사회진보에 기여한다"는 문구를 담고 있다.

지난 2011년 7월27일 '일요신문'은 "1980년대 후반, 청년은 정치참여를 통한 사회변혁을 꿈꿨다. 20여년이 흘러 장년이 된 그는 정치가 아닌 기업 경영을 통해 사회 진보를 이뤄가고 있다"고 화두를 띄운 뒤 "'뜯어만드는세상'이라는 입체 퍼즐 제조·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스콜라스 김선철 대표이사(당시 45세)의 이야기"라며 인터뷰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인터뷰에 따르면 전남 관매도 출신인 김선철 대표는 성균관대 한국철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생 시절 운동권으로서 이른바 '통일·평화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대학원 졸업 즈음 "가난한 상태에서 정치활동을 하면 피폐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1996년부터 의료기기 오퍼상 등 마케팅에 적극 뛰어들었다고 한다.

스콜라스의 전신 인터피알 대표이사 시절의 김선철씨.
스콜라스의 전신 인터피알 대표이사 시절의 김선철씨.

2000년 3월에는 마케팅과 제작기술자 2명을 섭외해 입체퍼즐 업체 '인터피알'을 창립하고 브랜드를 '뜯어만드는세상'이라고 지었다. 인터피알은 경영 노하우를 쌓으면서 기업활동을 지속했고, 2008 6월년부터는 고대 라틴어로 학교(School)를 뜻하는 '스콜라스'로 명칭을 바꿔 지금까지도 운영되고 있다. 

기업활동 과정에서 김 대표는 "기업은 '업을 기획하는 곳', 컴퍼니(Company), 즉 빵을 나누는 곳"이라며 "우리가 '학생운동'을 하고 정치참여를 하는 것도 '사람 중심의 사회'를 만들어 함께 평등하고 자유롭게 사는 사회 만들자는 건데, 이게 기업이라는 공동체 안에서도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잘해서 성장하고 나누고 사회에 기여하자는 것"이라는 철학의 가닥을 잡았다고 일요신문에 밝혔다.

사진=2016년도 스콜라스 자사 홍보자료 일부 캡처

여전히 80년대 좌파 학생운동권의 당위성을 찾는 것은 물론 7년이 지난 현 여권(與圈)에서 내세우는 '사람 중심' 구호를 일찍이 언론을 통해 피력한 셈이다. 자신의 기업경영의 궁극적 목표가 학생운동에서 출발한 '정치참여'에 있음을 짐작케 한다.

이같은 관점에서 586 좌파 운동권세력을 핵심으로 하는 문재인 정권 출범 후 김 대표의 스콜라스는 제품 판매를 통한 '사회진보' 운동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스콜라스는 최근 논란된 김정은 찬양 일색의 입체퍼즐뿐만 아니라 어린이용 '뜯어만드는세상' 제품 곳곳에서 586 운동권의 시각을 적극 반영해온 것으로도 확인됐다.

페이스북상에서 25일 김정은 입체퍼즐을 결정적으로 공론화한 개인 시사논평페이지 <의사양반>은 26일 스콜라스가 '남조선노동당(남로당) 반란 전말이 없는' 제주 4.3사건 모형,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문한"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모형 등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추가로 지적했다.

사진=스콜라스 홈페이지 제품 판매란 캡처

이 업체는 4.3 사건 입체퍼즐에 대해 "우리 현대사의 아픔"이라고 전제한 뒤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 사람들이 희생된 4.3 사건"이라며 엉뚱하게도 '일제강점기' '친일파'와 연관시키는 설명을 넣었다. 

스콜라스는 "1945년 8월15일, 마침내 고통스러웠던 일제 강점기가 끝났어요. 이후 전국 곳곳에서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한 노력이 펼쳐졌어요. 일제가 섬 전체를 군사 기지로 만들면서 큰 고통을 겪었던 제주도민들도 평화롭게 새로운 시대를 준비했어요"라며 '논점일탈 식' 전제를 단 뒤 "하지만 제주도는 식량 부족과 '불안정한 정치 상황'으로 큰 어려움에 빠졌다"고 얼버무렸다.

한술 더 떠 "게다가 미군정 시기에 경찰이 된 친일파는 제 욕심만 챙기며 부정을 저질렀어요"라고 미확인 주장을 끼워넣은 뒤 "그러던 1947년 3.1절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났고 제주도에서도 4만명 이상이 모였지요"라고 쓴 채 설명문을 맺었다.

사진=페이스북 '의사양반' 페이지 제공 자료 캡처
사진=페이스북 '의사양반' 페이지 제공

이와 함께 스콜라스는 6.12 미북정상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구태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문한 마리나 베이 샌즈"라고 의미를 부여한 입체퍼즐을 출시해 '도대체 왜 북한 독재자의 행선지를 기념하고 있느냐'는 비판을 샀다.

자사의 '5.18 전남도청' 입체퍼즐 제품 설명에서는 "독재자가 나타나면 국민의 권리를 빼앗아가는 일이 일어나요"라고 강조해놓고는, 정작 2500만 북한 주민을 노예화하고 1만명 단위 숙청과 친족(고모부 장성택, 이복형 김정남) 살해도 서슴지 않는 김정은의 '공포정치'에는 이중잣대를 들이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26일 오후 7시30분 기준으로 이 제품은 스콜라스 홈페이지에 노출되지 않아 판매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스콜라스 홈페이지 제품 판매란 캡처
사진=스콜라스 홈페이지 제품 판매란 캡처

하지만 스콜라스는 현재까지도 친북(親北)진영이 평양의 '랜드마크'로 선전하고 있는 류경호텔을 비롯해, 김일성 찬양 목적의 건축물인 평양 개선문, 북한 국보 3호 보통문, 고구려 시대 누정 을밀대까지 4종의 건축물을 입체퍼즐화한 "만들면서 공부하는 평양"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각 제품에는 "주위 경치가 매우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다"(을밀대)거나, "세계에서 가장 큰 개선문으로 알려져 있다"(개선문), "평양에 위치한 초고층 건축물로 지상 101층, 지하 4층"(류경호텔) 등 홍보에 치중한 문구가 따라 붙었다. 제품과 함께 제공하는 아동용 학습설명서에는 '1. 평양의 모습을 알아봐요' '2. 우리는 한민족' '3. 통일이 되면' 등 항목을 나눠, 평양 건축물들에 대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등 수사를 남발하거나 6.25 전쟁 발발 책임소재 규명 없이 "갑자기 남과 북에서 떨어져 살게 됐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문장이 담겼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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