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창업자 과거 SNS서 "중국은 더러운 나라" 발언까지 퍼져
비난에 언론·유명인 동참…"돌체 앤 가바나는 끝났다"
中, 명품에 年 82조원 소비…브랜드 타격 불가피

'인종비하' 논란이 된 돌체 앤 가바나 홍보영상. (사진 = DW English 유튜브 영상 캡처)
'인종비하' 논란이 된 돌체 앤 가바나 홍보영상. (사진 = DW English 유튜브 영상 캡처)

이탈리아 브랜드 '돌체 앤 가바나(D&G)'가 분노한 중국인들을 마주했다. 최근 홍보 영상에서 중국인들을 모욕했다는 이유다. 공동 창업자인 스테파노 가바나가 과거 SNS 메시지를 통해 '중국은 더러운 나라'라고 말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중국 내에는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돌체 앤 가바나는 지난 23일 인스타그램에 한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는 중국인 여성이 젓가락으로 피자와 스파게티를 먹는 모습을 담았는데, 젓가락을 양 손으로 잡고 피자를 찌르는 등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두드러져 있다. 

영상이 공개된 직후, 돌체 앤 가바나는 중국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주로 SNS상에서 국지적으로 진행되던 불매운동은 점차 조직적인 형태까지 갖추고 있다. 배우 장쯔이(章子怡) 등 중국 유명 연예인들도 돌체 앤 가바나를 비난하면서, 진정을 시도하던 환구시보 등 중국 내 주요 언론매체들도 비판에 동참했다.

영상이 공개된 직후 돌체 앤 가바나는 "(회사 측) 인스타그램이 해킹됐으며, 현재 해당 건에 대해 긴급히 조사 중이다. 우리는 중국과 중국인들을 존중한다"는 공식 해명 메시지를 발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난 23일에는 창업자인 스테파노 가바나와 도미니코 돌체가 직접 나서 중국 SNS인 웨이보(微博)에 1분 25초 분량의 사과 영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 SNS에는 소비자들이 돌체 앤 가바나의 제품을 내다 버리거나 비난하는 모습의 영상이 다수 올라와 있다. "중국인들의 돈만 사랑하고 중국을 존중하지 않는 브랜드는 필요 없다"나 "다시는 중국에 오지 말라"는 등의 첨언과 함께 옷을 불태우거나 칼로 찢어 화장실에 버리는 사진까지 게시됐다.

돌체 앤 가바나의 브랜드 가치 타격은 이미 가시적이다. 장쯔이·리빙빙 등 연예인들은 지난 21일 개최 예정이었던 돌체 앤 가바나 상하이 패션쇼에 출연을 거부했다. 알리바바와 징둥, 쑤닝이거우 등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돌체 앤 가바나 제품이 사라졌다. 돌체 앤 가바나는 명품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데, 중국은 명품에 연간 5,000억 위안(약 82조원)을 소비하는 '쇼핑 대국'이다.

패션업계에서는 돌체 앤 가바나가 중국 소비자들의 눈 밖에 난 이상 브랜드 가치 회복이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의 소비자 분석 업체인 차이나마켓리서치 소속 애널리스트인 벤 카벤더는 23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출연해 "중국 소비자들의 눈에 돌체 앤 가바나는 이미 끝났다”며 "중국 쇼핑몰들이 추가로 돌체 앤 가바나 매장 폐쇄를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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