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망-철도-저유소-병원-고시원-스포츠센터' 잇단 대형사고...'사고 공화국'
24일 발생한 KT화재로 서울 곳곳 유무선 통신장애...배달음식 주문량 10%감소
열차 사건-사고도 이달들어 6건 발생...굴착기 들이받고, 전기 공급 끊기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이런 거였나
임기 초엔 지방 내려가 재난현장 챙기더니...청와대 지척 고시원 화재는 얼굴도 안 비춰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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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데 저만큼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정책을 집행할 준비된 후보는 없습니다”, “국민이 이만하면 됐다고 하셔도 또 챙기고 또 챙기겠습니다”

지난해 4월 13일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이른바 ‘생명 존중 안전사회를 위한 대(對)국민 약속식’에 참석해 발언한 말이다. 말로는 부족했는지 당시 문 후보는 ‘안전 때문에 눈물 짓는 국민이 단 한 명도 없게 만들겠습니다’라고 대문짝 만한 글씨를 남겼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뒤 대형 화재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며 우리 사회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KT 화재 충격에 잇단 열차 사고-고장까지

 주말인 지난 24일 발생한 KT 서울 아현국사 화재로 서울 곳곳에 유무선 통신장애가 발생해 시민들이 이틀간 큰 불편을 겪었다. 화재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화재로 인해 인근 지역 배달음식 주문량이 10% 이상 감소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배달 앱 부문 점유율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은 서울 마포·서대문구 지역 24일 주문량이 1주일 전인 17일의 85%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26일 밝혔다. 서민 자영업자 입장에서 주말 장사 매출 10% 이상의 감소는 적지 않은 피해다.

또 마포·서대문·은평 지역에서는 카드결제나 포인트 적립이 되지 않아 소상공인이 피해를 겪었다. 원인 불명 화재로 인해 민생 경제가 직격탄을 입은 것이다. KT가 이번 통신장애 사태로 보상해야 할 액수가 수백억 원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고객뿐만 아니라 카드 결제 장애 관련 소상공인 피해 보상안까지 별도 검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번 정권이 들어선 이후엔 철도 관리 운영에도 '안전 불감증'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9일 서울역으로 들어오던 KTX가 굴착기를 들이받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지난 24일까지 총 6건의 열차 사건·사고가 일어났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장기간 시민들이 불편을 겪으며 불안을 느꼈다. 20일에는 경남 진주에서 서울로 향하던 KTX열차가 전기 공급 중단으로 충북 청주시 KTX 오송역 구내에 멈춰서 경부선 상·하행선 운행에 큰 차질이 생겼다. 22일에도 코레일이 운영하는 퇴근길 지하철 분당선에서 열차 고장으로 운행이 1시간 넘게 멈췄다. 23일에는 서울 청량리역을 출발해 경주로 가던 무궁화호 열차가 발전기 고장으로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원주역에서 멈춰 섰다. 

고양 저유소 화재-낚싯배 전복 사고도

지난 10월 7일에는 117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이 일어났다. 스리랑카 노동자 D씨가 저유소 쪽으로 날린 ‘풍등(風燈)’이 화재의 원인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저유소 주변의 공사장 노동자 D씨가 날린 풍등이 휘발유 탱크 옆 잔디에 추락하면서 잔디에 불이 붙었고, 휘발유 탱크 14기 중 하나에서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화재의 원인은 차지하더라도 저유소 탱크 주변에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도 있는 잔디가 제초돼 있지 않은 것도 안전관리 실패로 지목됐다.

사고로 인한 대형 인명피해도 문 대통령의 약속을 무색케 할 정도로 빈번히 발생해 안전 때문에 눈물 짓는 국민들이 대거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3일 오전 6시쯤 인천 영흥도 해상에서 22명이 탄 낚싯배가 급유선과의 충돌로 전복돼 15명이 숨졌다. 문 대통령은 이튿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10초간 묵념하고 “사고를 막지 못한 것과 (사람을) 구조하지 못한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못박기도 했다.

다음 날인 4일에는 전남 순천의 한 폐유정제업체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이 7m아래 저장탱크로 추락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14일에는 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온수역의 선로에서 작업 중이던 30대 작업자가 열차에 치여 숨졌다. 이 남성은 출근 사흘만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16일에는 서울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던 신생아 4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망한 신생아들은 병원 내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Citrobacter freundi)균’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병원은 ‘임산부의 날’ 문재인 대통령 표창도 수상한 바 있다.

21일에는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일어나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문 대통령은 몸소 충북까지 내려가 진화 작업 중인 소방 공무원들에게 “인명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만전을 기대할라”고 했다.

밀양 세종병원 불타버린 응급실 [연합뉴스 제공]
밀양 세종병원 불타버린 응급실 [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약 한 달 후인 2018년 1월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일어나 당일에만 37명이 사망하고 143명이 부상했다. 이틀 후인 25일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근로자 4명이 가스 질식으로 동시에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같은 달 20일에는 서울 목동의 행복한백화점 6층에서 멈춘 승강기가 갑자기 2m가량 내려앉으며 조모씨(66)가 내리려던 승강기에 몸이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가안전대진단' 벌였지만 고시원 참사

21일에는 서울 종로의 한 여관에서 방화사건이 발생해 5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했다. 당시 딸들의 방학을 이용해 전국 여행에 나섰던 세 모녀는 불이 난 1층 현관문 바로 옆방에서 밤을 자고 있었지만 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문재인 정부는 급기야 올 2월 ‘국가안전대진단’을 벌여 화재에 취약한 쪽방촌과 고시원 등 8,300여 곳을 점검했다.

그러나 ‘소방의 날’이었던 이달 9일 서울 종로 관수동 청계천 인근 국일고시원에서 새벽 5시께 화재가 일어나 7명이 숨지고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고시원 거주자 대부분은 생계형 일용직 노동자들이었다. 사상자 연령대는 40대에서 60대까지로 파악됐다. 해당 고시원은 건축 대장에 고시원이 아닌 ‘기타 사무소’로 등록돼 있어 점검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 정부의 대대적인 점검에도 불구하고 정작 서울 도심 한복판에 구멍이 뚫려 대형 인명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한편 임기 초에는 부지런히 재난 현장을 찾아다니던 문 대통령이 청와대와 지척 거리에 있는 이날 화재 현장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대신 당일 경기도 남양주에서 열린 소방의 날 행사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민께 송구하다”며 “소방태세를 다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불 타버린 국일고시원 [연합뉴스 제공]
불 타버린 국일고시원 [연합뉴스 제공]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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