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8월 성남관할 보건소-정신건강센터는 "조울병 가능성 높다" 無대면 진단
부인·딸 있는데 母親과 형제들이 '이재선 보호자' 자격 정신치료 의뢰서 이재명에 전달
故이재선씨는 같은해 12월 변호인 권유로 M모 심리상담연구소 14가지 심리평가
임상심리사 "조울증과 연관 단서 특별히 관찰 안돼" "'페이킹 굿'도 없어"
이재명 측은 재선씨 2014년 정신병원 입원으로 "형수·조카딸이 시켰다" 주장
'전화쌍욕 피해' 형수 등은 "강제입원 아닌 동의서 합의"이자 '별개 사유'라 반박
'트위터 논란' 김혜경씨, 조카딸에 "내가 니네 아버지 강제입원 말렸는데…" 통화 전력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도지사, 오른쪽은 2017년 11월 폐암으로 작고한 이재명 지사의 친형(5남 2녀 중 셋째) 故 이재선씨.(사진=연합뉴스, 이재선씨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 성남시장 재임 시절 친형 이재선씨(2017년 작고)를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2012년, 재선씨는 같은해 정작 '비교적 정상'이라는 임상심리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성남시' 관할이었던 분당구보건소는 2012년 4월 당시 성남시 정신건강센터에 의뢰, 재선씨에 대해 "조울병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서를 받은 바 있다. 이재명 지사는 현재 해당 의혹에 관해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일보는 26일 재선씨의 '심리학적 평가보고서'를 인용해 M심리상담연구소의 임상심리사는 "피검자(재선씨)는 유의미한 정신과적 장애나 정서적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지 않은 상태로 판단된다", "조울증과 연관된 단서도 특별히 관찰되고 있지 않다" 등 평가를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특히 담당 임상심리사는 "(불안상태를 숨기려) 긍정의 응답으로 왜곡하는 '페이킹 굿(faking good)'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진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선씨는 2012년 12월22일 심리상담연구소를 찾아 다면인성검사를 포함해 우울·자살·상태불안 등 14가지 검사를 받았는데, 이 지사의 시정(市政)을 공개 비판하며 성남시 공무원들과 법적 다툼을 하던 중 '심리 평가를 받아보라'는 변호사의 권유에 따랐다고 한다.

이는 불과 8개월여 전인 2012년 4월5일 이뤄진 성남시 정신건강센터의 평가와 다르다. 당시 건강센터는 재선씨를 직접 면담하지 않고도 "조울병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을 내놨다. 

분당보건소가 '재선씨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공무원들의 진술을 받고 해당 센터에 의견을 요청한 결과다. 하지만 의견을 낸 전문의는 "의학적 효력은 없다"고 선을 그어뒀다.

5일 뒤인 4월10일 이 지사 모친과 둘째 형·바로 아래 여동생·막내 동생 4명이 시 정신건강센터에 재선씨의 치료를 의뢰한다. 재선씨의 부인과 딸이 있는데도 '보호자' 자격으로 의뢰서를 제출한 것이다. 5남 2녀 중 이 지사는 넷째고 재선씨는 셋째다. 

한 현직 변호사는 "민법상 형제자매는 직계혈족이 아니므로 보호자가 될 수 없다"며 "(경제능력 기준으로) 재선씨가 오히려 모친의 보호자"라고 지적했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그러나 약 넉달 뒤인 8월초 정신건강센터는 재선씨에 대한 '정신질환의심자의 진단과 보호'를 분당보건소장을 거쳐 성남시장(이 지사)에게 요청한다. 

중앙일보는 "이때는 분당보건소장이 교체된 후"라며 "이때도 '자신과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종합병원의 의견서가 나왔지만, 역시 대면 진료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 지사가 대면 진단 없이 입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건소장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전직 분당보건소장은 수사 과정에서 "(시장의) 입원 절차 재촉에 압박을 느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재선씨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는 했지만 심리학적 평가보고서 조사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재선씨는 2년여가 지난 2014년 11월 보호자인 부인과 딸의 동의 하에 정신병원에 입원한 사례가 있다.

이 지사 측은 이를 근거로 "정신병 치료 전력이 있던 형님은 2012년 당시 정신질환자가 할 범죄행동을 보였다"며 "2013년 2월 우울증 진단을 받고 고의 교통사고로 자살 시도를 했고 결국 형수에 의해 강제 입원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시장의 권한으로 법에 따라 처리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주장은 2017년 11월 재선씨가 폐암으로 사망한 후에도 올해 6.13 지방선거 전후 이 지사의 페이스북 글 등으로 반복돼왔다. 

하지만 이 지사의 형수이자 재선씨의 부인인 박인복씨는 지난 2016년 12월23일 '통일오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선씨의 정신병원 입원 배경을 '성사모' 등 이 지사 지지단체들의 허위 비방, 2013년 3월 교통사고로 인한 심신 피폐, 2014년 8월 여동생의 사망 소식과 그 원인을 재선씨에게 돌린 이 지사의 언행 등이라며 '이 지사의 강제입원 시도 의혹과는 별개'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6월9일 당시 김영환 바른미래당 경기지사 후보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형님을 정신병원 강제입원시킨 건 형수와 조카딸'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이재명이 (관할 보건소와 다른 가족들을 통해) 강제입원을 시도한 의혹은 2012년이며 이재선 가족의 동의는 2014년의 일"이라며 "더구나 박인복씨와 딸이 동의서에 합의한 것이지 강제입원시킨 것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2012년 정신건강센터에 진단과 치료를 요청한 건 어머니'라는 이재명 후보 주장에도 김영환 후보는 "어머니가 요청한 것은 사실이고 박인복씨도 인정했으나, 이재명이 강제입원을 시도한 의혹이 있다"며 "2012년 6월7일 김혜경씨는 박씨 딸과의 통화에서 '야 내가 니네 아버지 강제 입원시키는 거 말렸는데 작은아버지(이 지사) 하는 거 너 때문인 걸로 알아라'라고 했다. 이는 이재명이 강제입원시키려는 것을 김혜경이 스스로 고백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급된 김혜경씨는 이 지사 부인이자, '혜경궁 김씨'라는 세칭을 얻은 '이 지사 극렬지지 성향' 트위터 계정 '정의를 위하여(@08__hkkim)'의 소유주라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게 된 인물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