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내에서 브렉시트 의견 분분…하원 표결 부결 가능성 있어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오늘은 슬픈 날"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좌)과 메이 영국 총리(우). (사진 = 연합뉴스)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좌)과 메이 영국 총리(우). (사진 = 연합뉴스)

영국과 유럽연합(EU)이 25일(현지시간) 브렉시트(Brexit·영국 EU 탈퇴) 합의문에 공식 서명했다. 이로써 25년 만에 첫 EU 탈퇴국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절차가 잘 진행되는 경우, 영국은 내년 3월 29일 EU를 정식으로 탈퇴하게 된다.

영국과 EU 27개국은 이날 오전 벨기에 브뤼셀에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주재로 특별정상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정상들은 영국의 EU 탈퇴 조건을 주로 다룬 합의문과 '미래관계 정치선언(영국 탈퇴 이후 EU와의 무역·안보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지를 정하는 문서)'에 공식 서명했다. 이는 영국이 2016년 6월 23일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를 결정한 지 2년 5개월 만이다. 관련 협상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합의문에는 영국이 EU를 탈퇴하더라도, 이후 21개월을 이행기간으로 정해 현행 EU의 제도와 규칙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탈퇴 과정을 점진적으로 시행해 경제·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에서다. 다만, 영국은 이를 위해 EU 회원국 시절에 약속한 재정 기여금 390억 파운드(약 57조원)을 순차적으로 EU에 내야 한다.

재정 기여금 외에도, 영국은 의회 비준 동의도 거쳐야 한다. 아직 EU와 영국 모두 의회 비준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비준이 되는 경우 영국은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영국 내 EU 탈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상황이다. 영국 하원은 총 650명이며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320표가 필요한데, 집권당인 보수당 의원 315명 중에서도 합의안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야당에서는 EU 잔류를 거세게 주장하기 때문에 하원 표결에서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도 있다.

합의안이 부결되는 경우, 영국은 EU와 재협상에 나서 합의안을 수정할 수 있다. 영국 언론들은 브렉시트 자체에 대한 국민투표를 다시 진행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내놨다. 최악의 경우에는 안보·경제 관련해 아무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가 될 가능성도 있다.

공식 서명이 진행된 후 EU 지도부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오늘은 슬픈 날"이라며 "가능한 범위에서 최고의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영국이 탈퇴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슬픈 순간이고 비극"이라고 말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U 기자회견장의 양측 깃발. (사진 = 연합뉴스)
EU 기자회견장의 양측 깃발.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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