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5억원 이상 자영업자 대상으로 카드수수료 약 0.6%p 낮춰
정부의 정책 실패를 카드사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실제 영세자영업자들의 카드수수료는 0원
이병태 교수 "장사 잘하는 상위 10%에만 도움...결국 매출이 일어나야 카드 결제가 일어날 것 아닌가?"
카드사노조협의회 "대한민국의 모든 신용카드사는 적자를 감수하고, 노동자들은 거리에 나 앉으라는 것"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강제적인 카드수수료 인하 결정을 내렸다. 당정(黨政)은 이번 조치가 소상공인을 도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가 카드업계의 구조조정을 불러일으키거나 소비자들의 혜택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6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연매출액 5억 원에서 30억 원 사이의 차상위 자영업자·소상공인들에게 우대수수료율을 확대 적용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당정에 따르면 연매출 5~10억 원이하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2.05%에서 1.4%로, 10~30억원 이하 가맹점은 2.21%에서 1.6%로 인하한다. 연매출 5억원 이하 가맹점들은 정부의 세액공제로 이미 카드수수료가 0원에 가까워 추가적인 인하를 하지 않았다.

대형 가맹점을 제외한 매출액 500억원 이하의 일반 가맹점에 대해서는 카드사 마케팅비용 부담 차등화 등을 통해 현재 2.2% 수준에서 0.2∼0.3%p 인하, 평균 2% 이내가 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 당정은 현 500만 원 상한인 부가가치세 세액공제한도를 1000만원으로 현재보다 2배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현 정부 출범 후 이미 추진된 우대수수료율 적용대상 확대, 개인택시사업자 및 결제대행업체(PG) 이용 온라인사업자에 대한 우대수수료 적용 등을 감안하면, 순인하여력은 약 8000억원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카드수수료 인하' 조치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소상공인들에게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총 266만개의 가맹점 중 5억원 이하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무려 224만 곳에 달한다. 이들이 내는 카드수수료는 정부의 세액공제로 아예 없거나 최대 100만원대에 그치고 있다.

이에 그동안 과중한 카드수수료로 소상공인들이 힘들다는 주장은 정치적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결국 소상공인들이 활력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경제가 잘돌아가는 것 뿐이지만,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경제가 악화된 탓을 애꿎은 카드사에게 돌려 무마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또 다른 사기-카드수수료 인하"라고 글을 남겼다.

이 교수는 "카드 수수료를 내리면 환급액이 줄어들어서 5억 이하의 매출의 자영업자는 오히려 부담이 늘어나거나 변화가 없다"며 "5억 이상 매출의 자영업이 얼마나 있을까? 지난해 기준으로 15.8%다. 최근의 소비 축소를 감안하면 더 적어질 것이다. 그러니까 장사 잘하는 상위 10%에는 도움이되고 나머지 90%는 혜택이 없거나 줄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이 가처분 소득이 줄어서 소비가 급속도로 축소하고 있다. 매출이 일어나야 카드 결제가 일어날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며 "카드수수료 내려준다는 말만 믿으면 좋은 것 같지만 실상은 이렇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 때와는 다를 바가 없다"고 남겼다.

한편 한국마트협회 등 상인단체로 구성된 카드수수료 인하 전국투쟁본부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번 카드수수료 인하조치마저 없었다면, 댐이 무너져 하류가 한꺼번에 휩쓸렸을 것"이라며 "십수년동안 풀리지 않았던 케케묵은 실타래가 풀렸다"고 밝혔다.

반면 카드사노조협의회는 이날 “이해당사자간 사회적 합의마저 철저히 무시했다”고 규탄하며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 철회 요구와 함께 총력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년도 8개 전업카드사의 전체 순이익이 1조 2000억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모든 신용카드사는 적자를 감수하고, 노동자들은 거리에 나 앉으라는 것”이라며 “이해당사자간 민주적 사회적 합의마저 무색하게 만든 반민주적 횡포”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객 서비스 및 마케팅을 통제하여 비용을 감축하라는 것은 카드산업의 최대 이해당사자인 전 국민의 혜택을 줄이라는 것”이라며 “이 같은 발상이 되레 소비시장을 위축시켜 가맹점의 매출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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