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사전적 의미는 '국내 수요'…국경 맞댄 EU 내부도 자유왕래 조약 도마 위
'하얗게 쌓인 눈' 보고 탁현민 논란대신 "엉뚱하게 만주와 대륙 떠올렸다"
"연내 남북철도 착공식 가능할수도…2022년 베이징까지 철도로 올림픽 응원가자"
제재면제를 "한미공조 결실"이라며 對北원칙론은 "과거 틀에 미래 가두기" 치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사진=연합뉴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의 남북 철도 연결 공동조사 사업 '제재 면제' 결정을 계기로 "평양 선언에 담긴 철도 착공식도 연내에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을 드러냈다. 중국 '동북 3성'을 한반도와 하나의 생활권으로 잇겠다는 구상까지 내놔 한편으로는 '북한·중국과의 동질화를 꾀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사업이 유엔의 제재 면제를 인정받았다. 남북의 합의와 인내, 그리고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이룬 소중한 결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당초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고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실 선임행정관의 지난 6월 사직을 막았던 것에 대한 답변을 야권 일각에선 요구했지만, 임 실장은 "하얗게 쌓인 눈을 보면서 엉뚱하게 만주와 대륙을 떠올렸다"고 이날 운을 뗐다.

임 실장은 "우리가 연결하게 될 철도와 도로는 남북을 잇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저는 자주 지도를 펼쳐 동북아 지역을 들여다 보곤 하는데 요녕·길림·흑룡강의 동북 3성은 지금 중국 땅이지만, 장차 한반도와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바다로, 하늘로, 그리고 마침내 육지로…2억이 훌쩍 넘는 내수시장이 형성되는 것이고 육로를 통해 대륙으로 사람이 나가고 대륙의 에너지 망이 한반도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낙관론을 거듭 피력했다.

내수(內需)의 사전적 의미는 '국내(國內)에서의 수요'로, 육로를 통해 연결돼 있더라도 국가 대 국가간 자유 왕래 등 교류 장벽을 허물지 않는 한 우리나라가 중국-북한과 '내수시장'을 형성할 일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우리나라와 '내수시장'을 형성할 자격이 있는 '정상국가화(化)'할 수 있는지도 의문 사항이다.

지상에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들이 가장 높은 수준의 통합성을 보여준 사례인 유럽연합(EU) 16개 회원국 내에서조차, '각국 난민 정책 차이'를 이유로 EU 회원국 국민들 간 자유로운 왕래를 허용하는 '솅겐조약'에 대한 파기 가능성이 수년 전부터 최근까지도 거론돼온 상황이다. 

임 실장은 그러나 한국이 체제부터가 다르고, 북핵(北核)문제에서 미국을 상대로 이른바 '조중혈맹'을 굳건히 다진 북한-중국과 경제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고 간주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비핵화와 함께 속도를 낸다면, 당장 2022년에 경의선을 타고 신의주까지 가서 단동에서 갈아타고 북경으로 동계올림픽 응원을 하러 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과거의 틀에 우리의 미래를 가두지 말고 상상력을 활짝 열어야 한다"면서 "멀리 도모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한 맘으로 소망해본다"고 했다. 국내와 미국 내에서 문재인 정권에 요구하는 대북 원칙론을 '과거의 틀'이자 "우리의 미래를 가두는" 것으로 치부한 셈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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