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하루 전날 상인들 미리 섭외 후 “좋게 얘기 해달라” 부탁

 

장하성 청와대정책실장이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하여 정책을 알리기 위해 현장을 방문한 전날(17일) 공단 직원이 상인들에게 “(정책에 대해)좋게 얘기 해달라고”부탁하며 미리 손을 써놓았다고 동아일보가 19일 보도했다.

장 실장은 18일 상인들을 만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어려움을 듣고 정부가 운영 중인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 보호 대책을 설명하기 위해 관악구 신림동 일대를 방문했다.

하지만 장 실장의 방문에 대한 현장 반응은 냉랭했다. 한 분식집의 종업원 이모 씨는 “어제 낯선 사람들이 찾아와 높은 분이 올 거라고 하더군요. 먹고살기 바쁘니 오시지 말라고 그랬어요. 근데 (오늘) 막무가내로 오시더라고요.” 라고 말했다.

이 씨는 장 실장의 방문이 “반갑지 않았다”고 털어놓으며 ‘최저임금 해결사 일자리 안정자금’이라는 제목의 팸플릿을 보여줬다. 현장방문 하루 전날 근처의 정육점 주인 A 씨와 한 남성이 찾아와 건넨 것이다.

A 씨는 한 남성을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소속 직원’이라고 소개했고 해당 직원은 “내일 청와대에서 오실 분들이 책자 내용을 물어볼 거에요. 잘 읽어 보시고 좋게 답해주세요”라고 말했지만 이 씨는 “바쁘니 책자만 두고 가라”고 말했다.

18일 오전 현장을 방문한 장 실장은 이 씨를 찾아와 인사를 건냈다. 이 씨는 장 실장에게 “말씀하세요. 간단하게”라고 답하며 “12시간 일하니까 시간이 없잖아요. 요즘에 장사 안 돼서 짜증나 죽겠는데…”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날 장 실장은 김형영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등 10여 명과 함께 신림동을 찾았다. 분식집에 이어 전날 이 씨의 분식집을 찾았던 A 씨의 정육점을 들렀다.

A 씨는 취재진 앞에서 장 실장에게 “일자리 안정자금 정책에 대해 종업원 2명을 고용하고 있는 사장으로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실장이 마지막에 찾은 마트 주인 오모 씨는 “정부가 신경써 줘서 고맙다. 동네 마트는 편의점보다 더 열악하니 많이 도와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상인은 “이미 직원을 해고했다. 필요할 때만 사람 불러 쓰는 처지라 (일자리 안정자금이) 소용이 없다” “임대료 인상을 억지로 막는 게 가능하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장 실장은 미리 짜여진 코스대로 분식집과 정육점, 마트만 들른 뒤 커피숍에서 30분가량 공단 관계자 및 상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장을 떠났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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