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고 김남훈 경사 부친 김권찬 씨 인터뷰
"정권 바뀌면 진실 바뀌는 이 나라가 법치국가인가?"

용산참사에서 숨진 고 김남훈 경사 아버지가 2009년 3월 9일 아들의 영가 종재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용산참사에서 숨진 고 김남훈 경사 아버지가 2009년 3월 9일 아들의 영가 종재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9년 용산 철거민 사태 당시 진압과정에서 숨진 고 김남훈 경사의 아버지와의 인터뷰를 연합뉴스가 19일 보도했다. 김 경사의 아버지 김권찬(70)씨는 “대체 어떤 진상을 더 규명하겠다는 건가요. 정권이 바뀌었다고 진실까지 바뀌는 이 나라가 과연 법치국가 맞나요?”라고 말했다.

2009년 1월 20일 오전 5시 30분, 김씨는 자신의 택시에 손님을 태우고 한강대교를 넘어 한강대로로 들어섰다. 당시 경찰 통제를 받은 김씨는 용산역 앞쪽으로 좌회전해 시위현장을 피해 지나갔다. 김씨는 건물 위에서 화염병과 벽돌을 도로로 날리고 있던 철거민들을 목격했다.

김씨는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승객과 ‘저러다 사람 몇 명 죽겠다’라는 말을 나눴다”라면서 “특히 내 아들도 경찰이어서 남 일 같지가 않았다”고 전했다.

김씨의 우려는 실제로 일어났다. 오전 10시 경찰특공대원인 아들 김남훈 경장(사망 뒤 경사로 특진)이 용산 철거민 점거농성 진압에 투입됐다가 실종됐다는 연락을 경찰로부터 받은 것이다. 3시간여 뒤에는 아들이 망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신문은 “김씨는 ‘왜 내 아들이어야만 하느냐’며 괴로워했다. 그러나 아들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정의로운 임무를 수행하다 숨졌다는 생각이 분노를 희석시켰고, 김씨 가슴에는 슬픔만 남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지난달 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형사 처벌받았던 철거민들을 복권해주고, 곧이어 경찰이 용산 사태에 대해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다.

김씨는 인터뷰에서 "경찰이 과잉진압을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경찰은 올바른 일을 했다"면서 "자신의 가족이나 연인이 그 8차로 길(한강대로)로 다니다가 벽돌이나 새총을 맞았다면 그렇게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곳에서의 불법시위는 어떤 정부라도 진압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고, 경찰은 정당한 치안업무를 했다. 이미 (수사·재판 과정에서) 그렇게 다 밝혀졌다"면서 "그런데 대체 어떤 진상을 더 규명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문에 따르면 김씨 부인은 아들이 숨진 충격에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세 차례나 수술을 받았고, 지금도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수술비를 대느라 개인택시를 팔아버린 김씨는 현재 건물 경비 일을 하고 있다.

신문은 김씨가 매년 1월 20일이면 아들이 묻힌 대전현충원에서 경찰특공대원들과 함께 추도식을 한다는 근황도 전했다.

김씨는 "우리 부부를 챙겨주는 것은 아들 동료들뿐이다. 경찰이 재조사를 하겠다지만, 정부가 시키니 하는 일 아니겠나. 경찰이 미운 건 아니다"라면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진실까지 바뀌는 이 나라가 과연 법치국가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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