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외교·안보, 환경문제, 사법 등 주요이슈 합의
25일 EU 정상회의서 '브렉시트 합의'와 함께 서명 예정
공동의 가치체계 유지...아일랜드 국경 관련 영구협정 노력
자유무역지대 구축...규제 자율성 유지하되 불필요한 장벽 지양
금융은 '동등성 평가 체계' 따르기로...EU 이민자 거주이동의 자유 금지
대외정책, 독자적이지만 긴밀한 협력 등이 골자
새로운 쟁점인 지브롤터·어업문제 빠져…24일 최종 담판할듯
브렉시트 전환기간 1년 또는 2년까지 연장하기로 합의

 

영국과 유럽연합(EU)이 영국의 EU 탈퇴협정 초안에 이어 22일(현지시간) '미래관계 정치선언' 초안에도 합의했다. EU 탈퇴협정 초안이 일종의 '이혼조건'에 관한 것이었다면, '미래관계 정치선언'은 이혼 이후 양측이 어떤 관계를 맺어갈지에 관한 내용이다. EU와 영국의 협상 대표단은 전날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회동 이후 밤샘 회의를 통해 미래관계 정치선언에 대해 합의에 이르렀다.

총 26페이지 분량인 이 선언은 브렉시트 이후 무역을 비롯해 외교·안보정책, 환경문제, 사법 등 주요이슈에 대해 양측이 어떻게 협력할지에 대해 개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선언은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내년 3월 29일 영국이 EU를 공식 탈퇴한 후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에 양측 간에 전개될 미래관계 협상에서 지침 또는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된다.

'미래관계 정치선언'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동의 가치체계

정치선언 초안에 따르면 양측은 공통의 가치체계와 개인의 권리, 자유무역과 민주주의의 고취 등을 통해 계속해서 깊은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분명 EU 회원국 시절의 수준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양측은 의욕을 갖고 미래 관계에 접근할 예정이다.

아일랜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 문제는 EU 탈퇴협정 최대 쟁점 중 하나였다. 양측은 정치선언에서 이른바 '안전장치'(backstop) 방안이 실제 이용되는 일이 없도록 이를 대체할 영구적인 협정을 맺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

통상

양측은 높은 수준의 규제 및 관세 협력을 결합한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area)를 포함해 포괄적인 경제 협력 관계를 추구하기로 했다. 양측 간 체결할 최종 파트너십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영국은 독자적인 통상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아울러 국경 지역에서 관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공동 관세 협정을 맺는 한편, 탈퇴협정에서 제시한 잠정적인 단일 관세 지역을 발전시키기로 의견 일치를 이뤘다. 국경에서의 통행 및 통관절차와 관련해서는 추후 무역협정 논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규제

각각의 규제 자율성을 유지하는 한편으로 양측은 기업에 불필요한 장벽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가능한 한 서로의 규정이 호환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 서비스

최대 강점을 갖고 있는 금융서비스 분야와 관련해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에 축소된 역할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초안에 따르면 양측은 가능한 한 빨리 '동등성 평가'(equivalent assessments) 체계를 따르기로 했다. 흔히 '동등성 원칙'(equivalence system)으로 불리는 이 방안은 한 국가의 규제가 EU와 동등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부문의 영업과 관련해 인허가 및 보고 절차를 면제해주는 것이 원칙이다. 이미 미국과 일본이 이같은 원칙을 적용받아 EU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했습니다. 양측은 2020년 7월 1일까지 이와 관련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이주

EU 출신 이민자 유입은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하게 된 배경 중 하나다. 양측은 일단 브렉시트 후에는 그동안의 거주이동의 자유를 더이상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단기 여행 등의 경우에는 비자를 면제해주기로 합의했다.

대외정책 및 국방

대외정책과 관련해 양측은 안보 및 전략적 이익에 따라 독자적인 길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서로 존중하되, 긴밀한 협력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유엔과 같은 국제무대에서 협력하는 한편, 경제 제재 등에서도 서로 지원하기로 했다. 가장 군사력이 강한 영국이 EU를 탈퇴하더라도 유럽방위기금(European Defense Fund)에 의해 뒷받침되는 유럽방위 프로젝트에 참여할 길을 열어놓기로 했다. 아울러 초청받을 경우 영국은 유럽 안보·국방협력체제(PESCO) 협약에 참여할 수도 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안보 및 법집행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양측은 DNA 정보, 지문, 차량등록정보 등을 공유하기 위한 체계를 갖추기로 합의했다. 용의자 및 실종자 정보 교환 등 추가적인 협력을 위한 협정도 검토하기로 했다. 초안은 다만 이같은 협정의 범위는 영국이 유럽사법재판소(ECJ) 등 EU 규정과 체계를 얼마만큼 준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EU와 영국의 협상단이 합의한 정치선언 초안에는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한 스페인과 접해 있는 영국령 지브롤터 문제와, 영국과 프랑스 간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어업문제는 빠져 있다.

이에 따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EU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오는 24일 브뤼셀을 방문해 남은 쟁점을 타결지을 방침이다.

또 EU와 영국은 영국의 탈퇴조건과 관련된 추가 협상에서 당초 오는 2020년 12월 31일까지로 의견을 모았던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을 1년 또는 2년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EU와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양측 정부와 업계가 '브렉시트'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하기 위해 브렉시트 전환 기간을 두기로 의견을 모았다.

영국은 내년 3월 29일 EU를 공식 탈퇴하지만, 브렉시트 전환 기간에는 EU의 법과 제도가 영국에 현행대로 적용되며 다만 영국은 EU의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할 수 없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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