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과속 안된다고 "韓에 입장 확고히 전했다"는데 '작심한 듯 딴소리'
이도훈 "南北철도조사 강한 지지받아"도 美 언급 없는데 靑은 "李 말이 맞다"
美국무부는 北核 '최종-검증-완전 비핵화(FFVD)' 양국 협력 강화 보도자료 내

(왼쪽부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 비핵화가 남북한 내적 관계 개선보다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한국에 확고히 전했다"며 한미가 서로 '다른 소리'를 내지 않길 바란다고 공개 경고했지만, 문재인 정권은 거듭 '딴 소리 외교'로 응하는 모양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춘추관에서 가진 정례브리핑 후 질의응답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20일(현지시간) 한미 워킹그룹 1차 회의 직후 "(워킹그룹 출범은) 북한을 대하면서 우리가 서로 다른 말을 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한미 공조를 계속 유지해나가자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원론적인 언급을 내놨다.

그는 또 폼페이오 장관이 사실상 남북 타협 과속을 염두에 두고 '북한 비핵화가 뒤처져선 안 된다'고 지적한 데에도 "그 말은 북미(미북)관계도 그만큼 더 속도를 내 성과를 거두자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해당 발언 자체가 한국 정부를 가리킨 게 아니라 미국 측 자신들이 임하고 있는 대북(對北) 협상에 관한 것이엇다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한 셈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0일(현지시간) 워킹그룹 회의 참석 직후 "미국측이 남북철도 공동조사에 강력지지를 표명했다"고 주장했으나 미측에선 그런 언급이 없다는 물음에는 "이도훈 본부장 얘기가 맞고 관련 절차를 현재 진행 중"이라고 강변했다.

조만간 북한 김정은의 연내 서울답방에 관한 발표 계획 등이 있는지에 대해선 "현재로서 변화된 내용은 없다"고 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앞서 이 본부장은 20일(현지시간) 남북 철도 공동조사 사업에 대해 미국 측에서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언급했으나, 구체적으로 워킹그룹 내 어떤 미 측 인사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았다는지 거론하진 않았다.

오히려 미 국무부는 당일 이 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간 워킹그룹 1차 회의 직후 대변인실 보도자료를 통해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에 있어 긴밀한 미·한 협력을 더욱 강화했다"고 밝혀뒀을 뿐이다.

아울러 "(워킹그룹) 참석자들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지속적인 평화 그리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와 남북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며 "비건 특별대표와 이 특별대표는 한반도와 이 지역에서의 평화와 안보의 핵심(linchpin)으로서 한미 동맹을 재확인했다"고 원칙론을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이 11월20일(미국 현지시간) 발표한 한미 워킹그룹 1차 회의 관련 보도자료에는 남북관계대 대해선 '남북 협력(inter-korean cooperation)에 관해서도 논의했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이 적혀있을 뿐이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이 11월20일(미국 현지시간) 부처 홈페이지를 통해 배포한 한미 워킹그룹 1차 회의 관련 보도자료에는 남북관계대 대해선 '남북 협력(inter-korean cooperation)에 관해서도 논의했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이 적혀있을 뿐이다.

이 본부장이 언급한 '강한 지지'는 국무부 보도자료는 물론 폼페이오 장관의 기자회견에서도 등장하지 않았다. 다만 일부 언급된 '남북 협력'에 천착해 이 본부장은 브리핑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체적 남북사업 추진 취지가 무엇인지, 이를 통해 비핵화에 어떻게 기여할 지 우리의 전략과 생각을 논의했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미 측이) 철도 공동조사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올해 안에 철도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일단 조사부터 해야 착공식이 가능할 것같다"고 말해 한미간 아직 합의되지 않은 사안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본부장은 '북한 비핵화가 남북관계에 뒤처져선 안 되며 서로 딴 소리를 해선 안 된다'라는 폼페이오 장관의 이례적인 '공개 경고'에 대해서는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면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했고 여러 번 같이 가야한다는 얘기"라고 치부했다. 이는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는 함께 가야한다는 취지의 언급 자체가 새로우냐 아니냐'는 방향으로 논점일탈한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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