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MUFG, 中사업가들과 거래 시 신원확인 시스템 고의로 무시"
자산규모 세계 5위 MUFG...대북제재로 美금융 당국 조사 받는 세계 은행 중 가장 커
美연방검찰, 北자금세탁 개입 정황 포착
국내 은행들, 대북제재 걸릴까 더욱 몸 사릴 듯

미국 검찰이 일본 최대은행 미쓰비시UFJ 파이낸셜 그룹(MUFG)을 북한의 돈세탁에 연루한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쓰비시UFJ(MUFG)는 일본 최대 시중은행으로 자산기준 세계 5위(현재 자산이 286조엔)에 해당하는 대형은행이다. 대북제재와 관련해 미 금융 당국의 조사를 받는 세계 은행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NYT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연방 검찰은 이미 지난해 말 MUFG에 소환장을 보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뉴욕 금융감독국이 MUFJ에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조사하기 위한 취지로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와 관련돼 있다.

뉴욕 금융감독국은 MUFG가 국제 제재 대상 기업이나 개인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내부 시스템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금융거래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뉴욕 금융감독국은 MUFG가 북한과의 접경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중국 고객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중 접경지역은 돈세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MUFJ가 북중간 돈세탁을 방조했다는 것이 금융감독국의 주장이다.

그러나 NYT는 미국 검찰은 북한사람들이 MUFG를 통해 돈세탁을 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는지 여부는 분명치 않으며, 미 당국은 은행의 신원확인시스템 내부에 구멍이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MUFG는 앞서 2013년과 2014년에도 비슷한 문제로 금융감독국의 제재를 받았다. 지난 2013년 뉴욕금융서비스국(DFS)은 MUFG 뉴욕지점이 제재 대상국인 이란, 미얀마에 대한 확인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금융거래 기록을 삭제해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당시 DFS는 은행에 두 차례에 걸쳐 2억 5000만 달러(약 2800억원), 3억 1500만 달러(약 35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MUFG는 2년 새 6300억원을 벌금으로 날릴 뒤 지난해 뉴욕주 은행 허가증을 반납하고 연방 허가증을 획득하면서 금융감독 당국을 DFS에서 통화감독청(OCC)으로 바꿨다(조셉 오팅 OCC 청장은 이전에 MUFG에서 일한 적이 있다). 은행 허가증을 새로 발급하면서까지 상대적으로 유연한 OCC로 규제당국을 바꿨지만 또다시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게 된 셈이다. NYT는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MUFG가 추가로 강력한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올해 의심받는 행위를 정부당국에 보고하지 않아 곤경에 빠진 은행은 MUFG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미국 은행은 특정 고객에 대한 검열 시스템을 무시한 것 때문에 6억 달러의 벌금을 연방정부에 냈다. 

한편 미국 검찰이 북한의 자금 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일본 MUFG을 수사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은행들은 더욱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미국의 우방국인 일본의 최대 은행까지 조사할 정도로 대북 불법 거래 단속에 나서고 있는 만큼 우리 금융기관들에 대해서도 집중 감시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조사 대상에 오르는 것만으로 은행들은 신인도에 큰 타격을 입고 자금난에 빠질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한 일간지에 "국내 은행들이 대북제재를 위반한 적이 없기 때문에 미측 제재를 우려할 어떤 이유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은행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대표는 "정부는 괜찮다지만, 동맹국인 일본 최대 은까지 문제가 된 만큼 우리로 한 관련 사업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미 금융 당국은 국내 은행 자료를 속속들이 갖고 있는데, 우리 해외 지점 등의 컴플라이언스(내부 통제) 시스템은 부실해 우려가 크다"고 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내부적으로 준비해왔던 남북경협 관련 TF를 지난 9월 미 재무부의 콘퍼런스 콜 이후 잠정 중단한 상태다. 

당시 미 재무부는 국내 7개 시중, 국책 은행을 대상으로 대북제재 관련 콘퍼런스 콜을 소집해 각 은행의 대북사업을 점검했다.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말라는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앞서 8월엔 경남은행이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위장 수입한 업체에 신용장을 발급했다는 이유로 제재 위반 논란이 일었다. 또한 하나은행의 평양 국제유소년 축구대회 후원도 물의를 빚었다. 또한 7월엔 광주비엔날레가 한미 정부의 독자 제재 대상인 만수대창작사의 중국분소를 운영하는 중국인의 중국 HSBC 계좌로 2만 5000달러(약 2800만 원)을 송금한 사실이 최근 뒤늦게 확인됐다. 어느 은행을 통해 송금했는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의 조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모두에 대해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과 불법 거래에 연루된 각국 은행에 대한 미국 제재가 최근 크게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 단둥은행을 제재 대상에 올린 데 이어 농업은행, 건설은행 등 중국 대형 은행의 돈세탁 위반 의혹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아그로소유즈 상업은행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올 2월 라트비아 3대 은행으로 꼽히던 ABLV행은 미국의 제재로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이 발생해 4개월 만에 청산됐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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