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개특위 윤한홍 위원, 법관대표회의 집행부 공개…"13명중 8명이 '진보'"
6명이 김명수 大法 회장 지낸 좌파 법관모임 우리法과 후신 국제인권法 출신
2명은 '판사 블랙리스트 없었다' 조사결과 반발, 신영철 前대법관 사퇴압박한 판사
법관회의 결의한 법관 탄핵촉구안, '발의자·찬반 불명'에 '정족수 미달 날치기' 논란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를 겨냥한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들을 탄핵소추해야 한다고 국회에 공개 촉구한 '전국법관대표회의' 집행부의 60% 이상이 좌파성향 판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집행부 13명 중 김명수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좌파성향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 또는 그 후신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 6명이며, 이들 단체 출신은 아니지만 공개적으로 좌파성향을 드러낸 판사 2명까지 총 8명(61.5%)이 해당된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경남 창원 마산회원구·초선)은 22일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국법관대표회의 명단을 인용해 "법관대표회의 집행부를 구성하고 있는 의장, 부의장, 운영위원 13명 중 6명이 우리법연구회 및 우리법연구회의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어 "또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며 전체 원문자료 공개를 주장했던 법관, 지난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한 법관도 집행부에 포함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윤한홍 의원은 "운영위원 13명 중 8명이 진보적 성향의 법관으로 구성돼, 사실상 이들이 법관대표회의 집행부를 주도하며 정치적으로 편향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료사진=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실

현재 법관대표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서울북부지방법원의 최기상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운영위원을 맡은 수원지법의 송승용 부장판사 역시 우리법연구회 소속으로,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한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부의장인 서울중앙지법의 최한돈 부장판사와 운영위원인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조정민 판사·대구지법 공두현 판사·제주지법 신재환 부장판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전체 법관 2964명 중 465명(15.7%)이 소속된 법원 내 최대 모임으로 사실상 법원 전체 의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다른 운영위원인 수원지법 차성안 판사는 지난 5월 3차례 조사 결과 "인사상 불이익은 없었다"고 결론 난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와 관련해 청와대 청원글을 올리는 등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전체 원문자료 공개를 주장했던 법관이다. 

대구지법 김동현 판사의 경우 2009년 신영철 당시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직 시절 광우병 촛불집회 재판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사퇴를 요구한 적이 있다. 결국 집행부의 절반 이상인 8명이 좌파성향 법관으로 구성된 셈이다.

법관대표회의의 편향성에 대해서는 법원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국회 사개특위가 개최한 사법행정 조직개편에 관한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한 울산지방법원 김태규 부장판사는 의견서를 통해 법관대표회의의 세력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김태규 부장판사는 "올라오는 의안들 상당수가 왠지 대법원과 조율된 듯한 것들이 상당수 있었고, 의사일정과 관련하여서도 미리 조율된 정황이 노출되기도 했다"며 "주류가 아닌 법관들이 제안한 안건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부결됐다, 사법권의 독립을 위해 모인 법관들의 대표였는지 의아했다"고 언급했다는 것.

윤 의원은 "특정모임이 법관대표회의를 장악하고, 법관 탄핵 등 국회 고유의 권한에 대하여 편향적 의견을 표출하는 것 자체가 법원 스스로 사법부의 독립을 저버리는 행위"라며 "법원의 정치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어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9일 법관대표회의는 전체 대표 119명 중 114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105명이 표결에 나서 찬성 53표로 헌정 사상 초유의 동료 법관 탄핵 요구('재판독립침해 등 행위에 대한 우리의 의견' 입장문 발의)에 나선 바 있다.

그런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광덕 한국당 의원(경기 남양주시병·재선)에 따르면 법관대표회의는 정작 '국회 탄핵 촉구 검토안' 발의자 명단을 비공개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주광덕 의원 측은 19일 법관회의 정기총회에서 현장 발의된 '재판독립 침해 등 행위에 대한 헌법적 확인 필요성 선언'에 대한 속기록, 발의자 및 찬성·반대·기권 명단을 모두 제출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법원행정처는 법관회의 내부 규칙을 들어 "요청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

법관대표들 사이에서는 수정안 발의자가 누군지 서로 몰라 헤매는 중이라는 후문이다. 당초 최한돈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헌법적 확인이 필요하다'는 원안을 대표로 현장발의했고, 반응이 엇갈리자 '탄핵소추 절차'를 명시한 수정안이 이제정 특허법원 부장판사 등에 의해 발의됐다고 한다. 

이후 법관대표들에게 수정안 발의에 동의하는지를 묻고 '거수'로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속기록을 확인하더라도 발의자 명단을 알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애초 출석 인원(114명) 중 53명만의 찬성으로 결의안이 통과된 자체가 규칙 위반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법관회의 규칙 제9조2항은 법관회의에서 의결을 요하는 경우 '출석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돼 있는 만큼 본래 가결 정족수를 58명으로 봐야했다는 것이다. 

사진=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페이스북

22일 문화일보에 따르면 한 현직 판사는 "주먹구구식 발의와 표결이 국회의원들 뺨치는 날치기 통과"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법관대표회의의 탄핵 소추 촉구 결의 다음날(20일) 차명진 한국당 전 의원이 "법관대표회의라는 이름으로 모였다는데, 그건 김명수 대법원장 이후 만든 법원 내부규칙에 나오는 모임에 불과하다. 거기 나오는 사람들의 대표성도 불분명하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지적한 바 있다.

차명진 전 의원은 "임무라고 해야 기껏 법원 행정에 관한 것으로 제한돼 있는데 법관대표회의가 감히 '국회'더러 탄핵을 해달라고 의결했다. 이것과 판사 친목 모임에서 국회의원 뽑는 게 뭐가 다른가. 명백한 삼권분립 위반에 법치주의 위반"이라며 "참석한 자들을 모두 탄핵하라. 애시당초 투표 안건이 안 되는 사안에 참여해서 반대한 자들도 탄핵 대상"이라고 성토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21일 페이스북에서 "사법행정권 남용이 있었다면 반드시 그 진상을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판사들이 정치권을 끌어들여 '사법 독립'을 스스로 허물고 여당은 통상적인 입법부의 사법부 견제 차원이 아닌 사법부 내 세력교체의 수단으로 탄핵을 악용하는 걸 용인할 수는 없다"며 "판사는 판결을 해야지,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판사들이 스스로 개혁하겠다는 자정 노력 없이 '탄핵'을 여당과 입법부에 청탁하는 건 비겁한 자세다. 판사들 스스로 무죄추정의 원칙과 삼권분립의 헌법적 가치를 뒤흔들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일"이라며 "게다가 여당이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서 '대상자가 최소 13명'이니, '누구는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니 살생부까지 나도는 걸 보면 이게 우연인지 의구심이 든다. 벌써부터 '법원 내 특정 파벌의 사법권력 장악 시도', '친문(親문재인)성향 판사들의 청부탄핵' 말들이 많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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