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시진핑 독트린'으로 미중간 갈등 불가피해보여
文대통령,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떤 선택할 것인가

김영호 객원 칼럼니스트
김영호 객원 칼럼니스트

지난 11월 중순에 개최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시진핑독트린’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아세안 국가들이 앞으로 역외국가와 군사훈련을 할 경우 중국에게 사전에 통보하고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역외국가’는 미국을 말한다.

미국은 파라셸군도와 스프레틀리군도를 불법적으로 매립하여 자신의 영토로 기정사실화하려는 중국의 기도에 반대하여 ‘자유의 항해작전’을 영국, 호주, 프랑스와 함께 다국적군을 구성해서 앞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앞으로 이 작전에서 동남아국가들도 참여할 것이 예상된다.

‘시진핑독트린’은 이 작전에 동남아국가들의 참여를 제한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그들의 군사주권 행사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이다. 이 독트린은 동남아지역에 ‘신조공체제’(新朝貢體制)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대륙국가 중국의 국력이 점점 더 커져서 시진핑독트린이 동남아에 이어서 동북아지역에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남한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도 못하게 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아세안회의에서 발표한 시진핑독트린을 2017년 10월 31일 한중 사이의 ‘3불(不) 합의’와 연관지어 보면 동아시아에 ‘신조공체제’(新朝貢體制)를 구축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여 주한미군과 한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자 한국에 대해서 경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원에서 사드보복조치를 취했다. 문재인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국이 요구한 ‘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사일방어체제(MD) 참여 불가,’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라는 ‘3불’(不)에 합의해 주었다. 이 합의는 아세안회의에서 드러난 시진핑독트린과 같이 한국의 군사주권을 침해하고 있다. 이번 중국의 아세안에서의 발표와 ‘3불합의’ 요구를 보면 새로운 조공체제를 만들려는 중국의 의도가 분명하게 이해된다.

시진핑독트린은 과거 소련의 ‘브레즈네프독트린’을 연상케 한다. 1968년 동구 위성국가 체코에서 자유화운동이 일어났을 때 소련은 탱크를 동원하여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이 사건 이후 동구권 국가들이 소련 제국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을 막고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동구권 반체제운동에 개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독트린을 발표했다. 그 핵심은 동구권 국가들이 소련 제국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할 경우 소련이 군사적으로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독트린으로 동구권 국가들의 주권이 심각하게 제약되었기 때문에 이것을 ‘제한주권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국의 국력이 급성장하면서 중국은 과거 소련 모델을 따라서 동아시아 국가들의 주권을 제약하는 ‘시진핑독트린’을 발표하고 중국 주변에 ‘신조공체제’(新朝貢體制)를 구축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중국의 시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2015년 9월 평화헌법의 재해석과 안보관련 법안들의 개정을 통해서 일본은 이미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길을 열어두고 있다. ‘개별적 자위권’은 침략을 받았을 때 방어할 권리이다. 이와 달리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국 미국의 군사분쟁에 일본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경우 남중국해에서 미중 군사적 갈등은 그 여파가 동북아지역으로 미칠 것이 분명하다.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불법 매립과 점령을 인정하지 않고 ‘자유의 항해작전’을 계속하려는 미국과 ‘시진핑독트린’을 통해서 이 지역에 ‘신조공체제’를 구축하려는 중국 사이에 군사적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문재인정부는 그동안 조기종전선언과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른 북핵 논의 과정에서 대북한 제재 완화를 주장하면서 ‘탈미접북노선’(脫美接北路線)과 ‘친중반미정책’(親中反美政策)을 추진해 왔다. 중국 주변에 ‘새로운 조공체제’를 구축하려는 ‘시진핑독트린’에 미국이 강력하게 반발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문재인정부의 외교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김영호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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