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진보연합', 김정은 환영 집회 잇따라 참석...적극적 활동 예고
"文대통령이 북에서 환영받았으니 김정은 환영하는 것이 예의"
인터넷에서는 김정은에 대해 귀엽고 장난스럽게 묘사한 상품들 쉽게 찾아
네이버쇼핑에 올라온 '김정은사진'...리뷰엔 "귀엽다" "웃음 보장" "적극 추천"
"살인자이자 인권탄압국가의 독재자에게 ‘귀엽다’?" 비판 목소리도 거세

친북좌파 성향 대학생단체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9명은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방문을 환영하는 '꽃물결 대학생 실천단'을 발족하면서 “김정은을 환영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 서울방문을 환영합니다"(사진=연합뉴스 / 2018.11.21)

이들은 “동방예의지국으로서 받은 게 있으면 당연히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받았던 환대를 서울에 방문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대학생들이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꽃물결 대학생 실천단’ 단장을 맡은 김한성(29) 대진연 공동대표는 "김 위원장이 연내에 서울을 방문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김 위원장이 실제 방문했을 때 뜨겁게 환영할 수 있게끔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올 한해 남북이 보여준 한순간, 한순간은 교과서에 기록될만한 장면의 연속이었다"며 칭송하기도 했다.

이어 이나현 대진연 공동대표도 "김 위원장 환영 열기가 고조되고 있으나, 수구 세력의 마지막 발악 또한 지속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북(北)에서 받은 환영을 생각했을 때 (김정은을) 환영하는 것이 예의"라는 주장을 펼쳤다.

준비한 발언이 끝난 뒤 이들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사진을 붙인 팻말과 광화문, 한라산 사진을 이용해 카 퍼레이드를 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들은 북한 환영단이 흔들었던 꽃과 비슷한 붉은색 조화를 흔들기도 했다. 이 조화는 지난 7일 백두칭송위원회 결성식에서도 등장했다.

대진연 측은 김정은의 서울 방문 환영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오는 22일부터 서울 도심과 대학가에서 시민들에게 한반도기(단일기)와 ‘서울시민환영단(김정은 방한 환영 단체)’ 모집 유인물을 나눠줄 계획이다. 김정은이 방한할 때까지 김정은을 왜 환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설회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차량에 붙일 수 있는 스티커, 가방이나 옷에 부착할 수 있는 스티커와 배지도 판매할 계획이다.

대진연은 지난 7일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을 환영한다’는 취지로 결성된 ‘백두칭송위원회’에 참여하는 단체이기도 하다. 앞서 백두칭송위가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한 연설대회에서는 "남과 북은 서로 고무 찬양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천리안을 가진 것이냐" 등의 발언이 나왔다. 지난 18일에는 백두칭송위원회 주최로 광화문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김정은 환영 및 칭찬' 연설대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김정은 서울방문 환영 연설대회(사진=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빌딩 앞에서 백두칭송위원회 주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을 환영하는 연설대회 '김정은'이 열리고 있다. 2018.11.18

김정은의 서울 방문을 환영한다는 집회가 연이어 열리는 가운데 김정은의 잔혹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거나 귀엽고 장난스럽게 묘사한 상품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이니굿즈’에 이어 이른바 ‘으니굿즈’라는 표현까지 활용한다. 김정은의 ‘으니’와 상품을 뜻하는 굿즈(goods)의 합성어이다.

네이버쇼핑에서는 ‘족자 형태의 김정은 사진’이 1만 8천원에 팔리고 있다. 판매자는 “쓸데 없는 선물 갑! 쓸데없는 선물하기가 재미도 있고, 유행을 하고 있죠”라며 “친구에게 웃음과 당혹스러움을 선물하세요!”라며 상품을 소개했다. 네이버 리뷰에는 “친구가 아주 좋아한다”, “받은 아이가 멈칫하더니 2분동안 마구 웃었다”, “적극 추천한다”, “웃음 보장한다” 등의 장난스럽고 웃음섞인 반응이 올라왔다. 김정은이 북한에서 자행하고 있는 진면목에 대해서는 외면하거나 인지하지 못한 채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만 부각되는 양상이다.
 

김정은 사진 외에도 김정은 피규어도 여러 형태로 나오고 있다. 서울 연남동 아트스페이스담다에는 지난 9일부터 ‘북조선 판타지’라는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회에는 ‘KIM’이라는 제목으로 김정은을 묘사한 피규어가 전시됐다. 지난 6월 미북 정상회담 부근, 인터넷에서는 호탕하게 웃으며 어깨에 핵미사일을 메고 있는 김정은과 언짢은 표정으로 방패를 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피규어도 세트로 판매되기도 했다.

풍자의 의미로 캐릭터를 해석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김정은에 대한 이해도 없이 무분별하게 긍정적이고 귀여운 이미지만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섞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적어도 김정은이란 존재가 국제사회로부터 인신매매나 강제노역 등이 횡행한 인권탄압국가의 독재자로 규탄받는 존재라는 사실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살인자이자 인권탄압국가의 독재자에게 귀엽다는 게 적절하냐"며 황당함을 표출하는 한편 비판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앞서 30년동안 북한 김씨 일가의 외화벌이 책임자로 일하다 탈북해 미국에 정착한 장성택 측근 리정호씨는 지난해 8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잔혹성을 고발한 바 있다. 리 씨는 인터뷰에서 "김정은 집권 직후 고위 관리들과 가족, 심지어 어린이까지 1년간 수천 명이 처형되거나 숙청됐다"며 “잔인한 처형이었다. 사회주의 제도에서 수십년을 살았는데 그렇게 끔찍한 건 처음봤다”고 폭로했다. 결국 2013년 12월 장성택까지 고사포로 처형됐다며 김정은의 잔인함에 환멸을 느낀 리 씨는 이듬해 10월 가족과 탈북했다고 한다.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는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화학무기에 의해 독살됐다. 미국 국무부는 이와 관련해 올해 3월경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지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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