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문제, '큰숲' 봐달라…북핵 위기보다 지금 행복한 분위기"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종목 남북 단일팀 구성을 놓고 비판 여론이 쇄도하는 가운데, 청와대가 18일 '불공정하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를 '숲과 나무'도 아닌 '나뭇가지' 수준으로 치부하는 등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두고 "북핵·전쟁위기를 겪던 시기를 생각하면 지금은 행복한 분위기"라거나, "단일팀 문제가 아니었다면 누구도 아이스하키팀을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런 언급들을 남겼다. 이 관계자는 "(단일팀 구성이)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하다는 지적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20~30대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단일팀 구성 반대 여론에는 "단순히 단일팀 구성이 훨씬 좋으니 조금 손해보는 건 참아도 된다는 식으로 설명해선 안 될 것 같다"고 반응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선수들이) 흘린 땀, 눈물이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훼손되지 않게 정부는 최선을 다 한다고 말씀드렸고 IOC와 '플러스알파'(엔트리 확대 지칭)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수단 엔트리 확대가 실질적으로 가능한지, 특정국 선수단만 확대 편성하는 게 또 다른 불공정을 야기하는 것 아닌지 등 우려에 답이 될만한 설명은 없는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일팀 구성이 가져 올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호소하며 "북한 참가를 논의하는 데 '나뭇가지' 문제를 논의할 수 있겠지만 '큰 숲'을 봐달라"고도 했다.

또한 "얼마 전까지 북한의 참가를 꿈도 꿀 수 없었지만 현재는 그리 원하던 평화 올림픽으로 가고 있다"면서 "한반도가 북핵·전쟁위기를 겪던 시기를 생각하면 지금은 행복한 분위기를 경험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평창올림픽 기간 중 사변 발생 가능성이 낮을 뿐, 북한의 핵 위협성과 전쟁 발발 가능성 자체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돼있다는 여론을 읽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살 만하다.

이 관계자는 이른바 '큰 숲'으로 부른 효과에 대해서는 "남북 평화가 형성돼 위기 없이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소득주도성장을 안정적으로 펼 수 있다면, 청년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는 환경 조성에 기여한다면 청년 문제 해결에도 이득이라는 점을 공유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단일팀 문제가 아니었다면 누구도 아이스하키팀을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선수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얼마나 힘들게 훈련하는지,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 희생이 있었는지 알려져 세계적 관심을 받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나아가 "(단일팀 논란에도) 아이스하키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 아이스하키를 위해 좋은 일"이라며 "초·중·고·대·실업팀도 없는 이런 환경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팀이 만들어진다면 훨씬 좋은 일"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아이스하키계에서도 당연히 (저변 확대나 지원 방안을) 말할 것이고 문화체육관광부 장·차관과 대화에서도 더 좋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단일팀 구성 불공정성 논란이 선수들의 노력에 대한 관심 확대에 기여했다는 주장은, 아이스하키팀이 당초 메달권 밖이며 1승도 힘겨웠기 때문에 단일팀 구성 대상이 됐다는 취지의 이낙연 국무총리의 변명과도 크게 달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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