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인권위, ‘내란선동’ 이석기 전 의원에 ‘인권상’...이석기 누나, 수상소감 대독
"개인상 아닌 촛불로 열린 세상에서 여전히 고통받는 모두에게 주는 격려라 생각"
불교인권위 대표 진관스님, 수상이유에 대해 "국회의원 인권회복 위해 드린다"
김문수 "인권범죄자 김정은을 찬양·숭배하는 이석기에게 불교인권상? 불교계 자살골"

내란선동·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9년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20일 불교인권위에서 시상하는 ‘불교인권상’을 받았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에서 열린 불교인권위원회 창립 28주년 기념식 및 제24회 불교인권상 시상식에서 올해 불교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을 대신해 이 전 의원의 누나 이경진 씨가 대리수상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수감 중이다. 왼쪽은 불교인권위원회 공동대표인 진관 스님. (사진=연합뉴스 / 2018.11.20)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에서 열린 불교인권위원회 창립 28주년 기념식 및 제24회 불교인권상 시상식에서 올해 불교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을 대신해 이 전 의원의 누나 이경진 씨가 대리수상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수감 중이다. 왼쪽은 불교인권위원회 공동대표인 진관 스님. (사진=연합뉴스 / 2018.11.20)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산하 불교인권위원회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에서 제24회 불교인권상 시상식을 열고 이 전 의원에게 불교인권상을 수여했다. 이 전 의원의 누나 이경진씨가 대리 수상했다. 시상식에는 불교인권위 관계자와 이 전 의원 지지자, 일반 신도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누나 이씨는 이석기 전 의원이 옥중에서 보내온 수상 소감을 대독(代讀)했다. 이 전 의원은 "이번 ‘불교인권상’은 저 개인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 분단에 의해 억압받거나 촛불로 열린 새로운 세상에서도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주는 격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평화를 이야기했다고 6년째 (옥에) 갇혀 있지만, 저의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했다.

이후 “이석기 전 의원 구속은 인권 탄압”이라면서 2015년 12월 유엔 자유권 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던 ‘이석기 의원 구명위원회’ 회원 5명이 누나 이씨에게 꽃을 전달했다. 이들은 ‘이석기 의원님 보고 싶어요!’ ‘수상을 축하드립니다’라는 글이 써 있는 팻말을 들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에서 열린 불교인권위원회 창립 28주년 기념식 및 제24회 불교인권상 시상식에서 이석기 의원 구명위원회 회원들이 올해 불교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을 축하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 전 의원은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수감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 2018.11.20)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에서 열린 불교인권위원회 창립 28주년 기념식 및 제24회 불교인권상 시상식에서 이석기 의원 구명위원회 회원들이 올해 불교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을 축하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 전 의원은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수감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 2018.11.20)

불교인권위 공동대표 진관·지원 스님과 위원장 정각 스님은 이 전 의원을 수상자로 선정한 것에 대해 "정치인의 정치활동이 특정 정치 세력에 의해 정지당했다. 국회의원의 인권 회복을 위해 제24회 불교인권상을 드린다"라고 강변했다.

진관 스님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1996년과 1999년 두 차례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그는 2012년엔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지난 8월에는 집단 탈북한 류경식당 종업원 12명에 대해 "딸들을 기다리는 부모를 생각해서라도 12명의 노동자들을 북쪽으로 보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집단유인 납치 사건’이라며 류경식당 종업원들의 송환을 요구해온 것과 궤를 같이했다. 반면 인권을 내세운 단체에서 인권유린 규탄대상인 북한으로 탈북자들을 송환하라는 주장에 대해 '탈북자들을 사지로 내모는 주장'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날 불교인권위는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글’에서 “양심수는 부패한 국가권력의 피해자”라며 "모든 양심수의 석방을 간절히 촉구한다"고 강변했다. 이 전 의원이 소위 ‘양심수’라는 것이다. 조영건 경남대 명예교수(불교인권위 자문위원)도 격려사에서 "이 전 의원은 무죄다. 내란 음모를 조작하지 않았다"며 "부디 현 정권이 연말을 맞아 이 전 의원 석방을 단행하기를 청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원래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관음전으로 장소가 바뀌었다. 시상식장인 관음전에서는 신도인 일부 자원봉사자들이 "왜 이 전 의원에게 상을 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항의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양심'과 '인권'이란 주관적 표현의 기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이석기 불교인권상 수상’에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20일 "이석기에게 불교인권상을 주는 것은 자살골"이라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석기가 누군가. 종교는 아편이라는 김일성주의자 아닌가"라며 "민족 통일의 시대적 대원칙을 높이 받들었다는 것이 시상 이유인데, 이 전 의원은 적화통일론자"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 최악의 인권범죄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찬양·숭배하는 이 전 의원에 불교인권상을 꼭 줘야 하나”며 "일부 스님들에 의해 대한민국의 인권을 유린하는 이 전 의원을 인권수상자로 잘못 결정했다면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과 인권을 사랑하는 불자들에 의해 신속히 바로 잡혀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19일에는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전국목회자협동조합 등 9개 단체 회원 50여 명이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의원에게 인권상 수여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부처님은 분명히 '모든 간사와 나쁜 짓을 일으켜 국토를 파괴한 자는 반드시 법대로 그 죄를 다스려라'고 가르치셨다"며 "(이 전 의원에게) 인권상을 주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의원은 2015년 1월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9년 및 자격정지 7년 확정판결을 받고 수감 중이다. 대법원은 당시 판결문에서 "이석기 등은 비밀 회합에서 전쟁 발발 시 북한에 동조해 통신·유류·철도·가스 등 국가 기간 시설을 타격하고 무기를 제조 및 탈취할 것 등을 논의했다"면서 "전시(戰時)가 아니더라도 북한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회합 참석자들에게 내란을 선동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북한 활동을 찬양·고무하고 이적 표현물을 소지하는 등 국보법을 위반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토론을 넘어 내란 실행을 합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1992년 시작한 불교인권상은 주로 좌파진영 인사들에게 수상됐다. 2003년엔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공동 수상했다. 당시 불교인권위는 카다피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외세에 맞서 자유와 평등, 정의라는 대의를 지키기 위해 수행해온 선구자적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며 "카다피의 고귀한 성품과 민주적이고 평등한, 보다 인간답게 잘 살 수 있는 행복한 사회건설을 주창하고 이를 실행하는 그 분의 진보적인 휴머니즘 사상에 신뢰와 존경을 표방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2009년엔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였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2013년엔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가 수상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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