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 해안 철책 284㎞-軍시설 8299곳 철거...'안보빗장풀기'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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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호 정치사회부 기자(경력직)

  • 최초승인 2018.11.20 16:33:38
  • 최종수정 2018.12.0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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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놓고 간첩들에 집문 열어준다" "戰時 가정한 軍시설에 방치가 어딨냐" 비판 고조
국방부, 2020년까지 동·서해안 철책 413.3㎞ 중 284.2㎞ 철거, 21년까지 3500억 들여 軍시설 제거
국민권익위 민원수용 권고가 배경…정경두 "특별히 경계 필요한 시설은 장비 강화" 변명?
'민원' 명분세워 당장 올해 말까지 軍 점유 사유지 매입·보상도 진행할 계획
최전방 비행·정찰금지, NLL 양보, GP철거, 지자체 對전차방어시설-철책제거도 우려

문재인 정권의 국방부가 오는 2020년까지 동해안과 서해안 등에 설치된 284㎞가량의 해변과 강변의 군(軍) 경계 철책을 철거하기로 했다. 또 전국 50개 지자체에 분포된 군부대 안팎의 군사시설 약 8300곳도 2021년까지 해체하는데, 3500억원대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다.

'국민 불편 해소'라는 명분을 내세운 가운데, 지금의 평시(平時) 상황에서 군사적으로 '당장 사용하지 않는' 시설 상당수를 방치된 유휴시설로 간주하고 철거하는 듯한 기류도 읽힌다. 국방부와 국민권익위원회는 2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유휴 국방·군사시설 관련 국민 불편 해소 방안'을 공동 보고했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는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국방·군사시설로 인한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지역개발 활성화를 위한다'는 취지로 국방부에 이런 방안을 권고했다. 국방부는 이를 토대로 2021년까지 총 3522억원을 투입해 국방·군사시설 철거 등 대대적인 정비를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국방부는 군의 동·서해안에 설치된 경계철책 413.3㎞ 중 이미 철거가 승인된 114.6㎞ 외에 169.6㎞를 추가, 2020년까지 총 284.2㎞ 구간을 철거한다. 작전 수행에 필요한 129.1㎞ 구간만 남기고, 그동안 주민들의 출입이 제한됐던 해변과 강기슭 지역을 개방한다는 것이다.

주요 철거지역은 ▲충남 서천 춘장대해수욕장~장항항 구간(4.55㎞) ▲충남 안면도 만리포 해변(1.87㎞) ▲인천 만석부두~남항입구(3.44㎞) ▲경기 화성 고온이항 출구~모래부두(6.5㎞) ▲강원 고성 대진항~화진포 해수욕장(1.57㎞) ▲경북 영덕 죽변~봉산리 구간(7.1㎞) 등이 포함됐다. 

이들 철책 지역 중 134㎞가량의 구간에는 최첨단 감시장비가 설치된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아울러 국방부는 낡거나 안전상의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 군부대 안팎 유휴시설 8299개소(120만㎡)도 2021년까지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부대 내부시설은 6648개소이고, 부대 외부시설은 1651개소이다. 강원도 3199개소를 비롯해 전국 50개 지자체에 걸쳐 있으며, 해변과 강변에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군 초소 483개소도 포함돼 있다. 철책 철거와 군사시설 해체에는 총 3522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밖에 국방부는 내년부터 군부대가 무단으로 점유해 사용하던 사유지에 대한 보상과 매입도 본격 추진하겠다고 알렸다.

권익위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유휴 국방·군사시설과 관련한 민원은 총 1172건이다. 이중 절반이 넘는 676건(57%)이 국유지 환매, 사유지 무단 점유, 시설철거 관련 민원이다. 권익위는 관련 실태 조사 후 지난 1월 국방부에 '유휴 국방·군사시설 정리 개선 방안'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국방부는 올해 말까지 군 점유 토지 중 사유지에 대한 측량을 거쳐 내년부터 배상이나 매입에 들어가 '국민들의 재산권 침해 민원을 해소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번 유휴시설 철거는 충분한 작전성 검토를 거쳐 추진되는 것으로, 특별히 경계가 필요한 시설은 장비를 더 강화하기도 했다"며 "앞으로도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국민 친화적 국군으로 거듭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관련 보도를 접한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함'과 '불안' 그 자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군복무자들을 중심으로는 "전시(戰時)에 다 쓸 수 있는 것들을 왜 방치됐다고 말하냐"고 정부의 자의적 용어 선택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례로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게재된 민영뉴스통신사 '뉴시스'의 이날 철책선-군 시설 철거 보도에는 활발한 댓글 참여가 관측됐다. 오후 6시 기준으로 순공감수 순(順)으로 댓글 란을 보면 "내놓고 집 문을 연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한 댓글이 7800건에 가까운 동의를 받고 반대는 13분의 1 수준인 약 600건에  그쳤다. 2~3건의 거친 어조의 짧은 댓글들을 제외하면, 순공감수 상위권에선 수백㎞에 달하는 철책선 제거와 평시에 쓰이지 않는 군 시설 철거를 '안보 빗장풀기'로 간주하는 댓글들이 압도적인 비율로 찬성을 얻었다.

스스로를 '공병 출신'이라고 밝힌 한 포털 이용자는 "대전차 방호시설은 아군이 후퇴할 때 5분이라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아주 주요한 지연시설"이라고 지적한 뒤 "5분 동안 아군이 후퇴해 재정비하는 데 유익하고, 인명손실을 최소화하고자 만든 시설들을 없애는 건 너무 무지한 발상"이라며 "정말 이러면 안 됩니다"라고 우려를 표출했다.

문재인 정권의 '안보 빗장풀기' 행보 논란은 앞서 정치적으로는 지난 9월19일 북한 정권과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 채택 후 국회 동의를 무시한 단독 비준-공포를 계기로 크게 불거졌다. 내용면에서도 이른바 9.19 남북 군사합의는 MDL(군사분계선)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정찰 중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훈련중단구역 설정 및 과잉 양보, 6.25 참전용사 공동 유해 발굴을 명분으로 한 DMZ 일대 지뢰제거 강행과 도로 신설로 인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정부와 군 당국은 6.25 침략세력인 북한 정권과의 '공동조치'라는 취지를 앞세우며 평화 무드를 자신하고 있지만, 북측의 이행 사항은 그다지 '투명하게, 즉각적으로' 알려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통령 부재 중' 장관급들을 대동하고 DMZ 화살머리고지 지뢰제거 작업을 시찰·독려하거나, 청와대 홍보영상을 통해 GP(경계초소) 통문 번호 등 군 기밀이 유출되고, 전체적으로 북한이 3배 많은 GP 철거가 강행되는 등 자발적 조치만 거침이 없다.

이외에도 문재인 정권에선 독자적으로 부쩍 '민원 수렴'을 명분으로 대(對)전차 방어시설 해체나 철책선 제거 강행 조치가 늘었다. 지난 10월9일 국회 국방위원회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이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한해만 총 13곳의 대전차 방어시설 해체가 이행되거나 결정됐는데, 이는 지난 2013년~2017년까지 5년간 9곳만이 해체된 것에 비하면 약 7배로 급증한 것이다.

합참의 '장애물 및 거부표적 관리 지침'에 따라 민원 등 제기 시 관할군부대 및 해당 지자체간 협의를 거치는 게 정상적인 절차이나, "구체적 지침 없이 관할 부대장이 개별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동안 나오기도 했다. 지난 7월25일 경기 고양시와 관할 군부대가 10월부터 내년 6월까지 자유로변 1차 철책선(김포대교~일산대교 한강하구 고양시 구간 8.4㎞)마저 제거하기로 합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면 2013∼2018년 8월 해체된 대전차 방어시설(12곳) 가운데 대체 장애물(살포식 지뢰, 도로 폭파장치 등)이 설치된 곳은 6곳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월5일부터는 정전 65년 만에 처음 '남북 공동조사' 형식으로 북한 군인들이 우리 측 조사단(남북 각 10여명)과 함께 한강·임진강 하구에 진입해 '남북 공동 이용을 위한 수로 조사'를 실시했다. 이 작업은 내달 14일까지 실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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