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 사들이며 쌀 값 급등 견인
文, 대선 때 쌀 가격 21만원 공약
정부, 농민 눈치에 진정 못시켜...농민단체 "쌀 가격 현재 19만원에서 더 올라야"

쌀값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

정부는 쌀값 급등이 이어지자 지난 14일 '지난해 사들인 비축미 5만t을 시장에 추가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햅쌀 출하 시기에 정부가 비축미를 푸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농민 단체들은 곧바로 "정부가 다시 쌀값을 떨어뜨리려 한다"고 반발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9일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더 이상 비축미를 시장에 푸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농민 달래기에 나섰다.

●정부가 쌀 사들이며 쌀 값 폭등 견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19만3684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15만3124원)와 비교해 26.5%(4만560원) 올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던 지난해 5월(쌀값 12만원대)과 비교하면 1년 반 만에 60%(약 7만원)나 오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쌀 목표 가격 21만원' 공약을 내세웠었다. 이 공약에 따라 정부는 작년 쌀 생산량 중 18%를 사들였다. 2017년 쌀 산지 가격이 12만원(80㎏ 기준)대까지 하락하자 정부가 나선 것이다. 농식품부는 “20년 전 수준으로 떨어진 쌀값을 회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고 밝혔다.

정부가 쌀을 사들이자 산지 유통업체 쌀 창고의 재고는 당연히 줄었다. 올해 6월 말 기준 산지 유통업체의 재고 물량은 34만4000t으로 5년래 가장 적은 수준이 됐다. 정부가 나라 곳간에 쌀을 채워 넣어 쌀값 하락을 막아준 셈이 됐다.
 
문제는 정부가 여기에 수조 원의 재원을 투입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벼 농가 보호와 쌀값 안정을 위해 쓴 예산은 직불금(1조4900억원)을 포함해 2조5000억원 이상이다. 
 
정부 ‘약발’로 쌀 산지 가격은 일단 17만원대를 회복했다. 그런데 정부의 쌀 비축은 벼 농가에 본의 아니게 ‘시그널’을 준 셈이 됐다. “올 가을에도 쌀 가격이 현재 수준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농가들이 쌀 출하를 미루게 된 것이다. 출하를 미루면 값을 더 받을 것이란 기대심리가 한몫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쌀 매입→쌀값 상승→농가의 출하 지연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쌀값 폭등현상이 빚어졌다. 쌀값이 오르자 소비자는 물론이고 쌀을 이용해 장사하는 자영업·식음료계의 불만은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다.

●농민단체 "쌀 목표 가격 24만원 까지는 가야"...정부는 눈치만 

정부는 올해 생산된 쌀부터 적용되는 쌀 목표 가격(80kg당)을 현재 18만8000원에서 19만60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쌀 목표 가격은 정부가 농가에 지급하는 쌀 변동직불금의 기준이 되는 액수다. 시중의 쌀 가격이 목표 가격에 미치지 못할 경우 차액의 85%만큼을 변동직불금 형태로 농가에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 단체와 농가들은 "쌀 목표 가격이 24만원은 되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1998년부터 올해까지 20년간 물가상승률인 62.1%를 1998년 쌀값(14만 9056원)에도 그대로 적용하면 24만1619원이 나오기 때문에, 최소 24만원은 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또 '밥 한 공기(200g)당 최소 300원(80㎏ 환산 시 24만원)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쌀 목표 가격 21만원'을 공약으로 내새웠다.

정부는 쌀 목표 가격을 24만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경우 쌀 공급과잉 현상이 재발될 게 뻔하고, 수천억원대 직불금을 추가로 지불해야 돼 난감한 상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비축미를 풀어 쌀값을 떨어뜨릴 수도 없고, 쌀값을 더 올려달라는 농민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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