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변' 당시 상당수 매체 "정유라, 이대 교수 6명에 학점취득 코치받아"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제공한 자료 바탕으로 연합뉴스가 먼저 보도한 이후 확산
대학강사 서모씨, 만난적도 없던 최순실 모녀 만나 개인 코치해준 것으로 실명 거론돼
정정요청했지만, 거대한 시류 속에 일반인의 요청 무시돼...기나긴 소송 끝 정정보도
JTBC-동아일보 1년 10개월만에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일부 정정
"시간강사 서모 씨가 최씨 모녀 만나 상담해준적 없어...바로잡는다. 법원 조정에 따른것"
페이스북 유저들 "1년 10개월만에 짧은 정정보도 무슨 소용이냐"...기정사실화 보도의 부작용 경계해야

검증도, 확인도 거치지 않은 주장이 난무한 이른바 ‘탄핵 정변’ 당시 보도된 ‘이대교수들, 정유라 학점 코치해줬다’와 관련된 내용 일부가 '허위'로 밝혀졌다. JTBC와 동아일보는 '법원의 조정에 따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부분에 대해 바로잡는다"며 보도가 나간지 1년10개월이나 지난 이달 17일과 20일 정정보도문을 게재했다.

앞서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2017년 1월 초 "정유라를 ‘알현’한 이대 교수가 최소 7명이며, 정유라-최순실에게 수강 과목 교수 및 강사가 직접 학점 취득 방법을 브리핑했다"는 요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알현’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은 소위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프레임과 맞물려 비난여론을 확산시켰다. 김 의원은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이화여대 특별감사 문답에서 이같은 사실이 확인됐다며 신빙성을 더했을뿐더러 교수 및 강사 7명의 실명을 명시해 기정사실화했다. 시간강사 서모 씨도 당시 이원준 학과장으로부터 호출돼 본인이 직접 최순실, 정유라를 만나 구체적인 상담을 해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적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이화여대 특별감사 문답 중요 내용을 확인한 결과라며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 중 일부. 대학 교수-강사들의 실명이 명시돼있다.

김병욱 의원이 제출받았다는 교육부 특별감사 자료에 근거한 해당 보도자료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먼저 보도됐고, 이후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TV조선, MBN, JTBC 등 많은 매체에서도 보도됐으며, 이후 포털 네이버와 다음의 메인뉴스로 뽑히는 등 파급력있게 확산됐다. 그러면서 김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명시된 사람들이 모두 정유라를 직접 만나 이른바 '학점 코치'를 해줬다는 주장은 별다른 의심없이 기정사실화됐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정유라는 교육부 특별감사에서 확인한 정유라를 만났다고 시인한 교수 및 강사 6명과 특검에서 밝힌 류철균 교수까지 총 7명의 이화여대 교수를 만나고 관련 과목의 학사 관련 상담을 구체적으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왜 학점이 나왔는지 모른다는 뻔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정유라, 최순실에게 학과장으로부터 호출당한 교수와 강사가 직접 찾아와 학점 취득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담까지 해주는 상식을 벗어나는 ‘교육농단’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2016년 12월 말에서 2017년 1월 초 ‘정유라 이대 학점 특혜’ 의혹이 불거질 당시 ‘6명 교수들의 조직적-일대일 학점 코치를 받았을뿐더러, 서류 제출 등 학점 관리도 안했던 정유라가 학점 C+를 받았다’는 내용은 많은 국민에게 분노를 가중시켰다. 쏟아지는 언론보도들은 당시 사회 불만을 증폭시켰고, ‘외압’, ‘특혜’, ‘조직적 관리’ 등 부정적인 어휘들은 최순실이란 소위 권력자가 암중에서 학교 등을 임의로 움직여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양상이었다. 당시 이와 관련된 이화여대나 이화여대 교수들을 향해서도 비난 여론이 쉽게 조성됐다.

그러나 이중 최소한 ‘이화여대 이모 교수 소개로 시간 강사 서모 씨가 정유라 씨를 소개받거나 학사 설명이나 상담을 해준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오류는 교육부 공무원이 김병욱 의원실에서 요구하는 정보를 급히 전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서모 씨로서는 사실확인이 소홀한 채 확산된 정보로 인해 피해를 본 셈이다. 서모 씨는 당시 언론들이 기정사실화하며 쏟아낸 보도들에 대해 변호인 등을 통해 정정 요청에 나섰으나, 김병욱 의원실이나 상당수 언론사측에서는 정정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서모 씨의 이름이 포함된 것은 명백한 실수였으나 수많은 의혹 보도 속에 일반인 한 명의 이름이 잘못 나간 것 정도에 대해서는 무시하고 지나친 것이다. 그러나 서모씨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해당 보도들이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당시 언론들이 검증이 부실한 의혹보도를 쏟아내면서 대세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묵인하고 외면하는 보도행태가 팽배했고, 사실이 아닌 것을 알아도 쉽게 수습하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 국민 개인도 휩쓸려 간 것이다.

JTBC는 지난 17일 정정보도문을 통해 '법원의 조정에 따라' <"정유라, 이대 교수 7명 만나 학점 코치까지 받았다"> 보도(2017년 1월 5일, JTBC뉴스룸)에 대해 바로잡는다고 밝혔다. 현재 JTBC의 해당 방송 영상은 삭제된 상태이다.
 

JTBC가 지난 17일 내보낸 <[정정보도문] "정유라의 이대 교수 학점 코치" 관련> (화면 캡처)

JTBC는 당시 보도 이후에도 <[단독] "승마 봉사 사진 보내면 학점" 일대일 코치>(2017년 1월 6일), <[단독] "김경숙, 교수들 인사권 쥐고 정유라 학점 지시">(2017년 1월 6일) 등 보도를 통해 "교수들은 정유라 씨를 마치 상전처럼 챙겨줬다", "아예 학점을 만들어줬다", "조직적으로 관리해줬다" 등 표현을 쓰며 사실과 주장 구분없이 모든 의혹들에 대해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JTBC는 1년 10개월 여 만에 일부 내용에 대해 정정한다고 밝혔다. JTBC는 “교육부 특별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화여대 이모 학과장이 최순실 모녀에게 시간강사인 서모 씨를 만나게 해서 학점 취득 방법을 상담해 주었다고 보도했다”면서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보도 내용과는 달리 교육부 특별감사 결과에는 이러한 내용이 없고, 시간강사 서모 씨는 최씨 모녀를 만나 상담을 해준 적이 없었음이 밝혀졌으므로, 이를 바로잡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 보도는 법원의 조정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또한 20일 16면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했다. 동아일보는 “2017년 1월 5일자 12면에 ‘정유라 훈련서류 제출 안 했지만 C+학점 줬다’라는 제목으로 김병욱 의원의 자료를 인용해 ‘교육부에 따르면 이화여대 이모 교수 소개로 시간강사 서모 씨가 정 씨에게 학사 관련 내용을 설명해줬다’고 보도했다”며 “그러나 확인 결과, 서모 씨는 정 씨를 소개받거나 학사 설명을 해준 적이 없고, 김 의원의 자료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는다”고 밝혔다.
 

2017년 1월 5일 해당 내용이 보도된 후, 1년 10개월여 만에 JTBC와 동아일보에서 짧은 정정보도가 나온 것이다. 이들은 “보도내용과는 달리 교육부 특별감사 결과에는 이러한 내용이 없고, 시간강사 서모씨는 최씨 모녀를 소개받거나 학사 관련 상담을 해준 적이 없었다고 밝혀져서 바로잡는다. 이 보도는 법원의 조정에 따른 것”, “김 의원이 제공한 자료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서 바로잡는다”고 전했다. 서모씨의 변호인에 따르면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이와 관련된 정정보도문을 낸 바 있고, 추가로도 계속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당시 보도들 사이에서는 ‘어차피 잘못을 했다면 무리하게 ’지르는‘ 보도도 무방하다’는 왜곡된 인식 아래 퍼진 내용들도 적지 않다. 모든 상관관계나 특별하지 않던 사실들조차 대단한 의혹처럼 부풀려지거나 결정적인 인과관계처럼 왜곡된 채 비난 여론을 부추기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후유증이 적지 않으며 잘못된 정보가 미친 파급력을 고려하면 짧은 정정보도만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서인 작가는 "일단 가짜뉴스로 뻥을 치고 목표를 이룬 뒤에는 정정보도 따위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유저들 사이에서는 "정정보도만으로는 안된다", "<교육부특별감사자료>라고 적시하여 방송하니 다 믿을 수 밖에", "2년 지나 짧은 정정보도 무슨 소용이냐", "다른 거짓 보도는 없나" 등 반응이 올라왔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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