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집 종업원 분통·냉소 "요즘 장사안돼 짜증...왜 안될까요?"
장 정책실장"'임금 올라야 쓸 돈 생기죠"에 "허구한 날 문닫는사람 많아.옛날보다 장사 당연히 안돼"
끝까지 호응 못 얻은 '일자리안정자금'…카드수수료율 변경만 관심
장하성 아쉬운 듯 "본인 일보다 주인 걱정하시나"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들에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정책 홍보를 목적으로 현장 방문에 나섰다. 

장하성 실장은 18일 오전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가게들에 들러서 점포 운영자 등을 만나 이들의 고충을 듣고 일자리 안정자금을 비롯해 정부가 운영 중인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 보호 대책을 설명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18일 오전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의견 청취 및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를 위해 서울 관악구 신림사거리 일대 상점가를 방문해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18일 오전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의견 청취 및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를 위해 서울 관악구 신림사거리 일대 상점가를 방문해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처음 들른 곳부터 장 실장은 업주도 아닌 종업원으로부터 '문전박대'에 직면했다. 업주가 잠시 부재 중인 가운데 종업원 2명이 근무 중인 테이블 10개짜리 분식집이었다. 

분식집 종업원은 장 실장이 질문을 할 때마다 "간단하게 말씀하시라", "복잡한 것 싫으니까 사장님께 직접", "요즘 장사가 안 돼서 짜증나 죽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장 실장이 '왜 짜증나셨나'라고 묻자 종업원은 "당연히 (장사가) 안 되니까"라며 "종업원도 장사가 잘 돼야 마음이 편하다"고 덧붙였다. 장 실장이 '옛날보다 안 되느냐'고 묻자 "안 된다. 당연하다"고,  '왜 안되는 것 같으냐'고 또 질문하자 "글쎄 왜 안 될까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종업원이 "장사가 잘 돼야 내가 받아도 마음이 편하고 떳떳한 거지, 임금만 올라가면 뭐하느냐"고 지적하자 장 실장은 "임금이 올라가야 쓸 돈이 있다"고 말했다. 종업원은 "지금 장사가 안 돼서 허구한 날 문 닫는 사람도 많은데"라고 소상공인의 애로를 거듭 상기시켰다. '그래서 (정부 대책을) 알려드리러 왔다'는 말에는 "간단하게만 얘기하시라. 지금 바쁘다"는 냉대를 다시 보냈다.

그러자 장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 대책으로 문재인 정부가 명명한 '일자리 안정자금'을 거론했는데, 종업원은 주변의 홍보 브로슈어를 가리키며 "사람들이 다 아는 거"라고 일축했다. 최저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국고 보조(올해 예산 3조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은 월 190만원 근로자 기준 월 13만원 임금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인건비 부담이 올해만 16조원을 넘는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해당 정책이 시행 중인지, 신청 조건은 어떤지 등을 설명하려는 장 실장에게 종업원은 계속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큰 호응을 이끌지 못 하자, 장 실장은 또 이달부터 카드 수수료 0.5%p 인하(1.3%→0.8%)와 신용카드사가 밴(VAN)사에 보내는 수수료가 올 7월부터 현재의 건당 95원에서 결제금액의 0.2% 상대요율로 바뀐다는 점을 내세웠다. 

종업원은 이 부분 만큼은 스스로 볼펜을 가져와 받아 적는 등 적극 관심을 표하면서 홍보 브로슈어를 추가로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상가 보증금·임대료 인상 상한을 기존 9%에서 5%로 대폭 낮추는 상가임대차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한다는 정책 설명에는 "알았어요"라고 반응하는데 그쳤다.

'임금 13만원씩 드리고, 카드 수수료도 내린다'고 장 실장이 재차 강조했을 때에도 "난 카드수수료 내리는 것 하나만 본다"고 선을 그었다.

장 실장은 친(親)노동 정책을 내세웠음에도 호응이 부족하다고 느낀 듯 "본인 일보다도 주인이 더 걱정이신 것 아니냐"고 '농담 반 진담 반' 식의 농을 건네기도 했다.

그나마 장 실장이 가게를 나설 때 종업원은 웃으면서 "잘 들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분식집을 떠난 장 실장은 인근 정육점, 마트 등을 들러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서를 주면서 '입 소문'을 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추가로 인근 카페에서 상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소비가 크게 늘어난다는 지론을 편 뒤 "올 하반기 쯤 그 효과가 분명히 나온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장 실장과 김밥집 종업원 간에 오간 대화.(출처 : 조선닷컴)

▲ 장하성 정책실장 : 안녕하세요.
- 종업원 : 말씀하세요, 간단하게. 

▲ 정책실장 : 일찍 시작하시나 봐요.
- 종업원 : 7시, 8시 교대니까 우리는 항상 바빠요. 12시간. 

▲ 정책실장 : 혼자하세요?
- 종업원 : 둘이 하죠.

▲ 정책실장 : 종업원 있으세요?
- 종업원 : 종업원 당연히 있죠. 아까 말씀하시기를 제가 이렇게 복잡하고 한 거 싫으니까 우리 사장님한테 다이렉트로 하라고,

▲ 정책실장 : 아, 사장님이 안계시구나. (옆에서, “매니저예요”)
- 종업원 : 분식집이라는 게 워낙 일도 많아요. 12시간 일하니까 시간이 없잖아요. 요즘에 장사 안 돼서 짜증나 죽겠는데.

▲ 정책실장 : 왜 짜증나셨어요?
- 종업원 : 당연히 안 되니까 짜증이 나는 거죠. 종업원도 장사가 잘돼야 마음이 편하죠.

▲ 정책실장 : 옛날보다 안돼요?
- 종업원 : 안 되죠. 당연하죠.

▲ 정책실장 : 왜 안 되는 거 같아요?
- 종업원 : 글쎄 왜 안 될까요? 지금 사람들이 임금 올라간다고 좋아는 하겠죠. 그렇지만 그건 아니죠. 장사가 잘돼야 임금을 올려줘도 마음이 편하죠. 종업원인데, 장사가 잘돼야 내가 받아도 마음이 편하고 떳떳한 거지. 임금만 올라가면 뭐해요.

▲ 정책실장 : 임금이 올라가야 쓸 돈이 있죠.
- 종업원 : 아니, 장사가 잘돼야 임금을 받는 게 편하죠. 지금 장사가 안 돼서 허구한 날 문 닫는 사람도 많은데.

▲ 정책실장 : 그래서, 그걸 알려드리려고 왔어요.
- 종업원 : 간단하게만 얘기하세요. 지금 바빠요.

▲ 정책실장 : 뭐냐면 최저임금이 오르면 장사하는 분들이 힘들잖아요. 그래서 정부가 장사하시는 분들 임금을 지원해 줘요.
- 종업원 : (가게 건너편 공원에 걸려있는 일자리 안정기금 홍보 현수막 가르키며) 저기 써져 있잖아요? 

▲ 정책실장 : 그래요 지금, 
- 종업원 : 저게 시행한 건 아니고 앞으로 한다는 거잖아요?

▲ 정책실장 : 아니 아니, 아니에요. 이달부터, 지금부터 시행해요. 그래서 그걸 알려드리려 온 거예요. 사장님이 임금을 올리면 1인당 13만원 정부가 주고, 두 번째는, 어차피 물가가 오르면 임금은 오르는데 그보다 더 오르는 것에 대해서 정부가 이런 소상공인들한테는 직접 지원을 해 준겠다는 거예요. 부담이 되시니까. 어려운 상황을 돕겠다고 온 거예요.
- 종업원 : 알아요, 저기 써져 있잖아요.

▲ 정책실장 : 또 하나는 그건 사장님이 신청을 하셔야 해요. 신청을 하셔야 정부가 지원을 할 수 있는 거죠. 인건비만이 아니죠.
- 종업원 : 신청을 하면 뭐가 따르는 게 있겠죠. 그냥 신청한다고 다 주는 게 아니라.

▲ 정책실장 : 아니에요, 신청하면 주는 거예요. 자꾸 그렇게 의심들을 하시니까. 
- 종업원 : 그렇잖아요.

▲ 정책실장 : 그렇지 않다는 게 아니라,
- 종업원 : 아니, 내가 아직 겪어보지 않았으니까.

▲ 정책실장 : 아 그니까 그래서 그걸 안내해드리러 온 거고. 둘째는 인건비뿐만이 아니잖아요. 다른 물가도 오르기 때문에, 카드 지금 결제 많이 하잖아요.
- 종업원 : 그걸 좀 개정해 줬으면 좋겠어요.

▲ 정책실장 : 그 이야기 해드리러 온 거예요.
- 종업원 : 몇 천원 이하는 카드 안 되는 것은 개정이 안 되나요?

▲ 정책실장 : 그거는 각자가 쓰는 것을 카드를 써라, 현금을 써라 할 수는 없는데, 
- 종업원 : 그렇게 할 수는 없겠죠. 우리가 김밥이 하나에 2000원이에요. 2000원이면 또 빠지는 게 있어요. 

▲ 정책실장 : 뭐가 빠지죠?
- 종업원 : (다른 종업원에게)우리 아까 긁고 간 사람 없니? (포스로 이동해 이전 손님 전표 직접 실장에게 보여주며 설명)2000원짜리 10개 팔면 2만원인데 빠지면 우리는 남는 게 없어요. 예를 들어 우리가 손님한테 그 말은 해요. “현금으로 주면 좋겠는데” 그러면 또 바로 신고해버려요. 요즘 세상은 그래요.

▲ 정책실장 : 말씀을 드릴게요. 지금 카드 결제 때문에 힘들다고 했는데 수수료를 내려드리는 거예요. 그것도 사장님이나 직원분들이 아셔야 해요. 지금은 아마 요 가게로 보면 1.3% 나올 텐데 그거를 0.8%로 내려요. 
- 종업원 : 내린다고요?

▲ 정책실장 : 이달부터 내렸어요. 카드사에 지급을 할 때 그만큼 내려서 와요. 그런 걸 미리 아셔야 장사 안 돼서 힘들다고 하는 것을 저희들이 정부가 알고, 미리 해드렸다는 것을 알려드리러 온 거예요. 거기다가 아까 얘기하신 대로 1000원, 2000원 팔아도 카드 수수료, 결제하는 시스템 제공하는 회사가 95원을 가져가요. 굉장히 커요.
- 종업원 : 크죠. 지금, 우리는 100원, 200원이라도 모아지면 큰데 그렇죠. 

▲ 정책실장 : 그래서 그것을 1만원짜리 팔면 지금 95원 내게 돼 있어요.
- 종업원 : 1만원짜리 팔고 그러면 다행이죠. 5000원 팔고도 그러는데.

▲ 정책실장 : 아니 아니, 2000원 팔아도 95원이에요, 결제회사가. 근데 지금은 0.2%로 했기 때문에 4원 내면 돼요. 
- 종업원 : 그래요?

▲ 정책실장 : 그래요. 지금 카드 수수료도 내려드렸고, 카드 단말기 공급하는 회사가 1건당 95원 받고 있는데, 그것을 대폭 내려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정부가 아무 생각 없이 이걸 하는 게 아니고 (종업원, 실장 설명 중 볼펜 가져와 박스에 실장이 설명하는 숫자 적으며 이야기 들음)지원해 드릴 뿐 아니라 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수료 부담이 너무 크다 보니까 그거 수수료도 내리고, 결제 시스템도. 큰 가게에서 5만원, 6만원 먹는 사람이야 큰 돈이 아니지만 2000원 파시는데 크시니까 그것을 매 건당 95원 받던 것을 대폭 내려서, 예를 들어 2000원 팔면 4원 정도 내시게 낮춰 놨다,

- 손님 : (가게로 들어오며)뭐 하시는 거예요?
- 종업원 : 아니 아니에요. 들어오세요. 나가봐.

- 손님 : 김밥 좀 포장하려고요.
▲ 정책실장 : 먼저 하세요, 먼저. 그니까 우리 아주머니는 본인일보다도 주인이 더 걱정이신 거 아니세요. (웃음) 임금만이 아니라 제일 부담 큰 카드 수수료도 내렸거든요? 그거 꼭 확인하시고요. 그건 신청 안 해도 자동으로 되는 거고. 그리고 이제 그 다음에 사장님, 이 건물 자기 것인가요?
- 종업원 : 아니에요.

▲ 정책실장 : 그러니까 임대료도 5% 이상 못 올리게 법이 이달 말 통과돼요. 그 다음 어려운 게 임대료이기 때문에, 앞으로 재계약 하실 때 지금 임대료보다 5% 이상 못 올리게 하는 그 제도도 이달 말부터 시행이 돼요. 사장님 오시면, 같이 가슴만 아파하지마시고 (웃음) 지금 말씀드린 것을 꼭 설명 드리고, 대부분 지금 자영업하시는 분들이 이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알아도 자세하게 설명이 안 되잖아요. 사장님한테 설명해 주시고,
- 종업원 : 알겠어요.

▲ 정책실장 : 그리고 월말되면 카드 수수료 내려간 거 꼭 확인도 하시고. 그리고 꼭 13만원 이거 신청을 해서 (홍보 브로슈어 직접 건네주며)지금 두 분 종업원 쓰시는 분들, 두 분만 해도 26만원 아니에요. 13만씩 하면. 그렇게 꼭 좀 하시도록.
- 종업원 : 알았어요. 건의할게요.

▲ 정책실장 : 아니 건의가 아니라 (웃음) 전달만 해 주시면 돼요. (웃음) 이야기 꼭 해 주셔야 해요.
- 종업원 : 저 하나만 더 주세요. 이거 보여드릴 사람이 있어서.

▲ 정책실장 : 하나씩 더 드릴게요. 다른 분, 또 주변에 가게 나가시는 분들, 똑같이 이야기가 나올 텐데,
- 종업원 : 그럼요 많죠. 일하는 사람들 많죠. 알았어요.

▲ 정책실장 : 임금 13만원씩 드리고, 카드 수수료도 내리고, 
- 종업원 : 난 카드 수수료 내린다는 거 자체 하나만 보는 거지, 13만원 그거는 뭐 사람들이 다 아는 거고.

▲ 정책실장 : 카드 수수료 내리고, 그리고 수수료만 내린 게 아니라 저 기계 수수료 건당 95원 그것도 내리고, 계약 다시 하실 때(임대료) 5% 이상 못 올립니다.
- 종업원 : 잘 들었습니다. (웃음) 뉴스에 나와요?

○ 주현 중소기업비서관 : 오늘 해 주신 말씀 다 정부에서 발표할 거예요.
- 종업원 : 네, 좋은 하루 되세요. (웃음) 안녕히 가세요.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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