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법관대표회의, '53:43'으로 '탄핵 공감' 채택…"징계와 함께 검토 필요"
20일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에 전달…채택 전까지 찬·반 이견 격론
국회서 논의되고 있는 법관탄핵 소추안 추진도 급물살타나
'사법부판 적폐청산'이나 '사법부 좌경화 확산'으로 이어질 우려도
정규재 대표 “사법부를 정치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경고할 수밖에 없다”

전국법관대표회의(이하 법관회의)가 19일 이른바 '재판거래'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현직 판사들에 대해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번 회의에서 통과된 '탄핵 촉구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법관회의가 탄핵소추를 촉구함에 따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관탄핵 소추안 추진도 급물살을 타며 ‘사법부판 적폐 청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사안을 명목으로 사법부 내 정치적 판단이 강화되고 좌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사진=연합뉴스)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사진=연합뉴스)

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오전부터 경기 고양 사법연수원에서 법관대표 총 119명 중 114명이 참석한 가운데 2차 정기회의를 열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연루 판사들에 대한 탄핵 촉구 결의안’을 논의한 뒤 이 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날 결의안에는 53명이 동의했고, 43명이 반대하며 첨예하게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9명의 대표판사는 의견을 내놓지 않고 기권했다.

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진 행위가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는 입장을 냈다.

법관대표회의는 이같은 의결사항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전자문서 형태로 전달할 예정이다.

송승용 공보판사는 '법관 탄핵소추에 대한 대표판사들의 의견을 국회에 전달할지 여부'에 대해 "저희는 대법원장 자문기구"라며 "제3기관인 국회에 의결사항을 전달할 계획은 없다. 이 사안에 대해 법관들 제안이 있어 그 의견에 대해 대표들이 논의하고 우리 입장을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표결 전 이루어진 회의에서 '법관 탄핵소추'에 찬성하는 측은 "국민을 설득할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탄핵소추 절차를 촉구하지 않는 것은 법관회의의 중요한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라며 "탄핵이라는 절차를 통해 법관들이 자행한 반헌법적 행위에 대해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반면 반대 쪽은 "탄핵 소추라고 하는 것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고, 정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탄핵 소추는 국회의 의무이니 (법관회의가) 촉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또 탄핵 사유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판단과 탄핵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국회에 탄핵 소추를 촉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회의에는 이른바 '재판거래'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법관의 탄핵 소추를 판사들이 선제적으로 국회에 촉구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지금까지는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기소 여부도 불확실한 상태에서 법관 탄핵 절차를 밟으라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이날 회의 결과는 실추된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법원 스스로 자정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직후인 지난 4월 만들어진 법관대표회의는 초대 의장으로 최기상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를 선출했다. 최 판사는 법원 내 좌파 성향 판사 소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당시 119명의 판사 중 116명이 참석한 선거에서 93명의 지지를 받고 선출됐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주필겸 대표는 이날 ‘PenN뉴스’ 논평에서 “소위 사법농단 관련자들을 탄핵해야한다고 국회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며 “판사라는 이들이 사법부를 정치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경고할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재판거래라고 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현상이지만, 아직 입증된 것은 아니며 밝혀진 것도 없다”며 “일부 수사가 놀랍게도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국회와 정치를 사법부로 끌어들이는 촉구결의안을 내는 해괴망측한 일이 벌어졌다. 오늘이야말로 진정한 사법농단이 백주에 버젓이 벌어진 날이라고 기록할 수 밖에 없다"며 좌파진영에서 주장한 사법농단을 위한 특별재판부가 무산되자 인민재판으로 몰아가는 양상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판사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동의로 발의가 가능하다. 소추안에 국회의원 재적 과반이 찬성하면 헌법재판소는 곧바로 탄핵심판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대통령 탄핵과 마찬가지로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하면 파면이 최종 결정된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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