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성 칼럼] 노동삼권을 반드시 헌법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환상
[박기성 칼럼] 노동삼권을 반드시 헌법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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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헌법이 아닌 법률로 보장...영국은 성문헌법 없어
노동삼권 헌법 보장하는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 경제 삐걱...일본도 60년대 대규모 파업 빈번 발생
파업 통해 임금 인상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파업을 안 하는 바보 없을 것
노동삼권을 헌법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는가?
박기성 객원 칼럼니스트
박기성 객원 칼럼니스트

기업은 자본을 빌리고 노동을 고용하여 재화나 용역을 생산한다. 자본은 인간이 소유하지만 인간에 체화(體化)되어 있지 않은 반면에 노동은 인간에 체화되어 있기 때문에 자본과 달리 노동을 취급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자본이 거래되는 금융시장은 잘 발달되어 있지만 상대적으로 노동이 거래되는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있다. 노동을 공급하는 사람이 거래의 대상이 되는 노동시장은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은 노동이라는 서비스이지 인격이 아니다. 노동시장에서 거래되는 서비스는 얼마 동안 어떤 일을 어떤 근로조건에서 하면 얼마의 임금이 지불된다는 것이다. 이 내용이 명시적으로 서술된 고용계약서가 있을 수도 있고 암묵적 계약(implicit contract)일 수도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렇게 측정되는 변수를 유량(流量 flow)이라고 한다.

노동시장에서 인격이 거래된다는 인식에 근거하여 한국 등 일부 국가의 헌법에서는 노동삼권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기본권으로 보장되고 있다. 단결권은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권리이고, 단체교섭권은 노동조합이 임금 및 근로조건의 유지・향상을 위해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는 권리이고, 단체행동권은 노동조합이 파업 등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이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제정되어 노동조합이 법의 보호를 받으면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노동을 독점적으로 공급하여 임금 및 근로조건을 올린다. 노동공급을 독점하는 노동조합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생산물 시장이나 자본 시장 등 노동을 제외한 다른 모든 시장에서 인위적 독점은 금지되고 있으며 공정거래법에 의해 불법으로 취급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노동삼권이 모두 헌법적 기본권인가? 미국의 노동삼권은 헌법이 아닌 법률에 보장되어 있고 영국에는 성문헌법이 없다.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의 헌법에도 노동삼권은 없다. 독일은 단결권만이 사용자 등의 단결권과 더불어 헌법에 명문화되어 있다(The right to form association to safeguard and improve working and economic conditions is guaranteed to everyone and for all professions. 9조3항). 아일랜드도 근로자의 단결권만이 결사를 만들 권리와 함께 헌법에 명문화되어 있다(The right of the citizens to form associations and unions. 40조6.1(iii)). 핀란드 헌법도 근로자의 단결권만을 다른 이익단체들을 만들 권리와 똑같이 보장한다(The right to form trade unions and to organize in order to look after other interests is likewise guaranteed. 13조). 스웨덴 헌법은 근로자의 단체행동권만을 사용자의 행동권과 더불어 보장한다(A trade union or an employer or employers’ association is entitled to take industrial action unless otherwise provided in an act of law or under an agreement. 14조). 스위스 헌법에는 단체교섭권이 명문화되어 있지 않다.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은 한국과 같이 노동삼권이 헌법적 기본권이다. 일본을 제외한 이 국가들은 최근까지도 노동조합의 파업과 경직된 노동법으로 경제가 삐걱거리고 성장이 잘 안 되고 있다. 일본도 1960년대까지 대규모 파업이 빈번하게 발생했었다. 

<표> 주요국의 노동삼권의 기본권 여부

국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비고

한국

 

일본

 

미국

×

×

×

 

영국

×

×

×

성문헌법 없음

독일

×

×

93

근로자, 사용자 등에 적용

스위스

×

 

네덜란드

×

×

×

 

아일랜드

×

×

406.1(iii)

결사권과 함께

덴마크

×

×

×

 

노르웨이

×

×

×

 

스웨덴

×

×

14

근로자, 사용자에 적용

핀란드

×

×

13

다른 이익단체들과 함께

프랑스

1946년 헌법 전문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출처: http://www.servat.unibe.ch/icl/. http://world.moleg.go.kr/. 프랑스는 이상희 교수.

[그림]은 우리나라 비주택기업부문의 1963년부터 2000년까지 임금(률)과 추정된 한계노동생산성을 보여준다. 임금과 한계노동생산성은 1987년까지 차이가 거의 없었으나 1987년 6・29선언 직후 노동조합 및 노사분규의 폭발적 증가 이후 1997년 경제위기까지 임금이 한계노동생산성을 상회하다가 1998년부터 거의 일치하게 된다. 노동조합이 활성화되면서 임금이 한계노동생산성보다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임금과 한계노동생산성의 불일치는 경제의 비효율 및 저성장을 야기한다(Park 2007).

[그림] 한계노동생산성과 임금
출처: Park(2007)의 Figure 2.

현대자동차는 1987년 노동조합 설립이후 2012년까지 다섯 번을 제외하고 매년 파업했다. 파업누계일수는 382일간이며 이에 따른 생산차질 대수는 120만4,458대, 금액으로는 13조3,730억원에 달한다. 2013년 여름에도 예년과 같이 노동조합은 기본급 13만498원 인상과 상여금 800%(50%포인트 인상) 지급, 완전 고용보장합의서 체결, 해외공장 신설과 신차종 투입 때 노사공동위원회에서 심의·의결, 노조간부 면책특권 강화, 정년 61세로 연장, 작년 순이익의 30%(1인당 성과급 약 3,400만원) 지급, 3자녀까지 적용되던 중고대학교 학자금을 모든 자녀로 확대, 자녀 대학 미진학시 1,000만원 '기술취득지원금' 지급, 차량 할인폭 최대 30%에서 35%로 확대, 5년 이상 근속자에 퇴직금 누진제 신설, 자녀출생 및 결혼 시 휴가일수 3일에서 5일로 연장하는 방안 등 180여개의 사항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요구안이 다 관철되면 현대자동차의 생산직 평균 연봉이 현재 9,600만∼9,700만원에서 1억원의 추가 효과가 발생하여 2억원으로 오르게 된다고 한다.

매년 되풀이되는 노동조합의 이런 요구와 행태를 우리가 비난할 수 있을까? 현대자동차 국내공장의 밀려있는 주문량이 당시 15만대나 있고, 파업기간에 대해서 타결 성과급과 일시금으로 임금지급이 확실히 예상되고, 파업을 통해 상당한 정도의 임금인상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파업을 안 하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파업은 근로자들에게는 임금인상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일 뿐만 아니라 유급휴가일 것이다. 정부나 국민이 언론을 동원하여 노조의 과도한 요구와 파업을 자제하도록 설득(moral suasion)해 보았자 소용이 없다.

박기성・김용민(2007)에 의하면 정규근로자와 비정규근로자 간의 임금격차가 노조가 없는 사업체에서는 4.9∼11.9%인데 비해 노조가 있는 사업체에서는 27.9∼31.5%로 매우 크다. 박기성(2007)에 의하면 비정규근로자가 될 확률도 노조가 없는 사업체보다 노조가 있는 사업체에서 2.4∼11.2%포인트 높다. 노조는 정규근로자를 보호하고 임금을 높이지만 사용자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가급적 비정규근로자를 고용하고 그 임금을 낮추어 고용유연성을 제고하고 비용절감을 꾀하고 있고 노동조합은 사용자의 이러한 대응을 용인하고 있다. 한국의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원의 임금 및 근로조건을 끌어올려 노동조합원에게 유리지만, 국민경제에 비효율 및 저성장을 야기하며 정규-비정규근로자 간의 임금격차를 확대하는 등 폐해가 크다. 그리고 노동조합은 노동개혁, 연금개혁, 기업구조조정 등 모든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고용세습, 채용비리, 기획입사 등 노동조합의 공공부문 일자리 가로채기의 다양한 행태가 드러나고 있고, 민주노총은 지난 3개월 동안 7개의 국가기관을 점거해 농성을 벌였다.

노동조합이 노동을 독점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임금을 생산성보다 훨씬 높게 올리고 고용을 보장 받고 있는데, 노동삼권을 모두 헌법적 기본권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는가? 노동삼권을 헌법적 기본권으로 보장하면서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인지, 그중 일부 또는 전부를 법률적 권리로 개정해 노동조합의 독점권을 완화시켜 지속적 성장을 할 것인지의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박기성 객원 칼럼니스트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참고문헌:

1) Park, Ki Seong. “Industrial Relations and Economic Growth in the Republic of Korea.” Pacific Economic Review 12 (5) (December 2007): 711-723.

2) http://www.newsis.com/pict_detail/view.html?pict_id=NISI20130813_0008531825

3) http://economy.hankooki.com/lpage/society/201308/e2013082116271793780.htm

4) http://news.jtbc.co.kr/html/729/NB10328729.html

5)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30821000157&md=20130821112521_AT

6) 박기성・김용민. “정규-비정규근로자의 임금격차 비교: 2003년과 2005년.” 노동정책연구 7 (3) (2007.9): 35-61.

7) 박기성. “비정규 근로자의 증가와 정책 제언.” 남성일 외, 한국의 노동 어떻게 할 것인가?, pp. 103-133. 서울: 서강대학교출판부,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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