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줄여야"는 28.5% 그쳐...에너지전문가들, 탈원전 수정 요구
김명현 교수 "국민 10명 중 7명은 원자력 찬성하고 탈원전 동의하지 않아"
이덕환 교수 "文정부 탈원전 법적 근거 없다…법치 외면하는 위험한 상황"
최성민 교수 "탈원전처럼 이념이 과학을 지배하면 건강한 사회 아니다"

한국원자력학회와 에교협이 주최한 기자회견 현장.(윤희성 기자)

국민 다수가 원자력발전(發電) 비중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원자력학회(회장 김명현 교수)와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이하 에교협, 공동대표 이덕환·온기운·성충현 교수)는 19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제2차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원자력학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진행한 이번 설문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전기생산 비중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유지하거나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67.9%,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28.5%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8~9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006명(응답률 12%)을 대상으로 전화조사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이는 지난 8월 실시한 1차 조사 때와 같은 문항과 방식으로 진행하되 탈원전 찬성 집단의 반발을 고려해 조사시기와 표본집단, 여론조사기관을 달리했다. 원자력학회와 에교협은 이번 결과로 1차 조사가 폭염에 의한 전력 피크 수요기에 진행돼 국민 여론이 왜곡됐을 수 있다는 탈원전 찬성 집단의 문제제기가 잘못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사와 더불어 원자력학회와 에교협은 지난 8월에 이어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예측 오류 ▲전력설비 확충계획 수정 ▲에너지 전환정책 국민의사 확인 방법 ▲월성1호기 조기폐쇄 및 신규원전 부지 해제의 근거 등 총 8개 문항을 정부에 공개 질의했다. 8월에 질의한 것에 대해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정부는 답하지 않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교수들은 이구동성으로 "탈원전 정책 총괄을 관활 부서인 산업통상부, 환경부가 아닌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도하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며 "아무리 질문해도 응답이 없는 이유가 그런 점에 있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탈원전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현 정책실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자력학회 회장인 김명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두 차례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은 거의 동일하게 원자력을 찬성하고 탈원전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결과에 대해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 대해 국민의 뜻을 확인하고 제3차 에너지 계획에 반영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에교협 공동대표인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탈원전 정책을 공론화 과정 없이 밀어붙이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최근 발표된 산업부의 제3차 에너지 기본 계획 권고안을 언급하며 "내용을 살펴보면 놀랍다. 탈원전에 대한 정책 대안을 찾을 수 없다"며 "핵심은 2040년까지 에너지 수요목표를 작년 수준으로 동결한다는 것과 발전 부문에서 재생에너지 태양광 풍력의 비중을 25%에서 40%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전부다. 이런 권고안을 확정해 시행하면 국민 생활을 어려워지고 국가 경제 개발을 꿈도 못 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지금까지 이 정부가 출범하고 진행된 소위 탈원전 정책은 법적, 제도적 근거가 전혀 없다"며 "1957년 제정된 원자력 관련 제일 상위법인 원자력진흥법도 무시하고 있다. 법치를 외치는 촛불 정신으로 등장한 정부가 법치를 외면하고 있는 안타깝고 위험한 상황"이라고 현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최성민 카이스트 원자력 양자공학과 교수는 "어느 사회든지 이념이 과학 기술을 지배한다면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없다"며 "정부는 이념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얘기는 젊은 세대들에게 과학 기술보다 이념이 우선시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제기한다. 정부가 탈원전이라는 중요한 정책에 과학 기술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다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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