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한반도에서 전인미답의 평화의 시대 열려...시 주석께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려"
"시 주석님이 이끄는 중국이 성공과 발전을 거듭...국제적 위상 매우 좋아지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어"
美中 '신냉전' 구도서 시 주석 발언 지지...미국의 對중국 대응책 비판하기도
시진핑 "내년에 시간 내서 방북할 생각...서울도 방문할 것" 화답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인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APEC 회의가 끝난 뒤 열린 중국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시종일관 시진핑 주석을 추어올리며 노골적인 친중 행보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APEC 정상회의 참석차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17일 오후 7시20분경부터 스탠리 호텔에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올해 한반도에서 전인미답의 평화의 시대가 열리고 있고 시 주석께서 3차례의 중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 진전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한국에는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고 중국에는 '뿌리가 튼튼한 나무는 가지가 무성하다'는 말이 있는데 한중관계는 뿌리 깊은 나무와 같으므로 가지가 무성하도록 더욱 발전시켜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시 주석님이 이끄는 중국이 성공과 발전을 거듭하며 국제적 위상이 매우 좋아지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며 "작년 12월 회담 후 11개월이 흐른 지금 양국 교역투자와 인적교류가 증가하고 한중관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고 양 국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계속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한중 양국간의 정상회담이 있기 전, 파푸아뉴기니 APEC 하우스에서 열린 'APEC 지역 기업인 자문회의(ABAC)와의 대화' 인사말에서도 중국의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문 대통령은 "최근 보호무역의 파고가 높아지면서 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며 세계 경제의 커다란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자적인 해결을 통해 장기적인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경제위기를 함께 극복하면서 협력 경험을 쌓아온 APEC과 같은 다자협력체의 역할이 보다 중요한 때"라고 연설했다. 

그러면서 "APEC이 노력했듯 한국도 규범에 기반한 개방되고 투명한 다자무역체제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여러 회원국에 고마움도 잊지 않겠다. 국가 간 격차 해소를 위해 협력하며 함께 번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WTO의 완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APEC 차원의 더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며, 한국도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자유무역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원론적으로는 옳지만, 미국이 기존 다자주의 협정을 거부하고 국가대 국가로 협상하는 쌍무주의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시 주석의 주장을 과도하게 지원사격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취와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이 양국간 공정한 무역을 방해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그동안 자유무역이 있기 전, 공정한 무역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대해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대중관세 부과 조치가 자유무역 기조에 어긋난다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미국이 다자주의를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제로섬 게임'이라고 비판해왔다. 이 기조를 이어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도 "보호주의와 일방주의에 '노'(No)라고 말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미국을 상대로 압박을 가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의 주장이 갈리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경제의 커다란 불안요소'라며 시 주석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또한 APEC 회의 자체가 다자주의 무역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신냉전'을 선포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노골적인 친중언사는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시진핑 주석은 문 대통령의 친중 행보에 보답하려는 듯 평양 방문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시진핑 주석이 "평양 방문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북한을 방문해달라는 초청을 받은 상태로, 내년에 시간을 내서 방북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조속한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고, 시진핑 주석은 "초청에 감사하다. 내년 편리한 시기에 방문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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