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독자제재 대상인 러시아 '세바스토폴' 호, 부산항에 한 달째 머물러 있어
제재 명단에 포함된 선박의 입항은 '2차 제재' 대상될 수 있어

미국 독자제재 명단에 오른 러시아 선박 패티잔 호가 15일 중국 저우산 앞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패티잔 호는 부산항을 목적지로 입력했지만, 실제 부산항으로 향할 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자료: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미국 정부의 독자 제재를 받는 일부 선박이 여전히 운항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이 아닌 미국의 독자 제재인 만큼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입장에서 입항을 금지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미국이 독자제재 명단에 올린 선박의 입항 허가는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가 언제든지 이뤄질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1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국 외 다른 나라 항구나 공해 상에서 여전히 운항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선박 위치정보 서비스인 '마린트래픽(Marine Traffic)'에 따르면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목록에 오른 선박 7척이 최근 미국 외 다른 나라 항구나 공해 상에서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적별로 북한과 러시아 선박이 각각 2척씩 총 4척이었고, 나머지 3척은 각각 중국, 벨리즈, 코모로스 국적 선박이다.

특히 러시아 깃발을 달고 있는 2척의 선박은 지난 8월21일 미국 정부의 제재 명단에 오른 ‘패티잔’ 호와 ‘세바스토폴’ 호인데, ‘세바스토폴’ 호는 여전히 부산 앞바다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바스토폴’ 호는 한국 정부로부터 지난 10월 초 제재 위반 여부를 조사받은 뒤 하루 만에 풀려난 바 있는데, 이후 한 달이 넘도록 부산 항을 떠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러시아 선박인 패티잔호의 경우 16일 중국 저우산(舟山) 인근 앞바다를 운항하다 자취를 감췄는데, 당시 목적지를 '부산'으로 입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북한 선박들인 청운호, 고산호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와 일본 후쿠오카(福岡) 인근 공해 상에서 확인됐으며, 나머지 선박들은 중국 및 필리핀 인근 바다에서 포착됐다고 VOA는 전했다.

위치가 확인된 선박 7척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대상이 아닌 미 정부가 가한 독자제재 대상인 만큼 미국 외 다른 나라들이 입항을 금지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미국 전문가들은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 선박의 입항을 허가하면 '2차 제재'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VOA는 전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자문관을 지냈던 제재 전문가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선박의 하역 작업을 하거나, 주유를 하는 회사, 또 보험을 제공하는 보험회사들은 모두 미국 달러로 거래를 할 수밖에 없어,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금융기관과 연계된 계좌를 이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미 재무부와 법무부는 해당 자금을 동결하고 몰수하는 것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 재무부에서 태러금융 분석관으로 활동했던 조너선 셴저 민주주의진흥재단(FDD) 선임부소장은 각 나라들이 미국 제재 선박의 입항을 거부하고, 즉각 위치정보를 미 재무부에 통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 재무부의 제재 선박과 거래를 한다는 건 그 대상이 정부나 개인 혹은 사업체인지 여부와 상관 없이 큰 위험이 따른다고 경고하며 "어떤 누구도 미국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외자산통제실의 조사를 받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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