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동일인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우연"
'네티즌 수사대' 제기 의혹들 상당부분 수사결과와 일치
이재명 내외 그간 부인해왔는데...정치적 영향 적지 않을 듯
이재명 "B급 정치에 골몰하는 경찰에 절망" 반박
김씨측 변호인 "불리한 증거만 발췌해서 기소의견 만들었다"
민주당·정의당 "검찰 수사 지켜보자" vs 한국당·바미당·평화당 "즉각적인 사죄해야"

이재명 지사 부인 김혜경씨 [연합뉴스 제공]
이재명 지사 부인 김혜경씨 [연합뉴스 제공]

이른바 '혜경궁 김씨(@08__hkkim)' 트위터 계정 소유주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라는 수사결과가 나왔다.

이 지사와 부인 김씨는 그간 이 같은 사실을 완강히 부인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수사결과가 나오자 이 지사의 정치 생명에도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기관이 '혜경궁 김씨' 사건에 잠정 결론을 내린 것은 지난 4월 8일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였던 전해철 의원이 트위터 계정주를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한 이후 7개월여 만이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김씨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 혐의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것을 지휘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19일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인 것은 맞다"며 "하지만 김씨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고, 추후 법정공방이 예상되는 점을 고려해 세부적인 판단 결과는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기소의견 송치를 지휘한 경찰 수사결과와 시민 고발인단으로부터 취합한 사건 내용을 종합해 보면, 김씨는 올해 4월 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 경선 과정에서 '정의를 위하여'라는 닉네임의 트위터 계정(@08__hkkim)을 사용하면서 '전해철 전 예비후보가 자유한국당과 손잡았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트위터에는 지난 4월 당시 전 전 예비후보를 향해 "자한당과 손잡은 전해철은 어떻고요? 전해철 때문에 경기 선거판이 아주 똥물이 됐는데. 이래놓고 경선 떨어지면 태연하게 여의도 갈 거면서"라는 글이 올라왔다.

과거에는 "노무현시체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가상합니다", "걱정 마 이재명 지지율이 절대 문어벙이한테는 안 갈 테니" 등의 글도 게시됐다.

김씨는 또 2016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가 취업과정에서 특혜를 얻었다는 허위 사실을 해당 트위터에 유포해 문 대통령과 준용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수사 결과 김씨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문제의 트위터 계정을 사용하면서 이 지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이 지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정치인 등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왔다.

이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가 누군지 찾기 위해 경찰은 그간 트위터에 올라온 4만여건의 글을 전수 분석해 소유주의 정보를 파악했고, 이중 이 트위터에 글이나 사진이 올라온 직전과 직후 같은 사진이 김씨의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사실을 다수 확인했다.

결정적인 사례 중 하나는 2014년 1월 15일 오후 10시 40분 김씨가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이 지사의 대학입학 사진이다.

김씨가 카카오스토리에 사진을 올린 10분 뒤 '혜경궁 김씨' 트위터에 같은 사진이 올라왔고, 또 10분 뒤 이 지사도 자신의 트위터에 같은 사진을 게재했다.

당시 일부 네티즌은 "어떻게 이 지사 트위터보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에 사진이 먼저 올라올 수 있나.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이 지사 측은 직접 나서 김씨가 카카오스토리에 먼저 올린 사진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례는 워낙 많아 혜경궁 김씨와 김씨가 동일인이 아닌 상황에서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검찰과 경찰의 판단이다.

실제로 2013년 5월 18일 이 지사가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가족이 영정을 들고 있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자 '혜경궁 김씨'는 다음날 낮 12시 47분 사진을 리트윗했고, 김씨는 13분 뒤 카카오스토리에 캡처 사진을 올렸다.

김씨의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이 사진이 캡처된 시각은 '12시 47분'으로 표기됐다.

특히 '혜경궁 김씨' 트위터 글은 2016년 7월 중순까지 안드로이드 단말기에서 작성됐다가 이후 아이폰에서 작성됐는데, 이는 김씨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아이폰으로 바꾼 시점과도 일치한다.

수원지검은 이 같은 경찰 수사결과를 토대로 경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것을 지휘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김씨는 물론 이 지사 또한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은 김씨의 소유가 아니라고 부인해왔다. 그러나 이번 수사 결과로 ‘혜경궁 김씨’가 정말 김씨 계정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그간 거짓말을 한 것이 드러나는 것이다.

'혜경궁 김씨'라는 별명은 네티즌들이 해당 트위터 계정 소유주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성남 분당 거주', '여성', '아들을 군대 보낸', 'S대 출신', '음악 전공' 등의 단서를 취합해 김씨라고 의심하면서 계정주에게 붙인 것이다.

수사결과와 비교할 때 네티즌 수사대가 제기한 의혹은 상당부분 사실이라는 경찰 판단이 나왔다.

전 의원은 지난달 고발을 취하했으나, 경찰은 지난 6월 판사 출신 이정렬 변호사와 시민 3,000여명이 김씨를 고발한 사건을 계속 수사해왔다.

한편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에 대해 1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B급 정치에 골몰하는 경찰에 절망한다"며 반박에 나섰다. 

그는 "'불행한 예측'이 현실이 되었다", "기소의견 송치는 이미 정해진 것"이라고 사건을 규정하며 "국가권력 행사하는 공정해야 하고 경찰은 정치가 아니라 진실에 접근하는 수사를 해야 한다"고 남겼다.

이어 이 지사는 "그러나 이재명부부를 수사하는 경찰은 정치를 했다"며 "트위터 글을 이유로 6명의 특별수사팀이 꾸려질 때 표적은 정해졌고 정치플레이와 망신주기로 쏘지 않은 화살은 이미 과녁에 꽂혔다"고 했다. 

또 "이재명에 관한 한 누구는 명백한 허위라도 착각했다면 무혐의지만 이재명 부부는 정황과 의심만으로도 기소의견"이라며 "사슴을 말이라고 잠시 속일 수 있어도 사슴은 그저 사슴일 뿐"이라고 했다. 덧붙여 "아무리 흔들어도 도정은 흔들이지 않을 것이다. 도정에 충실히 전념하겠다"고 했다.

이날 이재명 지사 부인인 김혜경씨 측 변호인인 나승철 변호사도 "경찰의 수사 결과는 전적으로 추론에 근거했을 뿐만 아니라, 김씨에게 유리한 증거는 외면한 것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나 변호사는 "김씨가 사용했다는 ‘hkh631000@gmail.com’ 계정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일정 공유를 위해 비서실에서 만들어 사용한 것"이라며 "직원들이 공유하던 계정이고, 이 계정을 만든 비서관도 경찰 소환에 직접 출석해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 계정은 김씨가 해당 계정의 주인과 같은 메일 주소를 써 두 사람이 같은 사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어 "‘@08_hkkim’ 계정은 이 지사와 새벽 1시 트위터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부부가 새벽에 트위터로 대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또 ‘@08_hkkim’은 이 지사에게 고향을 묻는데 20년 이상 같이 산 부부가 고향을 모른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있는 일이냐"고 했다.

나 변호사는 경찰이 김씨 카카오스토리 계정과 ‘@08_hkkim’ 계정이 비슷한 시각에 글과 사진을 올린 것을 주목한 사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나 변호사는 "경찰은 두 계정이 비슷한 시각에 글과 사진을 올려 김씨가 ‘@08_hkkim’ 주인이라고 주장한다"며 "먼저 SNS에 글이 비슷한 시간대에 올라오면 모두 같은 사람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나 변호사는 "또한 조사 당시 경찰이 제시한 사진을 보면 김씨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글은 캡처이고, ‘@08_hkkim’에 올라온 글은 깔끔한 공유글이었다"며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면 카카오스토리와 트위터 둘 다 같은 방식으로 글을 올리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2016년 7월 김씨와 ‘@08_hkkim’ 계정 주인이 휴대폰을 교체한 사실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은 성남시 분당구에서 휴대폰을 바꾼 사람이 김씨뿐이고, ‘@08_hkkim’도 이 때 기기를 변경했다면서 김씨가 ‘@08_hkkim’의 주인이라고 한다"며 "그러나 ‘@08_hkkim’의 주인이 당시 분당구에 살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나 변호사는 "오히려 ‘@08_hkkim’은 트위터에 자신이 성남에 30년 거주했다고 했는데 김씨는 아직도 성남에 산 지 30년이 안 돼 이는 김씨가 ‘@08_hkkim’ 주인이 아니라는 증거가 된다"고 말했다.

나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김씨에게 유리한 증거는 빼고, 불리한 증거만 발췌해서 기소의견을 만들었다"며 김씨가 ‘@08_hkkim’의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충분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에 대해 엇길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신중한 모습을,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은 이 지사의 즉각적인 사죄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경찰 조사결과는 김씨의 혐의가 사실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빈약하다"며 "향후 검찰 수사에서 분명한 사실관계가 밝혀져야 한다"고 논평했다.

반면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경찰은 '혜경궁 김씨'와 김혜경씨가 동일인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우연이라며 이런 판단을 내렸다"며 "이제 이 지사 부부는 이중적 행위를 중단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배설에 가까운 글을 올린 주인공이 잡혔다"면서 "이쯤 되면 이 지사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이 지사 부부를 향해 '쌍욕일체, 가증일체, 위선일체의 부부'라고 비난하고 "이 지사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평화당 문정선 대변인은 "경찰 조사결과로 '혜경궁 김씨' 공방을 지켜본 국민은 정치인의 거짓 해명에 다시 한번 허탈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 지사는 경기도민과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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