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전매체들 "김정은, 첨단전술무기시험 현지지도"...ICBM급 '화성-15형' 발사 1년 만
金 "이 성과는 국방력 또 하나의 일대 과시" "장군님(김정일) 생각 간절해져" 자찬
北 관영선전매체들, 무기 제원은 안 밝혀…'서울 불바다' 위협 근거 장사정포로 추정
南은 잇달아 '무장해제' 나선 가운데 北은 여전히 무기개발 집중
정부·軍은 "신형 장사정포인듯, 김정일 때부터 개발"…"도발 아니다" 北 감싸기 급급
文, 9월 평양선언 채택 이후 교황 방북 요청-대북제재 완화 타진 등 '北 대리외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이후 1년만에 처음으로 '첨단무기시험 현지지도'를 했다고 북한 관영 선전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북한 정권이 현재까지도 비밀리에 운용 중인 탄도미사일 기지가 최소 13곳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나 '기만 논란'이 일고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각국을 돌며 실속도 없이 '김정은 대리외교'에 부산한 가운데 나온 북한의 공개적인 도발 행보여서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 로동신문 등 북한 관영 선전매체들은 16일 김정은이 '국방과학원 시험장'을 찾아 새로 개발한 첨단전술무기 시험을 지도했다고 선전했다. 이른바 첨단전술무기는 김정은의 과거 '서울불바다 발언'의 근거가 된 장사정포로 사후 추정되고 있다. 

중앙방송은 "우리 당의 정력적인 영도 아래 오랜 기간 연구개발되어온 첨단전술무기는 우리 국가의 영토를 철벽으로 보위하고 인민군대의 전투력을 비상히 강화하는 데서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면서 "자기의 우월하고도 위력한 설계상 지표들을 모두 만족시킨 최첨단 전술무기 시험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과시했다.

김정은은 무기 시험을 지도하면서 "우리 국방과학자들과 군수노동계급이 나라의 방위력을 높이는 데서 또 하나 커다란 일을 해 놓았다"고 치하하며, "오늘의 이 성과는 당의 국방과학기술 중시 정책의 정당성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우리의 국방력에 대한 또 하나의 일대 과시로 되며 우리 군대의 전투력 강화에서 획기적인 전환"이라며 '대만족'을 표시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아울러 김정은은 해당 '첨단무기'가 아버지인 김정일이 생전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 직접 개발을 이끌었던 무기체계라며 "유복자 무기와도 같은데 오늘의 이 성공을 보니 우리 장군님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지도에는 최룡해 조선로동당 부위원장과 리병철 전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이 동행했다. 박정천 북한군 포병국장과 '리종식'이라는 인물도 수행원으로 중앙통신은 언급했다.

김정은이 북한군의 무기 시험을 현장에서 지도한 것은 지난해 11월 29일 보도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이후 처음으로, 약 1년 만이다.

김정은은 이른바 '대화 무드' 조성에 집중한 올해 들어서는 6월 북한군 제1524군부대를 시찰한 적이 있지만 당시 군인들의 식생활 등 후방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번엔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로 종전에 드러나지 않던 북한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기지 운용 실태가 확산되는 가운데 자칭 "국방력에 대한 또 하나의 일대 과시"로 우리 측을 '조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중앙통신, 중앙방송 등은 이번에 시험한 무기 종류나 제원, 시험내용 등 구체적인 정보는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로동당 기관지 로동신문도 이날 2면에 김정은의 전술무기 시험 지도 소식을 게재하면서 김정은이 수행 간부들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의 사진 1장만 게재하고 무기 모습은 노출하지 않았다.

11월16일자 북한 조선로동당 기관지 '로동신문' 1면

군(軍) 당국은 김정은이 현지지도했다고 북측이 밝힌 '첨단전술무기'를 신형 장사정포로 추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사정포는 과거 김정은이 이른바 '평화 무드'가 도래하기 전 공공연하게 언급했다는 '서울 불바다' 위협의 근거가 되는 북한의 대표적 재래식 전력이다. 군사력 평가 전문기관인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펴낸 ‘2018 밀리터리 밸런스’에 따르면 북한은 장사정포를 포함한 야포와 방사포(다연장포) 2만1000여문을 보유하고 있다. 군 내에서는 "사거리 40∼60㎞ 수준인 구경 170mm 자주포 150여문과 240mm 방사포 200여문이 서울을 사거리 안에 두고 있고 산술적으로 1시간에 최대 1만 발을 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여기에는 화학탄도 탑재할 수 있어 위협이 더욱 크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이날 언론에 "우리 군은 김 위원장(김정은)이 시험을 지도한 첨단전술무기를 신형 장사정포로 추정하고 있다"며 "김정일 시대 때부터 개발 중인 무기로 정보당국에서도 지속해서 확인하고 있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 매체가 첨단전술무기 시험이라고 공식 발표한 것에 대해 두 가지 의미로 분석할 수 있다"며 "'첨단'은 대내용으로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군사 강국을 중단없이 지향한다는 의미이고, '전술무기'는 대외용 무력시위는 아니라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간주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 발표에 '종자', '유복자' 등의 표현이 있는 것으로 볼 때 (북한 매체가 언급한 첨단전술무기는) 김정은 (집권) 이전에 지시돼 개발 중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김정은이 현지지도한 지역에 대해서는 "신의주 인근 지역으로 알고 있다"며 "바다가 가까운 그 지역에 국방과학원 시험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미 정보당국은 주요 인사(김정은)의 동선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며 "(첨단전술무기) 시험 사실은 북한의 공식 발표를 통해 알았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무기체계 개발의 초기 단계로 보고 있다"며 "이번 시험 때 (포탄 등이) 실제 날아간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거나, "북한에서 첨단전술무기 시험이라고 확인해 준 사안에 대해 우리 군이 도발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북측을 옹호하는 언급을 내놨다.

군 당국은 일부 언론에 보도된 지난 13일 북한의 평안북도 선천지역 시험사격에 대해서는 '기존 방사포의 성능개량을 위한 시험사격'으로 본다는 입장이다.

지난 11월15일 오전(싱가포르 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한미간 정상급 대화 약속에 늦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김정은과 9월 평양공동선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남북합의서를 채택한 이후부터 기존 남북 정권간 타협노선 외에도 '북한 대리 외교' 수준의 대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중순 7박9일간 유럽 순방에서는 51개국이 참여하는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주요국과 정상회담 및 정상회의 참여 과정에서 연이어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호소했으나, 매번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를 촉구한다는 공동입장 채택으로 귀결됐다.

이탈리아 방문 당시에는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하고 북한 방문을 김정은 대신 타진했다. 이달 들어 싱가포르-파푸아뉴기니 순방에선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정상회의에서 내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한국 개최를 약속하고 김정은 초청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가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선 "북한이 좀 더 과감하게 비핵화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대북제재 완화'를 타겟으로 한 주장을 재차 꺼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에 진전을 보인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해, '선(先) 제재 완화로 비핵화를 견인하자'는 듯한 문 대통령과 온도차를 보였다. 

같은날 ASEAN 10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선 대북제재(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방식의 북한 비핵화 문구가 포함된 의장 성명이 채택됐다. 아셈에 이어 아세안 정상들도 '비핵화 때까지 제재의 완전한 이행'이라는 원칙을 유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15일 1대 1 면담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으로부터는 "궁극적으로는 CVID를 이뤄야 하므로 계속 노력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일찍이 북한은 CVID는 물론 미국이 다소 톤을 낮춘 FFVD 방식의 비핵화에 대해서도 반감을 드러내왔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