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환 칼럼] 오진(誤診)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 법원에 보내는 고언(苦言)
[차기환 칼럼] 오진(誤診)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 법원에 보내는 고언(苦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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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의료진 형사처벌의 위험이 일상이 되는 현실 오고있어
시민 기본권 희생시켜 검찰과 법원 위신 높이는 경향 생기나?
차기환 객원 칼럼니스트
차기환 객원 칼럼니스트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1월 11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전국 의사총궐기대회를 개최하였는데 개원의, 봉직의, 전공의 12,000명 (경찰 추산은 5,000명)이 참가하였다. 지난 달 2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선의종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경기도 모병원 소아과장 전모씨를 금고 1년 6월 응급의학과장 송모씨, 전공의 임씨를 각 금고 1년의 실형에 처하고 법정구속하였다. 대한의사협회는 위 총궐기 대회를 개최하고 의사가 오진하였다는 이유로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구속된 의사들의 석방’, ‘의료사고특례법 제정’, ‘진료거부권 도입’, ‘저수가 불합리한 심사기준 등 의료구조 정상화’ 등을 요구하였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의사들이 구금된 직후 강하게 반발하면서 총궐기 대회를 예고했는데 그것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집회를 개최하기 2일전 수원지방법원은 위 의사 3인을 보석으로 석방했다.

과연 어떤 과실이 있어 오진한 의사를 실형 선고를 하고 법정 구속을 했을까? 사건은 2013년 5월 2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8세된 어린이가 성남 모 병원 응급실로 왔다. 응급의학과장 송모씨는 엑스레이상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고 변비로 판단하여 관장 치료를 했고 증세가 호전되어 다음날 내원하라고 했다. 그 다음날 이후 2차례 내원했으나 소아과장 전모씨도 별다른 추가 진료없이 변비로 진단을 내렸고, 그 이후 내원시 전공의 이모씨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그 후 그 어린이는 다른 병원 응급실로 갔고 그 후 횡격말 탈장, 혈흉(血胸, 흉막강 내 피가 고인 상태) 및 그로 인한 저혈성 쇼크로 사망하였다. 재판 과정에서 응급실에서 촬영한 엑스레이상 좌측 하부 폐야(肺野, lung field)에 흉수(胸水:흉막강 내 찬 액체) 소견이 있었고, 전공의 이모씨가 진단할 때 촬영한 엑스레이 소견상 횡격막 탈장 소견이 있었으며, 소아과장 전모씨는 흉수 소견이 있다는 영상의학보고서가 있었는데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법원의 사실 인정만 보면, 일반인이나 법조인들 중 상당수는 ‘업무상 과실이 있네’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 임상 경험이 많은 의사나 교수들은 ‘횡격막 탈장’은 유아 또는 3-4세 어린이에게 발생하는 것이고 8세 어린이에게 발생하는 것은 극히 드문 현상이라고 하고 있고, 응급실 엑스레이를 본 의사들 3명 중 2명은 별다른 소견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사건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재판이 있었는데, 그 민사 재판부는 2015년 손해배상 재판에서 ‘횡격막 탈장이 소아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적고 조기진단이 어렵다는 것’, ‘혈흉으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의 발생에는 연령이나 체질적 소인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하고 손해배상책임을 40%로 제한한 바 있다. 성남지원 재판부의 판결은 응급실 의사가 상당수의 의사들이 발견하지 못한 병증이라도 발견하지 못하여 사망사고가 생기면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된다.

필자는 이 사건 판결을 보고, 법원의 재판부가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을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형사처벌하면서 그 분야의 업무 처리에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그렇게 쉽게 판단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위 사건의 민사상 손해배상재판에 있어 재판부도 ‘횡격막 탈장이 소아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적고 조기진단이 어렵다’고 인정하고 있고, 대한의사협회의 동영상을 보면, 위 응급실 엑스레이를 본 의사 3명 중 2명은 이상 소견을 발견하지 못했고 1명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일 뿐 횡격막 탈장 소견을 낸 것이 아니다. 한국의 의료 현실상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과다 진료를 한다면서 수시로 보험청구급여를 삭감하는데, 의료 현장의 의사가 자신이 판단을 내리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여러 가지의 진료 방법을 다 동원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진료한 내용도 그 진료 결과 이상 소견이 없으면 과잉진료로 수가를 삭감해 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의료 현장에 있는 의사는 제한된 진찰 수단을 가지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면 형사처벌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생명을 다루는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은 형사처벌의 위험이 일상이 되는 현실이 올 수 있다.

법원은 국민들에게 ‘우리 사법부는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 보호를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라는 인상을 주고 판사들 스스로도 국민들의 보건상 이익을 지키기 위해 올바른 업무 처리를 하고 있다고 자위할 수도 있다. 필자는 장기적으로 보아 결코 그런 결과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풍토가 정착되면, 의료진들도 자구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사람들의 생명에 직접 관계되는 분야일수록 유능하고 똑똑한 이들은 이를 회피할 것이다. 결국 재력이 있는 이들은 외국의 유명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을 것이고 국내 일반인들은 위험한 의료 분야일수록 점차 수준이 저하되는 의료진들에게, 제한된 진료만 받게 될 것이다. 법원은 국민 보건을 지키기 위해 의사들을 강하게 처벌하는데 왜 그런 결과가 나오게 될까?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근로시간 제한을 법으로 강제하여 근로자들의 복지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법을 강행할수록 회사들이 폐업하거나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여 실업률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 안다. 19세기 프랑스의 바스티아가 ‘깨어진 유리창’ 일화에서 예시했듯이 정책이나 판단은 눈 앞의 현상 하나를 보고 내려서는 안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 직접적인 것이 아니라 2차, 3차로 퍼져 나가는 효과를 고려할수록 올바르고 바람직한 정책 판단이 된다. 이 사건처럼 의료계 전반의 관행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사건은 더더욱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의사들이 오진한 내용이 의료계 일반의 의사들이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정도의 것이 아니라 이 사건과 같이 상당한 임상 경험이 있는 의사도 발견하기 쉽지 않은 정도의 것이라면 과연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정당할 것인지 의문이다. 그런 의사들을 처벌하는 검사나 판사들은 과연 업무상 오판하는 경우는 없을까? 오판으로 사형을 선고하여 살인하는 경우는 없을까? 잘못된 수사와 재판으로 무고한 시민을 장기간을 교도소에 처 넣어 인생을 파탄내어 사실상 살인에 가까운 행위를 하는 경우는 없을까? 잘 나가는 기업을 한 순간에 타격을 주어 파산하게 하거나 회복 불능의 손해를 입히는 경우는 없을까(1989년 삼양라면 우지파동을 생각해 보라)? 그런 경우 검사와 판사들은 왜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가? 의사는 사람을 살리려다가 실수를 한 것이고 검사와 판사는 범인을 적극적으로 처벌하려고 하는 것인데 후자가 더 엄격히 판단받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검사나 판사가 자신의 선입견이나 가치를 일반적인 통념이나 확립된 판례에 앞세워 잘못된 결론을 내려 시민이나 기업에게 회복 불능의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20년 가량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그런 사례를 본 적이 있다)

사법제도를 만들 때 오판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3심 제도를 만들었고 오판을 하는 경우 형사보상을 하지만 그 사건의 검사, 판사를 형사처벌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법 제도의 안정성과 사법시스템 자체의 원활한 운영을 고려한 것이다. 의사들의 오진 사태 역시 마찬가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민사상 손해배상 제도는 병원, 의사 및 보험제도를 통해 해결하되, 의료진을 오진을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좌익과 단체들이 무리를 지어 실력 행사를 하는 경우에는 선진국보다 더 엄격한 법리를 적용하고 새로운 법리까지 만들어 무죄, 무혐의를 내리는 법원과 검찰이 한 명 한 명으로 흩어져 있는 시민들의 기본권에 대하여는 안이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희생하여 법원과 검찰 조직의 위신과 대국민 이미지를 높이는 것에 이용하는 경향이 있고 그것이 짙어지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내 자유로운 공기가 남아 있으려면 법원과 검찰이 조직화되어 있지 않은 시민들의 기본권을 지켜 건전한 자유민주주의가 뿌리내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보다 신중한 판단을 할 것을 촉구한다.

차기환 객원 칼럼니스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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