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칼럼니스트 트위터 "文,완전히 잠에 빠졌다" "펜스가 와서 깨웠다"
펜스 30분 늦게 도착, 50분 늦게 시작한 면담 30여분 만에 끝나
'아세안+3 정상회의' 강경화 외교 대리참석시킨 뒤 합류…기념촬영 놓쳐
펜스 부통령, 文대통령과 면담서 직접 "궁극적으로 CVID 이뤄야" 강조

싱가포르 현지시간으로 15일 오전 10시30분 선텍 컨벤션센터 양자회담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펜스 부통령의 '30분 지각'으로 결국 50분 늦게 면담을 시작하게 됐다.(사진=연합뉴스)

제20차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도 '해외순방 잔혹사'를 겪었다.

문 대통령은 15일 오전 10시30분(이하 현지시간) 같은 목적으로 싱가포르를 찾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펜스 부통령의 '30분 지각'으로 외교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싱가포르 선텍 컨벤션센터 양자회담장에서 열린 이날 면담은 예정시각보다 50분 늦은 오전 11시20분에 시작됐다. 펜스 부통령의 지각 사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아세안 국가들과 회의가 길어져 회담장에 늦게 나타났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수행원과 대화를 나누며 펜스 부통령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어렵게 성사된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의 회담은 30여분 정도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당초 오전 11시부터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었으나, 펜스 부통령과의 회의가 미뤄진 탓에 제 시간에 회의장에 당도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강경화 장관이 일단 정상회의에 문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했고, 문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과의 회담 직후 정상회의에 합류해 강 장관과 자리를 교체했다.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간 기념사진 촬영은 문 대통령이 참석하기 전에 이뤄졌다.

15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Suntec)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각국 정상들과 기념 촬영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면담중 이었다.(왼쪽부터)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강경화 장관.(사진=연합뉴스)
15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Suntec)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각국 정상들과 기념 촬영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면담중 이었다.(왼쪽부터)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강경화 장관.(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외교일정 차질만 문제가 아니었다. 문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을 30분간 기다리던 중 잠자고 있는 모습이 한미간 정상급 회의 취재차 대기하던 미국 언론인에 의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외교·안보 담당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문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을 15분 동안 기다리다가 완전히 잠에 빠졌다(totally fell asleep)"면서 문 대통령이 졸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로긴 칼럼니스트는 뒤이어 펜스 부통령이 도착해 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리면서 "다 잘 됐다. 펜스 부통령이 도착해 문 대통령의 낮잠을 깨웠다"고 짤막한 문장을 덧붙였다.

상대국 정상이 외교 현장에서 보여준 일종의 '굴욕샷'을 개인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한 셈이다. 이밖에도 미국 언론들은 문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을 기다리는 이 과정에서 몇 차례 졸았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외교·안보 담당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문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을 15분 동안 기다리다가 완전히 잠에 빠졌다(totally fell asleep)"면서 문 대통령이 졸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을 올렸다.(사진=조시 로긴 WP 칼럼니스트 트위터 캡처)

한편 이날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대(對)북핵 공조에 관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협조를 직접 타진했다.

먼저 간단한 덕담을 건넨 문 대통령에게, 펜스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미북정상회담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이 부분을 긴밀히 조율해 나가면서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안보와 평화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CVID를 이뤄야 하므로 계속 노력하겠다"며 "(그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앞으로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반감 표출로 미국도 대북 협상에서 좀처럼 사용하지 않던 CVID를 펜스 부통령이 문 대통령 면담에서 사용한 것은 '초강경 매파'이자 "전례 없는 대북제재"를 강조해온 펜스 부통령 자신의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라는 자신의 용어를 언급한 뒤 "이를 위해서 남북관계와, 또 북미관계가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의 긴밀한 협력과 공조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고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낸 것은 전적으로 강력한 한미동맹의 힘이었다"고 덧붙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싱가포르 현지시간으로 15일 오전 11시20분부터 선텍 컨벤션센터 양자회담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왼쪽)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오른쪽)과 면담을 가졌다. 펜스 부통령의 '30분 지각'으로 50분 늦게 면담을 시작하게 됐다.(사진=연합뉴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