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42석 한국-바른 전면 보이콧 등으로 의결정족수 미달…與野간 책임공방
與, 경제투톱·조명래 임명강행 사과-조국 靑수석 해임-公기관 고용세습 국조 모두 거절
상임위별 쟁점법안-예산심사 곳곳 '삐걱'…갈등 지속시 예산안 법정시한내 처리 난망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반(反)시장적 '경제 투톱' 등 인사 강행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 인사 참사 책임자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경질,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 고용세습·채용비리 국회 국정조사 요구를 더불어민주당이 일절 거부하자 15일 국회 본회의 보이콧으로 맞대응했다.
앞서 두 야당의 여야정(與野政)국정상설협의체 실무회동 불참 방침에도 여당은 "두 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아니라는 현실을 직시하라"며 비꼬기로 일관한 바 있다. 이날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추가로 대화를 나눴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오후 2시로 예정했던 본회의가 의결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는 형태로 국회 의사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경우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각종 쟁점법안 논의가 난망해 보인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안 처리에 필요한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본회의 개의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보기에 부끄럽고 의장으로서 유감스럽다"며 "시급한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 책무를 어기는 것이고, 의장의 임무를 해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과 식품위생법 개정안 등 90건의 비(非)쟁점법안 처리도 미뤄졌다.
국회 본회의는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의 출석으로 개의할 수 있으나 재적의원(299명)의 과반(150명)이 출석해야 안건 처리를 위한 의결정족수를 충족할 수 있다.
민주당(129석)과 민주평화당(14석), 정의당(5석) 의원들은 이날 한국당(112명)과 바른미래당(30명) 의원들의 본회의 보이콧 선언이 있은 뒤에도 본회의장에 모였으나 과반 출석을 달성하지 못했다.
두 야당은 위법·탈법 의혹이 집중된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 강행과 예산 국면에서의 경제팀 교체에 강하게 반발하며 조국 민정수석 사퇴와 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를 여당에 요구하고 있다.
본회의 불발 전후로 여야는 책임을 전가하며 다시 한번 충돌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무산 후 의원총회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에게 "(두 야당이) 억지를 부려서 파행을 시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본회의를 볼모로 국회 일정을 파행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권미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생과 경제를 우선한다면서 민생법안을 처리키로 한 국회 일정을 일방적 통보로 폐기한 두 야당의 결정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며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속히 민생국회의 대열에 복귀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독단과 전횡이 있다면 국회에는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독선과 아집이 있다"며 "국회를 무력화하고자 했던 문 대통령의 의도가 있었고, 집권당인 민주당은 청와대 출장소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참석 대신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주당이 고용세습 국정조사라는 야당 요구에 전혀 답을 하지 않고 회피해 협상이 결렬됐다"며 "시급한 법안을 처리하고 정국을 풀어나갈 책임이 있는 여당이 뭐가 두려워서 이러는가"라고 반문한 뒤 "(고용세습) 국정조사를 받고 양심의 세계로 돌아오면 협치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민평당은 양비론적 태도를 보였다. 장병완 민평당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국회 청문 과정에서 적격하다고 판단하지 못해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후보자의 임명 강행을 이 정부 들어서 벌써 8명째 강행하는 부분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두 야당에 대해서도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한 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회를 공전시키는 것"이라며 "정치는 국민을 바라보고 하는 것이지 청와대를 바라보고 하는 게 아니다. 국민들은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국회가 제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책망했다.
강경좌파 색채가 뚜렷한 정의당은 여당에 대한 '지원사격'을 했다. 김종대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버티기로 본회의는 무산됐다"며 "명분 없는 보이콧에 납득할 국민은 없다"고 비난했다.
한편 여야가 예산안 심사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임위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파행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신재생에너지 예산에 대한 여야간 시각차로 예산 심사를 위한 전체회의를 열지 못했다.
교육위원회 역시 '비리 사립유치원 프레임'을 조장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유치원 3법'과 관련해, 박 의원의 '한유총 로비' 허위사실 유포 논란 및 법안심사 일정 관련 민주당-한국당 공방으로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위원 정수를 16명으로 늘리자는 민주당, 원래대로 15명을 유지해야 한다는 한국당 간 충돌이 그치지 않으며 사실상 표류하고 있다.
상임위에서 예산심사를 마치고 예결위에 올리더라도 예결소위에 대한 여야 간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는 다면 전체 예산안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기국회가 정상화 수순을 밟기 위해서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요구하고 있는 조명래 환경장관 임명 강행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사과,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 국정조사 수용, 조 수석 해임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낮아 '반쪽짜리 국회 운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갈등의 골이 계속해서 깊어지면 여권이 줄곧 강조해 온 '정부 예산안 법정시한 내 처리'도 한층 멀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두 야당은 이날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가진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고용세습·채용비리 국정조사 수용을 최소 요건으로 하는 타협을 시도했으나 이 마저도 여당의 전면 거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