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정책적 불확실성이 외부의 부정적 효과를 더 강화시켜"

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무디스 한국 담당 국가신용등급 총괄이사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반기업' 정책들이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성급한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법인세 인상 같은 정책이 불확실성으로 작용해 경제 심리를 위축시킨다는 진단이다.

리스티안 드 구즈만 무디스 정부신용평가담당이사(한국 담당 국가신용등급 총괄이사)는 13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우호적이었던 대외 환경이 미·중 무역갈등과 미국 금리 인상(유동성 긴축)으로 올해 들어 악화됐는데, 국내의 정책적 불확실성이 이런 외부의 부정적 효과를 더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즈만 이사는 자신이 언급한 내부 정책적 불확실성에 대해 문재인 정부 들어 시행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정책과 법인세 개정 등을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즈만 이사는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불확실성은 글로벌 무역 분쟁, 유동성 긴축 등 외부적 환경에 내부적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는 국가 정책이 합쳐진 것"이라며 "이로 인해 경제심리가 위축되고 있으며,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한국 경제를 둔화시킬 것이라며 우려했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를 확대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대해 구즈만 이사는 "강력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고령화로 비용 증가와 부정적인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구즈만 이사는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의 긴장관계가 영구적으로 완화되는 것은 요원하다고 생각한다. 마찰이나 갈등이 발생하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한국의 외부적 환경을 신용등급이 좀 더 높은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입지가 좋지만 한국 신용등급(Aa2)을 유지한 이유는 이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금융기업 평가를 담당하는 크리스 박 무디스 이사는 미중무역 갈등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조치가 한국 자동차 회사에 크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무디스는 국내 비금융 민간기업 23개사 중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4개사와 SK텔레콤에 대해 '부정적' 신용등급을 매겼다. 

박 이사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대해서는 최근 실적이 많이 저하됐고 향후에도 실적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이는 점을, SK텔레콤은 올해 대규모 인수합병과 더불어 수익성이 약화한 부분을 각각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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