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던 물에 침뱉지 않겠다" 폭로 자제하면서도 인적쇄신 거듭 강조
"적어도 절반 물갈이해야…국민 감동시킬 시간조차 주지 않으면 내가 할일 없다"
"혁신없는 정당 미래 없다" 일갈하면서도…"未完의 보수재건 활동 계속하겠다"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에서 해촉된 전원책 변호사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에서 해촉된 전원책 변호사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의 결정으로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단에서 물러난 전원책 변호사가 14일 내부 갈등상을 폭로하겠다던 기존 방침을 접고 '해촉의 변(辯)'을 밝혔다. 

비대위의 단기 인적쇄신 방침과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앞으로도 나름대로 보수 재건을 위한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전했다. "한국당은 정파(政派)가 아니라 계파(係派)만으로 작동하는 정당"이라며 계파분쟁 탈피와 이념정당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이날 오후 여의도 극동VIP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고 보수정당을 살려달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뗐다.

전 변호사는 "전권을 가지는 한국당 조강특위를 수락한 것은 무너진 보수 재건을 위해서다. 유일한 방법은 당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한편 인물을 교체해 일신하는 것이었기에 인적 청산의 전권을 요구했다"며 "(그러나) 국민을 감동시킬 자기희생을 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제가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위촉되기 전부터) 2월 전당대회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해왔다"며 "당무감사가 끝나면 불과 22일 밖에 남지 않은 12월15일까지 인적청산을 하라는 것은 어떤 청산도 하지 말라는 말"이라고 비대위의 해촉 결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더욱이 정부예산을 심의 의결하는 기관이자 선거제도를 바꾸는 정기국회(도중)"라며 "그래서 한두 달이라도 늦추자고 했는데 이걸 월권이라고 하면 더 이상 저는 할 말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전 변호사는 당초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내년 2월말 전대' 입장에 '최악의 경우 6~7월까지 미뤄야 한다'는 입장을 일부 언론을 통해 밝혔으나, 현실적으로 현역 의원에 대한 인적청산이 정기국회 일정으로 제약된다는 논리와 함께 "한두 달이라도 늦추자고 했다"는 언급으로 '조강특위 월권 논란'에 억울함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다만 "그들(한국당)이 문자로 해촉한 것을 이제 와서 나무라고 싶지 않다. 그동안 있었던 여러 일들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며 "먹던 물에 침을 뱉고 싶지 않다"고 밝혀뒀다.

그러면서 "(이날) 폭로 기자회견이 있을 거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폭로에 관한 질의는 사양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 변호사는 "혁신을 거부하는 당에 미래가 없다"고 당의 방침에 거듭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도 "보수정당 재건이 어려워졌다는 생각에 마음이 어렵다"며 "미완의 보수 재건 활동은 계속 하겠다. 보수 궤멸을 막기 위해 미력하게나마 힘을 보태겠다. 국민 여러분께 호소한다. 보수를 다시 세우자, 새로운 보수로 일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변호사는 '김 비대위원장이 조강위원 2명 추천 명단을 자신에게 건넸으나 불발됐기 때문에 자신이 해촉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온 것에 대해서는 "그것만이 해촉 이유라고 안 했다"고 다소 톤을 낮췄다.

그는 "두 사람의 갈등의 시작이라고 했다"며 "(추가 폭로를 하더라도) 결국 서로 돌 던지는 일이 될 것이고, 김 위원장도 얼마나 어렵겠나. 서로 이해해야지, 나는 정말 깨끗하고 그분은 나쁘다고 말하면 제 얼굴에 침 뱉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이 영입 추천한 2명의 인사에 대해선 "여러분들이 아실 만한 분들을 저에게 요구했고 저는 응하지 않았다"고만 말했다. 전 변호사는 "(내가 영입한) 이진곤, 전주혜, 강성주 조강위원 세분은 다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저와 밥 먹은 적도, 술을 마신 적도 없고 하다 못해 커피 한잔 해본 적 없는 분들"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자신이 영입한 위원 3인에 대해서는 앞서 한차례 더 모임을 갖고 "3명이 다 빠지면 조강특위가 와해되지 않겠나. 남아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전 변호사는 자신이 완수하지 못한 당 인적쇄신과 노선 정립에 관해 "한국당은 정파가 아니라 계파가 있는 정당이다. 일종의 사(私)조직"이라며 "정당에 정파는 얼마든지 있어도 된다. 정당 내 민주주의가 작동된다면 당 정책이 만들어지고,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계파만으로 작동하는 정당이다. 그 정당들의 계파는 사조직이라고 볼 수 있고, (이제는 문제점을) 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18살에 출향해서 서울로 대학 가고, 관료로 자라고, 법조인 또는 언론인이 된다. 어느 정도 사회에서 성공하면 자신의 생활 근거지는 이미 타향에서 몇십년 보내놓고 다시 (인맥을 빌미로) '고향의 인물'이라며 출마해 재선, 삼선을 한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런 조직을 들어내지 않으면 한국당은 미래가 없다"며 "들판에서 (뚜렷한 이념과 목표를 지닌 정치활동으로) 비바람을 맞으며 자란 들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한국당은 물론  다른 당도 마찬가지"라며 "(지금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 있는, 정말 마지막 (혁신) 기회다"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생각했던 인적쇄신 강도에 대해선 "적어도 절반은 물갈이 해야한다"며 "지금까지 보수 흉내냈던 분들 이제는 제가 이 자리 빌어 감히 말하는데 이제는 정말 자중하라"고 일침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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