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율 9% 유지하면서 소득대체율은 40%→50% 상향
'덜 내고 많이 받는 국민연금'… 2054년이면 고갈
'적립방식' 포기하고 '부과방식' 전환하면 미래세대에 모두 떠넘기는 꼴
문재인 정부가 국민연금 개편안 공개를 연기한 가운데, 지난 대선 공약대로 소득대체율을 50%까지 끌어 올리면 2060년까지 533조원이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이 13일 발표한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을 50%까지 높이면 2060년까지 은퇴자들에게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총 5056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됐다. 이제까지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현행 45%에서 40%로 차차 낮출 계획이었는데, 그럴 때 들어가는 비용(4523조원)보다 533조원 더 드는 것이다. 이 비용은 결국 보험료를 더 걷거나, 정부 재정(세금)을 투입해 채워야 한다.
보험료율을 올리는 방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반대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소득대체율을 현행 45%에서 50%로 올리면서 보험료율도 13%까지 올리는 방안 등을 보고하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질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원래 15일 공청회에서 국민연금 개편안을 공개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을 연기했다. 박 장관은 "11월 말까지는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방안처럼 보험료율은 현행(9%)대로 유지하고 소득대체율만 50%로 올리면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이 2054년으로 앞당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정책처는 "현행 '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9%'를 그대로 유지할 때 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이 2057년인데, 이보다 3년 앞당겨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반대로 보험료율을 11%로 올리면 2060년, 13%로 올리면 2065년으로 기금 고갈 시점이 늦춰진다. 예산정책처는 "2075년까지 기금이 동나지 않게 하려면 보험료율이 16%는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 보험료의 1.7배를 더 내야 한다는 뚯이다.
이와 관련 김연명 신임 청와대 사회수석은 보험료를 급격히 올리지 않아도, 소득 대체율 50%가 가능하다고 최근의 인터뷰 등에서 밝혔다. 김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공약을 설계한 장본인이다.
김 수석이 보험료율을 소폭만 인상해도 소득 대체율을 50%로 높일 수 있다고 하는 데는 기금 고갈 이후에는 그해 연금을 그해 걷은 보험료로 지급하는 '부과 방식'으로 전환하면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은 미리 줄 돈을 쌓아 놓는 '적립 방식'이다.
김 수석은 지난 8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국가 대부분은 이미 기금이 고갈됐어도 연금제도가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다"며 "독일은 GDP의 11%를 연금 지급액으로 매년 지출하지만, 불과 한 달치 기금밖에 안 쌓아 두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서구 유럽같은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면, 보험료율이 2065년 33%(2088년 최대 37.7%)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재정 지원을 통해 보험료율 상승을 억지한다고 해도 결국 국민들로부터 걷은 세금을 써야 하는 상황은 마찬가지다.
또한 서구 유럽은 현재 노인 인구 비율이 18% 정도이고 장기적으로도 25% 정도에 머물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15%지만 2060년엔 41%가 넘는다. 사실상 미래세대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는 꼴이 되는 것이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는 지난 8월 국민연금제도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국민연금이 기금을 적립하는 이유는 미래 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떠넘기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