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근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들의 감산 방침에 공개적으로 불만 표시
유가는 34년 만에 최장기간인 11거래일 째 하락세로 60달러 선 붕괴
다음달 회의서 감산 여부 결정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방침에 반대하면서 유가가 더 낮아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는 바로 전날 사우디의 칼리드 알팔리 산업에너지광물부(옛 석유부) 장관이 산유국들이 산유량을 줄여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가는 11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60달러 선이 무너졌다. 1984년 이후 34년 만에 최장기간 하락세다. 사우디가 감산 방침을 밝히면서 장중 반등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바라건대(Hopefully), 사우디와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원유 생산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가는 공급을 기반으로 훨씬 더 낮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도 최근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들의 감산 시사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CNBC에 "시장에 많은 변동성이 있고 이는 앞으로 더 이어질 것"이라며 "그러므로 우리는 당장 성급한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매달 180도 경로를 변경하지 않도록 상황이 어떻게 진전되는지 아주 신중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감산 조치에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와는 달리,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들은 감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무함마드 빈 하마드 알룸히 오만 석유장관은 "많은 산유국이 감산해야 한다고 공감한다"고 언급했으며, 수하일 마즈루에이 아랍에미리트(UAE) 석유장관은 "다음 달 빈에서 열리는 장관급 회의에서 어떤 행동(감산)을 하자는 제안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가는 최근 사우디의 감산 시사에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9일까지 10거래일 연속 하락하다 11거래일 만에 오름세를 보이는듯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전해지면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하락세로 진입하기 전까지 OPEC과 비회원 주요 산유국은 2016년 11월 하루 180만 배럴을 감산한다고 합의한 이후 배럴당 30배럴대까지 떨어졌던 유가를 2년 만에 80달러 이상으로 끌어 올린 바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과 리비아·베네수엘라 등 산유국 공급 불안을 근거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 바 있지만, 미국과 러시아, 사우디 등 세계 최대 수출국들이 이란의 수출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생산량을 늘린 데다 미국이 일부 국가들에게 대이란 제재 예외를 인정하면서 유가는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처럼 유가의 하락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산유국들은 다음 달 오스트리아 빈에서 감산 합의를 놓고 장관급 회의를 가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원유 감산 방침에 반대하고 있고, 사우디와 함께 산유국 회의를 주도하는 러시아의 입장도 감산과는 거리가 있어 어떤 회의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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