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3명 법정구속에 "국민에게 받는 사법부 불신을 소수 의사에게 쏟아내 해소하나?"
"정의를 말하면서 법을 집행하지만 법의 정신을 알지 못하고 자신의 권력만 추구"
文정권 출범후 법원-검찰-경찰의 행태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

정승윤 부산대 교수
정승윤 부산대 교수

검사 및 변호사 출신인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분노! 어디서 왔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정 교수는 이 글에서 “황운하 같은 인간이 지배하는 경찰. 윤석열 같은 인간이 지배하는 검찰. 김명수 같은 인간이 지배하는 법원”이라는 직설적 표현을 쓰며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법원, 검찰, 경찰의 행태에 직격탄을 날렸다.

정 교수는 페이스북 글에서 “1심 판사가 의사 3명을 법정구속했다는 기사를 보는 순간 화가 났다”며 “너무 화가 나서 담당 판사들을 독직으로 구속해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가 말한 사건은 지난달 24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선의종 부장판사가 복부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어린이를 오진해 사망하게 한 3명의 의사에게 금고형의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구속 시켰던 일을 가리킨다.

이 판결에 대해 지난 11일 대한의사협회는 선의의 의료행위가 결과적으로 환자의 죽음으로 이어졌다고 불구속기소된 의사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시킨 사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서울 중구 대한문 앞과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대대적으로 개최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도 해당 재판에 대해 12일 성명에서 “응급실 의료인은 전쟁터에서 적군을 걸러내는 최전방 보초병과 같다”면서 “보초병이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적군을 식별하지 못하고 적군이 아군 한 명을 살해하고 도망갔다고 해서 보초병을 감옥에 가두고 사형선고를 내린다면 보초병을 자원할 군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재판부의 판결을 비판했다.

정 교수는 글에서 “담당 판사들이 누군지는 몰라도, 지금 정권에 쫓기고 있는 사법부의 현실에 분노한 감정을 애매한 의사들에게 화풀이 한 것 아니냐”며 “국민으로부터 받는 불신을 소수 의사의 입장이 아니라 다수 환자와 유족 입장을 대변하는듯한 판결을 통해 해소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담당 판사들이) 덜 떨어진 인성으로 무의식적 권력욕을 과시하려고 실수조차 용서할 수 없다는 식으로 자기 과시하려는 것 아니냐”며 “경찰의 경찰에 의한 경찰을 위한 황운하 같은 인간이 지배하는 경찰. 검찰의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윤석열 같은 인간이 지배하는 검찰. 판사의 판사에 의한 판사를 위한 김명수 같은 인간이 지배하는 법원, 그들은 하나같이 정의를 말하면서 법을 집행하지만, 법의 정신을 알지 못하고 자신의 권력만 추구하는 바리새인 율법론자, 법기술자들”이라고 비판했다.

바리새인은 성경에서 율법에 집착하는 위선자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예수가 규칙에만 집착한 나머지 이웃과 신을 사랑하는 일에 소홀한 그들의 태도를 비판한 바 있다.

정 교수는 “고위직으로 갈수록 경찰, 검사, 판사는 자신과 자신의 조직을 우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며 “절대 국민은 안중에 없다. 국민을 말할 때는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거나 확대하려고 할 때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사법 개혁은 권력 조정이 아니라 권력 통제가 관건”이라며 “함부로 수사하지 못하도록, 기소하지 못하도록, 재판하지 못하도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서울남부지검과 광주지검 검사와 변호사 등을 거친 뒤 현재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다음은 정승윤 교수 페이스북 전문(全文)


분노! 어디서 왔나?

1심 판사가 의사 3명을 법정구속했다는 기사를 보는 순간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너무 너무 화가 나서 담당 판사들을 독직으로 구속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친구 중에도 후배 중에도 제자 중에도 친척 중에도 판사가 있는데, 그들을 생각하면 내가 지나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평소와 달리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아마 이런 의심 때문이 아닐까!

담당 판사들이 누군지는 몰라도, 지금 정권에 쫓기고 있는 사법부의 현실에 분노한 감정을 애매한 의사들에게 화풀이 한 것 아닐까?

담당 판사들이 누군지는 몰라도, 국민으로부터 받는 불신을 소수 의사의 입장이 아니라 다수 환자와 유족 입장을 대변하는듯한 판결을 통해 해소하려 한 것은 아닐까?

담당 판사들이 누군지는 몰라도, 덜 떨어진 인성으로 무의식적 권력욕을 과시하려고 실수 조차 용서할 수 없다는 식으로 자기 과시하려는 것은 아닐까?

아님. 최근 경찰의 경찰에 의한 경찰을 위한 황운하 같은 인간이 지배하는 경찰. 검찰의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윤석열 같은 인간이 지배하는 검찰. 판사의 판사에 의한 판사를 위한 김명수 같은 인간이 지배하는 법원.

그들은 하나같이 정의를 말하면서 법을 집행하지만, 법의 정신을 알지 못하고 자신의 권력만 추구하는 바리새인 율법론자, 법기술자들이다.

이런 세상에서 법을 가르치면서 밥벌이 하는 내 자신이 비참해서. 그 참담함을 숨기기 위해 정의로 위장해 위로받으려는 비겁한 자기 연민에서 화가 났을까?

여하튼 법에 대한 실망. 분노가 커질수록 명료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다수 또는 고위직으로 갈수록 경찰, 검사, 판사는 자신과 자신의 조직을 우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절대 국민은 안중에 없다. 국민을 말할 때는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거나 확대하려고 할 때뿐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사법 개혁은 권력 조정이 아니라 권력 통제가 관건이다. 함부로 수사하지 못하도록, 기소하지 못하도록, 재판하지 못하도록.

인지 수사 못하도록, 별건 수사 못하도록, 하명 수사 못 하도록, 임의 제출 요구 못하도록, 체포 못하도록, 구속 못 하도록, 법정구속 못 하도록.

경찰은 자치 경찰로 쪼개고, 국가 독점 경찰대 없애고, 검찰은 기소처과 수사처로 쪼개고, 법원은 지방, 고등, 대법원으로 쪼개서, 경찰청장만, 검찰총장만, 대법원장만 아니 대통령만 바라보는 더러운 병과 세상을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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