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2011년 ‘어뢰 추진체서 붉은 멍게 발견’ 보도...사실과 달라 사과
‘동해’에만 서식하는 붉은 멍게가 ‘서해’서 발견?...‘국방부의 北어뢰 조작’ 음모론 부추겨
국방부 “DNA검사결과, 붉은멍게 아냐” 밝히자...오마이뉴스 “사실검증 미흡했다” 사과문
합동조사단과 법원서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어뢰 공격 의한 폭발'이라 결론냈지만
매년 3월 26일경 반복되는 ‘천안함 의혹’...올해도 KBS '추적60분'서 천안함 의혹 되풀이
해명은 도외시하고 비슷한 음모론 재탕하기도...과학적 해명보다 주관적 의견 우선시돼
거짓 규명되면 사과보다 또다른 의혹만 갈구하는 이들...천안함 의혹 최전선엔 '신상철'
진실 원하는 것이라면 잘못된 부분부터 구분하거나 바로잡고 나아가는 것이 옳지않나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경 서해 백령도 서남방 2.5km 해상에서 경계 임무수행 중이던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으로 피격돼 침몰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승조원 104명 중 46명의 용사가 전사했다. 또한 나흘 연속으로 실종자 구조작업을 수행하던 한주호 준위가 순직해 아까운 목숨을 잃은 군인은 47명으로 늘었다.
 

그림=해군 역사관
사진=해군 역사관

당시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두 달여간 과학적인 조사를 실시하여 천안함이 “북한제 어뢰에 의한 외부 수중폭발의 결과로 침몰되었다”고 결론지었다. 천안함 폭침은 어뢰가 천안함을 ‘직접 타격’한 것이 아닌, 어뢰가 배 밑에서 폭발해 그 충격파와 함께 발생한 고압의 버블이 천안함을 두 동강 낸 사건이라는 것이다.

합동조사단은 당시 민간 전문가 25명과 군측 22명, 국회 추천 전문위원 3명으로 구성됐다. 또한 중립국 스웨덴을 포함한 미국과 호주, 영국 등 4개국 전문가들도 합류해 국제적 신뢰도를 높이려 했다.
 

3월 26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8주기 천안함 용사 추모식'에서 유가족 및 참석자들이 천안함을 살펴보고 있다.
2018년 3월 26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8주기 천안함 용사 추모식'에서 유가족 및 참석자들이 천안함을 살펴보고 있다.

천안함 피격 사건은 결정적 증거물인 북한 어뢰 추진체가 인양되고 국내외 전문가들이 천안함의 폭침을 인정하면서 의혹이 해소되는 듯 했지만, 그 과정에서 무리한 의혹보도들이 일부 좌파 성향 언론들을 통해 집중적으로 퍼지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 및 국론 분열로 이어졌다. 진실 규명보다는 일단 의혹 양산에만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도 나타났다.

그 일례로 강성좌파 성향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의 이른바 ‘어뢰 추진체서 붉은 멍게 발견 보도’(김도균 기자)는 국방부가 마치 동해에서 발견된 어뢰를 서해로 가져와 천안함 사건을 조작하려는 듯한 뉘앙스를 부각하면서 여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보도로 꼽힌다.

● ‘동해’에만 서식하는 붉은 멍게가 ‘서해’서 발견?,,,국방부의 ‘北어뢰 조작설’에 힘 실어줘

천안함 피격 사건 1주기가 가까워오던 2011년 3월 24일 오마이뉴스 김도균은 “정부가 천안함 사건의 결정적 증거물로 제시한 ‘1번’ 어뢰추진체 내부에서 동해에만 서식하는 붉은 멍게로 추정되는 생물체가 발견됐다”며 어뢰추진체에 붙은 미확인 물체를 생명체라고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를 했다.
 

이는 당시 일부 좌파 세력에서 주장하던 ‘북한 어뢰 조작설’에 힘을 실어줬다. ‘서해’에서 발생한 천안함 피격사건의 결정적 증거인 어뢰추진체에 ‘동해’에만 서식하는 붉은 멍게가 발견됐다는 보도는 국방부가 어뢰를 조작했다는 의구심을 증폭시켰으며, 정부와 군에 대한 신뢰도에도 상당한 흠집을 냈다. 만약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천안함 피격은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는 것으로 연결된다.

오마이뉴스는 해당 보도의 근거자료로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조사위원이 공개한 사진 3장을 인용했다. 신상철 씨는(이하 경칭 생략)은 ‘서프라이즈’라는 인터넷 매체 운영자로 당시 민주당의 추천을 받아 임명된 조사위원이다. 신상철은 당시 ‘가을밤’이란 이름의 블로거가 촬영한 3장의 사진을 공개하며 “동해안에만 서식하는 붉은 멍게가 (‘1번’ 글씨가 쓰인) 어뢰추진체에 붙어있다는 것은 어뢰추진체가 서해에서 발생한 천안함 침몰과 무관하다는 증거”라고 강변했다.

‘붉은 멍게’라고 주장한 물체의 존재는 블로거 '가을밤'이 2010년 11월 7일 전쟁기념관에 전시됐던 어뢰추진체를 촬영한 사진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블로거는 물체가 어뢰 추진체의 뒤쪽 스크루 모서리에 붙어있었으며 지름 0.8mm 가량의 ‘생물체’가 찍혀있다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 또한 블로거의 표현을 그대로 수용해, 당시 사진과 관련해 ‘생명체’로 단정짓고 여러 전문가의 말을 빌려 ‘붉은 멍게’라는 주장에 신뢰도를 높였다.
 

'1번' 어뢰 추진체 속에서 동해에서만 사는 붉은 멍게의 어린 성체가 발견됐다며 '오마이뉴스'가 공개한 사진(왼쪽)과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제공한 '붉은 멍게' 사진(오른쪽)
'1번' 어뢰 추진체 속에서 동해에서만 사는 붉은 멍게의 어린 성체가 발견됐다며 '오마이뉴스'가 공개한 사진(왼쪽)과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제공한 '붉은 멍게' 사진(오른쪽)

오마이뉴스는 ‘붉은 멍게 양식업자’(?)의 말을 인용해 “이 생물체는 동해안에서만 서식하는 붉은 멍게로, 유신상태로 헤엄쳐 다니다가 갓 고착된 상태로 보인다. 크기와 상태로 보아서 (붉은 멍게의 산란기인) 11월 경에나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어 “군이 어뢰추진체를 인양한 것은 5월”이라며 수상한 정황을 지적했다. 또한 “이름을 밝히기 꺼려하는 국내 수산대학의 한 교수도 ‘사진에 찍힌 것은 어린 붉은 멍게가 확실하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는 이외에도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의 논문’, 통영 멍게 수하식수산업협동조합 관계자, 대학 해양생물학 교수의 발언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특히 오마이뉴스는 기사 말미로 갈수록 사진에 있는 생물체가 ‘붉은 멍게’라고 기정사실화하는 한편, 11월 경에 볼 수 있는 붉은 멍게가 5월 서해에서 인양된 어뢰추진체에 붙어있는 사실을 지적하며 수상한 정황을 극대화했다.

오마이뉴스의 보도가 나간 뒤 인터넷매체 데일리안이 같은 날인 3월 24일 “부착물질이 붉은 멍게가 아니다”며 반박보도를 내자, 오마이뉴스는 다음날인 3월25일 <'1번' 어뢰추진체에 붙은 게 섬유질? "붉은 멍게가 건조된 것이 틀림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다시 내보내며 자신들의 최초 보도가 맞다고 강변했다.

한겨레21 등도 오마이뉴스 '붉은 멍게' 의혹 보도 이후 동일한 주장을 실은 의혹 보도를 내놓았다. 당시 한겨레신문 하어영 기자(['가짜뉴스' 만든 언론인]⑩ '세월호 올림머리 90분' 오보 한겨레 하어영)는 '때와 장소가 맞지 않는 멍게'라는 제목의 한겨레21 기사에서 '이름을 밝히기 꺼린 국립연구소의 한 연구원, 다른 연구원, 붉은 멍게 양식업자' 등의 말을 빌려 '붉은 멍게' 의혹을 부추겼다.

● 국방부 “DNA 검사결과, 붉은 멍게 아니며 무생물”...오마이뉴스 사과문 “사실검증 미흡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의 이같은 주장은 2주여만에 잘못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오마이뉴스는 의혹보도를 소위 '단독'으로 내놓은지 2주 가량 뒤인 2011년 4월 6일, 이례적으로 오보(誤報)임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내보냈다.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던 의혹 보도들 사이에서 그나마 잘못을 바로잡고 나선 것이다. 해당 사건은 천안함 음모론의 일면을 보여준 중요한 계기가 됐다.

 

오마이뉴스 화면 캡처

오마이뉴스가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국방부의 조사결과 발표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농림수산식품부 국립수산과학원에 의뢰해 2011년 3월 29일부터 4월 3일까지 어뢰추진체 부착 물질에 대한 성분과 유전자(DNA) 분석을 진행한 결과 "붉은 멍게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2011년 4월 6일 발표했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어뢰 부착 물질에서 생물체 종류를 확인할 수 있는 어떤 DNA 조각도 검출되지 않았으며 세포 하나만 있어도 증폭된 DNA를 검출할 수 있는 유전자 증폭실험을 통해서도 아무런 DNA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뢰추진체에 붙어 있는 물질에서 채취한 시료와 유사한 분량으로 붉은멍게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DNA가 검출됐으며 유전자 증폭(增幅)실험에서도 증폭된 DNA가 나타났다"며 "결과적으로 어뢰추진체에 붙어 있는 물질은 무생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당시 형태 분석을 맡았던 동해수산연구소의 이주 박사는 "애초 0.8㎜의 어뢰추진체 부착물질을 확대한 사진과 10∼20㎝의 붉은 멍게를 축소한 사진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서 의혹이 제기된 것으로 안다"며 "이처럼 크기 차이가 125∼250배 이상 나는 두 물체를 모양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같은 생물체라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오마이뉴스는 국방부의 발표가 있던 6일 오후 '붉은 멍게 보도 사과 드립니다'는 제목의 사과문을 올렸다. 오마이뉴스는 “(붉은 멍게 등 생명체 조각이 아니라는) 국방부 조사 결과를 존중하기로 했다"며 "결과적으로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보도로 인해 독자 여러분께 혼란을 드린 점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최근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조사위원으로부터 입수한 천안함 '1번 어뢰추진체에 붙어있는 붉은 멍게 사진 3장'을 토대로 한 보도였다”며 “이 사진을 입수한 직후,양식업자 A씨의 증언과 "사진속의 물체가 붉은 멍게가 맞다"는 국내 한 수산대학의 B교수의 확인을 거쳐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오마이뉴스>는 국방부 조사 결과를 존중하기로 했다. 이는 <오마이뉴스> 보도문에 비록 복수의 전문가들의 확인이 들어 있었지만, 보도의 결정적 근거였던 '사진 속 작은 물체'를 육안으로 식별하는 것만으론 붉은 멍게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라며 "<오마이뉴스>가 후속 취재 중 만난 양식업계와 학계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려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문구는 사실상 오마이뉴스 스스로 사진만을 근거로,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렵고 확인할 수 있는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의혹 보도에 치중하여 논란을 확산시켰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붉은 멍게’라는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사안인 데도 불구하고, ‘붉은 멍게’라는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의 일방적인 정보만 전달한 셈이다. 무리한 의혹 보도의 전형이었다.

오마이뉴스는 아울러 “결과적으로 근거가 명확치 않은 보도로 인해 혼란을 드린 점 정중하게 사과드린다. 보도 과정에서 철저하게 사실을 검증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뼈저리게 반성한다”고 전했다. 다만 국방부가 마치 동해에서 발견된 어뢰를 가져와 천안함 사건을 조작하려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 점 등 여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것에 비춰볼 때, 너무나 쉽게 인용한 신중치 못한 의혹보도가 초래한 사회적 비용은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 '천안함 음모론'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신상철...반복되는 천안함 의혹들

오마이뉴스의 ‘붉은 멍게’ 보도의 근거자료를 제공했던 신상철은 다양한 천안함 의혹들을 제기해왔다. 그는 ‘천안함 좌초설’, ‘미 군함 충돌설’, ‘어뢰 조작설’, ‘침몰 원인 조작하려고 구조를 늦췄다’, ‘국방장관이 증거를 인멸했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자신이 제기한 천안함 의혹에 대해 반박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도외시하고 자신의 의혹만을 강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신상철은 천안함 관련 재판에서 검찰이 공적 조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고 비판하자 “저 때문에 신뢰가 떨어졌다면 그동안 제가 천안함 진실을 펼치려는 역할을 잘 했다는 평가”라며 “감사한 데이터”라고 주장했다.

신상철은 2010년 민주당 추천으로 민군합동조사단의 민간 조사위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신씨는 평화방송과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군 측이 깊숙이 연루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천안함이 모래톱에 의해 좌초된 뒤 미군 추정 함선과 부딪혀 침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천안함 합조단 합동토의에 단 한 번 참석하곤 “조사의 객관성을 믿지 못하겠다”며 외부에서 ‘미국 군함과의 충돌에 의한 좌초설’ 등 근거가 빈약한 주장을 계속해왔다.

신상철의 이같은 주장들은 친북‧좌파 성향 언론 등에서 비중있게 다뤄졌다. 그는 좌파 성향 매체들 사이에서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위원, 선박 전문가 등으로 칭해지며 다양한 의혹들에 대해 대국민 기사 신뢰도를 확보하고 의구심을 부추겨왔다.
 

법정 나서는 '천안함 좌초설' 신상철(서울=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하며 정부가 천안함 사고 원인을 조작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기소된뒤 5년6개월 만에 유죄를 선고받은 신상철씨가 25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신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2016.1.25
'천안함 좌초설' 주장한 신상철(사진=연합뉴스)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하며 정부가 천안함 사고 원인을 조작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기소된뒤 5년6개월 만에 유죄를 선고받은 신상철씨가 25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신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6.1.25

신상철은 국방부의 ‘붉은 멍게’ 보도 반박문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대표로 있는 인터넷매체 서프라이즈에서 '깊은 늪에 빠져버린 국방부'라는 글을 통해 “폭발 자체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천안함 사건에서 그것을 입증할 유일한 증거라며 제시된 어뢰 추진체에서 참가리비에 이어 붉은 멍게 형상의 해양생물체가 발견되었으나 그들은 ‘진실의 한’을 묻은 채 하나씩 제거되는 불행한 운명을 맞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씨는 “붉은 멍게인지 아닌지 여부는 마이너 이슈(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명쾌하게 납득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이같은 문제제기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강변했다. ‘붉은 멍게’가 사실이 아닌 것은 부차적인 문제라며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자신이 펼치는 모든 주장이 음모론으로 매도당하지 않고, 정말로 천안함의 진실을 원하는 것이라면 잘못된 부분에서는 인정하고 나아가는 것이 옳지 않냐는 지적도 적지않다.

인터넷에 강도높은 천안함 의혹들을 지속적으로 올려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신상철은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이흥권)는 2016년 1월 25일, 신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1심 선고했다. 법원은 지난 5년 6개월간 47차례 공판을 열고 현장검증도 실시한 끝에 좌초설은 근거가 없고 천안함 침몰이 북한 어뢰 폭발에 의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신 씨가 올린 34건의 글 가운데 2건을 유죄로 인정했다. 신 씨가 올린 천안함 관련 글 중 군 당국이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작할 시간을 벌기 위해 구조를 일부러 늦추고 있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한 글, 국방부 장관이 증거를 인멸했다고 주장한 글 등이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적시해 관계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신상철은 세월호 사고 당시에도 “바닷속은 파도도 치지 않고 비도 오지 않는다. (정부가) 실종자를 안 구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당시 판결과 관련해 ‘‘천안함 음모설’ 신상철 추천해놓고 침묵하는 더민주당‘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민간 조사위원으로 추천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시치미를 뚝 떼고 침묵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며 “진보좌파 성향의 인터넷 매체 운영자가 아니었으면 한국해양대를 나와 해군 초급장교로 복무한 경력 정도로는 추천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더민주당이 인물 됨됨이나 전문성도 검증하지 않고 신 씨 같은 사람을 추천한 것부터가 무책임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에 불복해 항소한 신씨는 선내 영상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하며 최근에는 국방부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신씨 측은 후타실 CCTV 영상에 대해 "영상이 기록된 시점에 천안함은 급격한 항로변경을 하고 있었고 파고는 2∼3m에 이르렀다"며 "그런 상황에서 장병들이 평온하게 운동을 하고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복원 과정에서 국방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영상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반박당해도 사과보다는 또다른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

2010년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해 아까운 인명이 희생된 사건에 대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초기 대응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일부 좌파 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된 '미국 잠수함과의 충돌설 등' 지나친 음모론이 언론-정치인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제기된 것은 적(敵)의 명백한 도발 앞에서 심각한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사회적 손실로 이어졌다.

'천안함 피격 北소행의 핵심 물증' 어뢰추진체 부식 (사진=연합뉴스)
'천안함 피격 北소행의 핵심 물증' 어뢰추진체 부식 (사진=연합뉴스)

일부 친북‧좌파 성향 언론-좌파단체-정치인 등이 연대하듯 지속적으로 쏟아낸 의혹들은 일반인의 관점에서도 궁금증이 생길 수 있는 부분도 없진 않았지만 반박정보에 대해서는 도외시한 채 의구심만 확산시키거나 또 다른 의혹만 찾아내는 ‘과도한 양산형 의혹 보도행태’가 훨씬 더 강했다. 이들은 정부측에서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짓고 접근한다고 문제삼았지만, 오히려 이들 보도에서는 ‘북한 소행은 아닐 것이다’라고 접근하는 아이러니한 모습도 나타나는 양상이었다. 특히 친북‧좌파 성향 언론-좌파단체들이 쏟아낸 천안함 의혹들은 포털에서도 상당량 노출되면서 국민들에게 ‘이상한 점이 확실히 있다’고 느끼기 쉽게 했으며, 의구심 또한 쉽게 증폭시켰다.

그러나 이중 상당부분은 반박됐으나 이같은 정보에는 눈감고 다른 매체에서 같은 의혹을 또다시 제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으며, 여전히 많은 의혹들은 바로잡히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당시 보도행태는 합리적인 비판보다는 진영논리에 근거해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부분도 보였으며, 결과적으로 당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우거나 북한을 변호하는 성격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비슷한 천안함 의혹들이 8년이 지난 현재도 반복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다시 재조명시키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천안함 사건 8주기를 앞두고 ‘천안함사건 진실규명 범시민사회공동대책협의회’(이하 천진협)가 출범했다. 천진협은 지난 3월 22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출범식을 갖고 “천안함사건의 진실을 밝혀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대통로를 열자”고 주장했다. 북한이 했다는 발표를 반박해야 통일여론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식이다.

해명이나 반박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여전히 ‘조작설’과 이른바 ‘합리적인 의구심’을 부추기는 정보들만 지속적으로 부각하기도 했다.
 

KBS는 지난 3월 천안함 8주기 부근에 '추적60분―8년 만의 공개 천안함 보고서의 진실'을 방송했다. 해당 방송은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본부 정책실장이기도 한 강윤기 PD가 제작에 참여했으며, 2010년 11월 17일 방영된 '추적60분-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와도 궤를 같이 한다. KBS의 해당 방송은 공정성과 객관성 측면에서 공영방송으로서 무색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과거와 비슷한 내용을 다루었을 뿐더러 과학적 증명보다는 개인적인 주관에서 '이상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의 발언이나 수상한 부분에 대해서만 집중 조명할 뿐, 이에 대한 반론입장은 빈약하게 다루었다.

KBS는 이날 '버블제트로 보기에는 선체 손상 정도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폭발로 인한 고막손상여부 및 부상정도, 사인이 이상하다', '선체 밑바닥에 생긴 스크래치는 폭발로 보기 힘들다', '파고 2.5m인 상황에서 후타실에서 안정적으로 운동하는 모습이 이상하다', '흡착물질 성분이 정말 폭발의 증거인가' 등을 문제삼았다. 이들 의혹 중에는 과거와 다를 것 없을 뿐더러 이미 반박된 내용들도 있지만 KBS는 의혹에 대해 동조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충실히 다루는데 집중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KBS는 잘 짜여진 일관된 방향으로 방송을 진행하듯 의구심을 부추겼지만, 의혹을 해명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주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인터넷에서는 KBS의 의혹보도처럼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의혹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천안함 사고 직후 국방비서관실에 배치됐던 이종헌 전 청와대 행정관은 '천안함 의혹'들이 반복되자 ‘스모킹 건(SMOKING GUN)-천안함 전쟁실록’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해 의혹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바 있다. 그는 “사실이 아니어서 폐기 처분된 의혹 쓰레기는 청소되지 않고 여전히 사이버공간에서 연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부 인사는 ‘해군이 좌초라고 보고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좌초설은 언급했다. 실제 합참의 최초 대응은 ‘좌초’ 보고 등에 근거해 이뤄졌다. 그러나 좌초 용어는 피격 직후 천안함 포술장 김 대위가 최초 보고를 하면서 경황없는 중에 쓴 단어였다는 반박이 나왔다. 단순히 급박한 상황 속에서 사용된 '좌초'라는 용어가 천안함의 ‘좌초’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천안함 밑바닥의 스크래치도 암초에 스치면서 생긴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도 '좌초설'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이 또한 천안함 항적이나 임무 구역에는 함을 좌초시킬만한 요인이 없을 뿐더러, 스크래치는 침몰 당시 암반에 닿거나 인양용 쇠밧줄에 긁히면서 생긴 것이라는 지적이다.

폭발이 있었는데 왜 고막에 손상이 없느냐는 의문도 지속되고 있다. 실제 생존자들의 고막은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원인에 대해서는 폭발 충격파가 바닷물과 강성 구조물로 이뤄진 함체 격실을 거쳐 약화되면서 사람과 공기로 전해지는 충격파가 미미하다는 반박이 제기됐다. 또한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이 두 동강 날 정도로 강력한 폭발에도 불구하고 생존자들의 부상 정도가 경미하다는 의구심에 대해서 '천안함 생존·사망 장병의 신체상태를 보면 골절, 열창(부딪혀서 찢겨지는 상처), 타박상 등으로 이는 외부폭발 중 수중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버블효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과 일치한다'고 반박했다.

의혹들은 대개 일반인들로서는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특정 전문가 직위를 가진 이들이 제공하는 그럴듯한 의혹들을 먼저 접하면서 음모론은 활력을 얻고 확산됐다. 그러나 한 분야의 전문가가 전방위 전문가처럼 각종 의혹을 생산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KAIST 송태호 기계공학과 교수는 2011년 3월 2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 전공은 기계공학이다. ‘어뢰 흡착물 논란’ 등 비전공 분야는 얘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물리학자인 미국 버지니아 공대 이승헌(물리학과) 교수는 기계공학 등 모든 분야를 얘기한다"며 "틀렸음을 인정하는 게 과학자의 양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뢰 추진체 1번 글씨가 고열에 타지 않고 남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가스가 물속에서 폭발하면 그 에너지는 옆에 있는 물을 밀어낸다. 그 과정에서 가스 에너지는 떨어지고 온도도 내려가게 돼 있다. 고등학교에서도 배우는 열역학 1법칙, 에너지 보존법칙이다. 설사 고온이 유지된다고 100보 양보해도 그 짧은 시간에 표면 온도를 100도 이상 올릴 수 없다. 1번 글씨가 타지 않는 이유"라며 연평도 포격 때 수거된 탄피에서도 글씨가 안 타고 남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여전히 천안함 의혹에 대한 반박정보나 당시 복합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외면한 채 ‘북한 소행은 아닐 것이다’라는 주장에 부합하는 주장이나 의혹들에 대해서만 찾아내고 보도하는 행태가 8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확증편향적인 의혹 보도들을 쏟아내는 이유와 관련해서는 적지 않은 의구심이 제기된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피격 사건 당시 복합적인 상황을 재연하기 힘들어지거나 증거도 흐릿해지는 상황인만큼 앞으로도 천안함 의혹은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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